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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재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중 소학편 博學不敎 內而不出(박학불교 내이불출) 많은 것들을 폭넓게 배우되 설익은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 지식과 덕은 마음에 쌓아 갈무리하는 것이지,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예기禮記》, 〈내칙內則〉 논어, 대학 편에서 학문에 임하는 자세와 더불어 입신양명과 군자가 되기 위한 이정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었다면 소학편에서는 앞서 올바른 한 인간으로 바로 서기위한 가르침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학은 남송 시기 사람인 주자(朱子)와 그의 제자 유청지(劉淸之)가 함께 만든 책으로 주자가 쉰이 넘은 나이에 펴낸 아동교육서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자는 책의 서문인 〈소학서제〉에서 책의 취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옛날 아동 교육에서는 물 뿌리고 쓸고, 응대.. 2022. 11. 2.
보헤미안 렙소디와 이방인, 알베르 카뮈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온 것이다.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안나 카레니나, 설국, 마션(이건 개인적인 평가)등의 소설들과 같이 이방인 역시 명작소설의 불변의 법칙을 따르듯 : 첫 문장에서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그 차가움에 몸서리쳐질 만큼 냉소적인 서술은 지금 내가 읽기 시작한 책이 하드보일드 소설인가?라고 의심하게 될 만큼 음산하고 건조합니다. 서른 즈음, 삶에 굵직한 획이나 그럴듯한 Milestone 하나를 세워야 할 것 같은 보통 서른이 되기 전에 각자의 삶에 한 획을, 서구적인 표현으로는 Milestone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습니다.. 2022. 8. 18.
이탈리아어의 모체가 된 14세기 작가 : 클래식 클라우드 - 단테 21세기에 단테를 읽는 것은 고딕 양식의 대성당을 방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위용에 압도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곳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그곳은 집처럼 편안하지는 않지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대성당을 찾은 이와 단테의 독자는 곧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첫 번째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처럼 완전한 질서가 무한하고 오묘하며 놀라운 어떤 힘 그 자체인 신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 단테 편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유명한 아티스트, 소설가, 철학가, 음악가 등의 생애와 족적을 따라가 보는 시간여행이자 랜선 여행의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니체를 예로 들면 그가 교수로서 강단에 선 독일의 바젤대학교에서 시작하여.. 2022. 1. 28.
소설 속 유토피아는 정말 실현 가능할까 : 유토피아 - 토머스 모어 어디에도 없는 세상 : 유토피아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유토피아(utopia)는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만들어낸 말로, 처음에 라틴어로 쓰인 그의 저작 《유토피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주된 관심사가 철학이기 때문에 라틴어보다는 그리스어에 집중하고 있지요. 세네카나 키케로가 남긴 단편적인 글을 제외하면 철학에 있어서 라틴어로 기술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저 사람 생각이랍니다. 이 소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상적인 세상을 묘사하며 역으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실적인 세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나름 고급진 돌려까기라고 할수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왕들은 평.. 2022. 1. 12.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존재하고 경험하고 사랑하라" 독서노트 소유를 추구하는 삶 vs 존재를 추구하는 삶 사람이 생각해야 할 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자기가 어떤 존재인가이다.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위대한 ‘인생의 교사들’은 소유와 존재 사이의 선택을 사상의 중심 문제로 삼아 왔다. 붓다는 인간 발달의 최고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소유를 갈망하지 말라고 설파했다. 예수도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를 잃든지 빼앗기든지 하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누가복음 9장 24∼25절)’라고 가르쳤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아무것도 갖지 않고 자신을 열어 ‘공허(空虛)’로 하는 것, 자아(自我)에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정신적인 부와 힘을 달성하기 위한 .. 2021. 9. 5.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읽는 책 3 : 페스트 - 알베르 까뮈 독서노트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사람이란 기다림에 지치면 아예 기다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도시 전체는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살고 있었다. 1947년에 발표된 에서 묘사된 알제리 오랑시의 상황은 2020년 코로나를 상대하는 우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소설에서 역병에 의해 격리된 도시에서 그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성을 바라보듯 오늘날 우리 역시 코로나를 대하는 다양한(수고든/민폐든) 부류의 구성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의 생각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모든 일이 거기서만 끝났더라도 아마 그 일은 습관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제 이 질병이 진정되었다고 방심하던 찰나 몇 차례에 걸쳐 확산되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졌을.. 2021.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