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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개발자 이야기 : 행복한 프로그래밍, 임백준 20년 전에 쓰인 개발자 이야기 10년이면 강산이 바뀌고 특히나 IT산업 분야의 경우 한 해가 다르게 급변하는 마당에 20년 전에 쓰인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저 또한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2023년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2003년은 제가 학부 전공 수업을 처음으로 듣기 시작한 해이네요. 당시 한국말로 쓰여있어도 알아들을까 말까 한 Data Structures(자료 구조론), 알고리즘,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이산 수학 등의 수업들의 원서를 보며 검은 콘솔창에 코딩을 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니 뭔가 옛 추억에 젖는 기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은 말하자면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머리를 벽에 찧어가면서 깨.. 2023. 7. 24.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사람들 feat. 아무튼 외국어, 조지영 외국어 3개월이라는 것은 바이엘 상권의 반절 정도의 진도에서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두는 것과도 비슷하다. 대략 악보는 볼 수 있지만(심지어 다장조), 피아노를 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싶은 바로 그런 무렵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이번에는 첼로를 해볼까 두리번대는 식이다. 제대로 마스터한 외국어는 없지만 이 언어 저 언어를 깨작깨작 거리며 배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뭔가 깨달음이나 꿀팁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같은 언어 덕후로서 즐겁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저 역시 저자처럼 이 외국어 저 외국어에 집적대며 외국어를 배워왔는데요, 그간의 대략적인 여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004 졸업/취업을 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 : 토익점수 700을 겨우 넘김 2005 - 2.. 2023. 6. 21.
스티븐 킹 스러운 글쓰기 강의 :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물론 쉽게 나처럼 많은 소설책을 팔아먹은 사람은 글쓰기에 대하여 ‘뭔가’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쉬운 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가령 샌더스 대령[‘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조리법 개발자-옮긴이]이 엄청난 양의 닭튀김을 팔아치웠지만 그 과정에 대해 알고 싶어 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주제넘게 글쓰기에 대해 말하겠다고 나서려면 적어도 대중적인 성공보다 더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 책의 본문 중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는 문형론, 구조론, 방법론 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의 초반은 글쓰기가 아닌 저자의 어린시절에서 시작한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거진 3할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처음.. 2023. 6. 15.
나가, 도깨비, 레콘 그리고 인간 : 눈물을 마시는 새 1, 이영도 서신의 아래쪽엔 서명 대신 기묘한 낙서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사빈은 고개를 들었고 그러자 성주는 설명했다. “키탈저 사냥꾼들의 사냥 기호야. 흑사자와 용(龍).” “흑사자와 용이오?” “둘 다 나가에 의해 멸종한 것들이지. 키탈저 사냥어로 읽으면 케이건 드라카가 되네. 그 친구가 사용하는 이름은 거기서 따온 걸세.” 소설에서 등장하는 첫번째 주인공은 나가를 잡아먹는 키탈저 사냥꾼 "케이건 드라카"입니다. 그 시작은 여느 판타지 소설에서 익숙한 종족으로 시작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인 타자(타이핑하는 자)의 또 다른 시리즈물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어서 등장하는 범상치 않은 종족들(도깨비와 레콘)을 통해 무언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서 묘사되는 나가라는 .. 2023. 6. 14.
어느 소심한 남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 : 마음, 나쓰메 소세키 소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 소심(小心).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마음(こころ)"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여기서 소심이란 소인배나 사소함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작음이 아닌 작지만 정교한, 그리고 사소해 보이지만 진중하고 응축된 뉘앙스의 소심이라고 할까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선생님의 존재는 사람에 대하여 마음을 닫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같으면서도 어떤 사연을 가지고 비련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이 선생님이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소세키의 소설은 분명한 표현으로 전하려는 .. 2023. 6. 8.
대화가 필요한 가족을 위한 간단 레시피 : 하브루타 디베이트 밀키트, 고현승 幼子 常視無誑 立必正方 不傾聽 아이들에게는 항상 속이지 않는 것을 보이며,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예기》, 〈곡례曲禮〉 이 책은 제목처럼 하브루타와 디베이트의 방식으로 가정에서 가족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론을 "밀키트"처럼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소 지인을 통해서 하브루타 대화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에 신간 소식을 접하게 되어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공자, 맹자도 제 자식 가르치는 것은 어려워 했다 공자가 일찍이 뜰에 홀로 서 있을 때, 아들 리鯉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공자는 ‘너는 시를 배웠느냐?’ 하고 물었다. 리가 ‘아직 못했습니다’ 하자,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들과 말을 할 수 없다’라고 가르쳤다. 리.. 2023.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