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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아류작 : 문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고양이 피타고라스 자신의 전작 를 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 전작 독서를 하게 되는 작가들 중에서 정말 100% 기대하는 마음으로 매번 출간되는 책을 찾아 읽게 되는 작가도 있지만 해당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임팩트가 강해서 후속작들이 기대에 못미쳐도 '이번에는 설마?' 하면서 다시 믿고-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런 작가인데요, 소설 개미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되었지만 매번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그런 작가입니다. 솔직히 인간에게도 나름 장점이 있어. 알아 갈수록 괜찮은 구석도 발견되고. 물론 그들은 형편없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야. 우리끼리 하는.. 2022. 3. 25.
1906년 결혼제도의 붕괴를 예언하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다"로 시작하는 20세기 최고의 의인화 소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중에 들은즉 그건 서생(書生)이라는,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족속이라 한다. ... 손바닥 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 참 묘하게 생긴 족속도 다 있구나, 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먼저 털로 장식되어 있어야 할 얼굴이 미끌미끌해 흡사 주전자다. 그 후 고양이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 등신 같은 족속과는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한복판이 너무 튀어나왔고.. 2022. 2. 4.
개미 3 ,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들이 자의식과 상상력을 가진다면 모세와 같이 종족 대이동을 감행하는 지도자 103호 103호가 이끄는 개미 부족은 거주 실존의 개념 모두에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인간 문명을 경험한 유일한 존재인 103호는 자신의 종족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어떤 개미가 문득 새로운 제안을 한다. 원정에 참여한 것을 기념하는 뜻으로 각자 산란 번호 대신에 여왕개미들처럼 이름을 갖자고 한다. 《이름이라고?》 《그래…….》 《좋아, 우리 서로 이름을 정하자.》 《난 뭐라고 부를 텐가?》 103호가 묻는다. 〈안내자〉나 〈새를 정복한 자〉, 또는 〈두려워하는 자〉로 부르자는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103호는 자기의 성격을 가장 잘 특징짓는 것은 회의(懷疑)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알고자 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2021. 11. 30.
개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와 인간문명은 공존할 수 있을까? 당신에겐 하나의 사회사가 담긴 성과 이름이 있지만 그게 당신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당신은 71퍼센트의 물과 18퍼센트의 탄소, 4퍼센트의 질소, 2퍼센트의 칼슘, 2퍼센트의 인, 1퍼센트의 칼륨, 0.5퍼센트의 황, 0.5퍼센트의 나트륨, 0.4퍼센트의 염소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다 큰 숟가락 한 술 분량의 여러 가지 희유원소, 즉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요오드, 니켈, 브롬, 불소, 규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소량의 코발트, 알루미늄, 몰리브덴, 바나듐, 납, 주석, 티탄, 붕소도 가지고 있다. 이상이 당신의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이다. 이 모든 물질들은 별들이 연소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당신 몸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당신의 물은 흔하디흔한 바닷물.. 2021. 10. 17.
개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 한 때 참신하고 기발했던 작가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 개미 세계의 끝을 정복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끈질기게 조금씩 나아가는 이 정책은 개미들의 일반적인 철학, 즉 〈천천히 그러나 항상 앞으로〉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에 버금가는 집단지성과 문명을 이룩해낸 개미사회를 빗대어 인간 문명을 빗대어 보는 소설로, 기존 인간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와 사회화의 개념을 뒤집어 보는 참신한 발상의 작품입니다. 덕분에 저자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고, 특히 한국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게 됩니다. (다만 그 이후로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는지 전작의 아성을 넘는 것이 무리였는지 사골장인처럼 진부한 자기복제를 보여주는 모습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요.) 창세기 개미 문명은 어떻게 건설되었을.. 2021. 9. 27.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 서유럽판 신과 함께 서유럽 버전의 신과 함께 카롤린 : 그래, 오늘 당신의 운세는 뭐였어요? 아나톨 : 뜬금없는 말이었는데, 라나 뭐라나. 그래도 나쁜 얘기는 전혀 없었어요. 카롤린 : 운이 참 좋네요, 피숑 씨.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개미 시리즈와 죽음 정도밖에 읽어보질 못했는데요, (사골육수의 결정체인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제외했음) 2020년에 출간한 이 책은 마치 "신과 함께"의 유럽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단지 죽음에 이른자가 귀인이라는 설정 대신 판사출신의 주인공이 재판을 받는다는 점과 주인공의 재판과정 가운데 함께하는 인물이 강림도령, 해원맥, 이덕춘 3인방 대신 전부부였던 카롤린과 베르트랑이라는 점 정도의 차이가 있겠네요. 베르트랑 : 있잖아요, 피숑 씨, 충만한 삶의 끝자락.. 2021.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