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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삼십육계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라

by Caferoman 2024. 1. 26.

가까운 사람과 싸울 때는 우선 주변에 우호세력을 확보하라 : 삼십육계 제 23계, 원교근공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여 취하라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는 권력의 다툼이 있는 곳에 항상 반복되어 왔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과 친구를 구분하는 것은 그만큼 나라를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영역에 있어서도 항상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요, 삼십육계 제23계는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당장 경쟁해야 할 대상과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은 친구로 두어야 할 대상을 구분하는 원교근공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오늘의 친구가 다시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점을 전제로 하는 중단기적인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상 동맹, 혈맹을 외치며 여러 세력들이 결합하지만 그 이해관계가 끝나고 갈등이 생겼을 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돌아서는 모습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봤으니까요.

 

누가 적이며 누가 친구인가? 이것은 나라를 세우고, 자신의 기반을 확고하게 하고,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이루는 자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정확한 답을 알고 있으면 일의 반은 성공한 것이며, 답을 잘못 내었다면 일은 실패할 것이며 공(功), 신(身), 명성은 훼손되고 말 것이다.
- 책의 본문 중

 

전국시대, 진(秦)나라가 7국 중 가장 위상을 떨치고 있을 때 나머지 6국은 ‘합종’의 책략으로 공동으로 진(秦)에 대항하여 고립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제, 초, 연, 조, 한, 위 등은 적이 되었다가 또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때에 진나라의 범저(范雎)는 통일 대업을 위한 ‘원교근공(遠交近攻)’의 대전략을 세우고 적아를 분명히 합니다. 진나라의 판도에 가까운 나라는 적국으로 지정 점령해야 하는 대상이었고, 진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제후국들은 친구로 우호 관계를 맺어 근심을 덜기로 합니다. 그렇게 범저는 이전의 모호했던 적아 문제는 명료하게 정리합니다.

“위왕께서 진왕에게 화친을 구하라 하시면서 국서를 써 주셨습니다. 진과 위는 순치(脣齒)로 서로 의지해야 하며, 우호를 맺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승상의 고향에 대한 정을 움직여 간청하라 하셨습니다. 진왕에게 좋은 말로 화친을 구하시어 전쟁만은 막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대가 이번에 온 뜻을 내 알고 있소. 대왕께 아뢰겠지만 전쟁을 할 것인지 화친을 맺을 것인지는 대왕께서 결정하실 일이오. 그대는 물러가 기다리시오.”
범저의 머릿속을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위왕이 화친을 원한다면 이것을 미끼로 하여 위나라의 승상 위제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위제를 제거하고 나면 이것은 ‘부저추신(釜底抽薪)’과 같아 위나라를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책의 본문 중
“대왕, 신은 근공(近攻)은 공성(攻城) 탈지(奪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손자가 말하기를 ‘삼군의 기(氣)를 꺾어야 필패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먼저 위나라의 사기를 꺾기 위해 수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를 돌려보내 위왕으로 하여금 승상 위염의 목을 헌상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나라가 이렇게 한다면 이미 반은 망한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승상조차도 보호할 수 없는 나라는 종묘도 보호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 나라의 사신들 면전에서 수고의 추한 모습을 보이게 하고, 천하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위나라도 굴복하여 투항하는데, 어떤 제후국이 감히 진나라에 항거하겠습니까? 진나라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먼저 큰소리를 쳐서 상대를 압도시키는 근공전(近攻戰)이었다. 시세(時勢)를 만들고 그때를 정확히 맞추어 정기(旌旗)를 휘두르면 되는 일로, 나라를 빼앗는 일을 마치 주머니 속에서 물건 꺼내 듯했다.
- 책의 본문 중

 

범저라는 인물은 7국의 외교전에서 심리를 읽고, 눈치싸움을 하는데에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그렇게 눈치로 성공한 인물이니만큼 그 말로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고요.

 

격렬한 물이 빠르게 흘러 무거운 돌을 흐르게 하는 것을 세(勢)라 하며, 사나운 새가 빠르게 날아내려 낚아채는 것을 절(節)이라 한다. 전쟁을 잘하는 자는 세(勢)가 사납고 절(節)이 순간이다. 세(勢)는 잡아당긴 활과 같고, 절(節)은 발사된 쇠뇌와 같다. - 범저(范雎)

 

한 나라를 치려면 제3국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고, 개입하지 않으면 이익이 될 것이나 개입하게 되면 화(禍)를 면치 못할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원교근공의 계책을 완수합니다. 위협과 유혹을 동시에 사용해 3자의 개입을 막는 방식이었습니다. 

 

形禁勢格, 利從近取, 害以遠隔. 上火下澤.

 

형세가 지리적으로 제약을 받을 때는,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고,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은 해롭다. 불길은 위로 올라가고, 소택의 물은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혼란 국면에서는 종횡(縱橫) 패합(捭闔)으로 각자의 이득을 취해야 한다. 먼 곳을 공격해서는 안 되고 이익을 주어 서로 결맹하여야 한다. 가까운 곳과 교류하면 오히려 변(變)을 만들 수 있다. 범저의 계모는 지리(地理)에서 정해진 것으로 그 이치가 아주 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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