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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4부 1권), 박경리 - 책이름 : 토지 13(4부 1권) - 저자 : 박경리 - 읽은쪽수 : 540쪽 - 누적쪽수 : 2004쪽 - 주제 : 소설 - 감상평(70자 이상) : 수년 전 도전했던 토지 20권 완독 계획이 수년째 미뤄져 올해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몇 달의 공백을 두고 다시 읽게 된 13권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등장인물과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만 이내 버릴 문장이, 버릴 캐릭터가 없는 명작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물이 모이면 넘치고 홍수가 되고, 그 부드럽고 나약한 것, 어떤 것도 쳐부수는 무서운 힘이 된다는 것을, 뻔한 이치를 사람들은 잊고 살거든. 노하여 뚝을 쳐부수던 물은 그러나 강이 되어 생명의 젖줄이 되는 것이니 물은 어머니요 해는 생명의 아버지라.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일차원적인 수준에서.. 2024. 5. 2.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 책이름 :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 저자 : 요나스 요나손 - 읽은쪽수 : 524쪽 - 누적쪽수 : 1080쪽 - 주제 : 소설 - 감상평(70자 이상)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알게 된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노인 시리즈 이후의 작품이었습니다.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순한 맛 동물 농장(조지 오웰)"의 느낌입니다. 소설 군데군데 부조리한 사회의 풍자를 빠뜨리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유머러스하고 결국 (대체로) 모든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이 마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에 의해 사자 앞에 버려진 아들과 모든 것을 빼앗긴 아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HÄMND.. 2024. 4. 26.
살인의 모든 단서와 용의자가 모인 시간 0시 : 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나는 잘 쓴 탐정 소설을 좋아하네. 그런데 말이지, 탐정 소설이란 게 대개 시작부터 잘못되어 있어! 살인에서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살인은 그 결말일세.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 있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네. 때로는 수년 전부터 시작되지. 어느 날 몇 시, 어떤 장소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게끔 하는 원인과 사건들에서 시작하는 거란 말일세. - 책의 본문 중 “이 모든 정황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는 거야. 그리고 정해진 시각이 되었을 때 정점으로 치닫는 거지. 0시라고 해 두세. 그렇지, 모든 것이 0시를 향해 모여드는 거야…….” 그는 자기 말을 반복했다. “0시를 향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한 여타작품들과는 다소 색을 달리하는 '0시를 향하여'는 서스펜스 장르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스릴러가 범인이 누.. 2024. 1. 30.
삼십육계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라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여 취하라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는 권력의 다툼이 있는 곳에 항상 반복되어 왔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과 친구를 구분하는 것은 그만큼 나라를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영역에 있어서도 항상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요, 삼십육계 제23계는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당장 경쟁해야 할 대상과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은 친구로 두어야 할 대상을 구분하는 원교근공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오늘의 친구가 다시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점을 전제로 하는 중단기적인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상 동맹, 혈맹을 외치며 여러 세력들.. 2024. 1. 26.
더 늦게 나지만 더 길게 자라는 털 : 허삼관 매혈기, 위화 오 내가 웃고 있나요? 모두 거짓이겠죠? 날 보는 이들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젖어 있는데 - 광대, 리쌍 이 책의 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기구한 팔자를 가진 광대의 우스꽝스러움 몸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리쌍의 오래된 노래 "광대"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가난한 주인공 허삼관이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삶의 씁쓸한 맛이 배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진지하게 "인생이란 이것이다"라고 말하진 않아도, 좌충우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소시민의 일대기를 통해서 가족이란 무엇이며 몸으로 때우며 살아가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2024. 1. 25.
[독서노트] 피를 마시는 새 1, 이영도 나가 세상은 가깝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세상과 맞닿는 표면에 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표면은 중심에서 가장 먼 곳, 그러나 외부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의 마지막이자 저곳의 시작인 그곳은 경계다. ... 그들은 삶의 중심에서 한가롭게 떠다니며 죽음을 먼 변경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심장을 뽑아낸다. 뽑아낸 심장을 중심에 남겨 놓고 그들은 외부로, 표면으로 나아간다. ... 표면에 있는 그들은 깊숙한 자아의 모호한 메아리인 말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하며 이를 니름이라 한다. ... 비록 중심에 있는 본질은 안전하지만 표면에 있는 그들은 더위에 끓어오르고 추위에 얼어붙는다. 그들은 나가라 한다. 도깨비 세상은 느리다고 말하는 자들이 .. 2023.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