幼子 常視無誑 立必正方 不傾聽
아이들에게는 항상 속이지 않는 것을 보이며,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예기》, 〈곡례曲禮〉
이 책은 제목처럼 하브루타와 디베이트의 방식으로 가정에서 가족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론을 "밀키트"처럼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소 지인을 통해서 하브루타 대화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에 신간 소식을 접하게 되어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공자, 맹자도 제 자식 가르치는 것은 어려워 했다
공자가 일찍이 뜰에 홀로 서 있을 때, 아들 리鯉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공자는 ‘너는 시를 배웠느냐?’ 하고 물었다. 리가 ‘아직 못했습니다’ 하자,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들과 말을 할 수 없다’라고 가르쳤다. 리는 물러나 시를 공부했다. 다음날 공자가 또 홀로 뜰에 서 있었는데 리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공자는 ‘너는 예를 배웠느냐?’ 하고 물었다. 리가 ‘아직 못했습니다’ 하자 공자는 ‘예를 모르면 몸을 바로 세울 수 없다’ 하므로 리는 물러나 예를 공부했다.
《논어》, 〈계씨〉
위 예문은 공자의 제자 진항이 공자의 아들 백어(리)와 나눈 대화인데요, 진항이 “당신은 아버지께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백어가 대답한 말입니다 여기서 진항은 하나의 질문으로 세 가지의 깨달음을 얻는데요 진항은 "시에 대해 듣고 예에 대해서 들었으며, 군자는 자기 자식에게 거리를 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맹자 역시 “군자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라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도리로 가르칠 텐데,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감정이 상하게 된다. 아들도 아버지가 화내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나에게 바른 도리를 가르치지만 정작 아버지의 행동은 바르지 않은 것 같구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자간에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는데 이는 옳지 않은 일이다.” 라고 답합니다.
이렇듯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군자여하를 막론하고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데요, 하다못해 본업에 치여사는 오늘날 엄마, 아빠가 자식과 대화를 통해 가르침을 전한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기에 이런 책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대화 :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방법
雖有佳肴, 不食不知其旨也.
雖有至道, 不學不知其善也.
是故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
故曰敎學相長也.
《禮記》, 〈學記〉
중국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학기(學記)〉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좋은 요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먹어 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극한 진리가 있다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배워 본 이후에 자기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며,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고 하는 것이다"라는 뜻을 가진 구절인데, 여기서 마지막 구문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교학상장, 즉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부르타 문답법을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지혜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 자체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교학상장이 아닐까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메뉴들
5. 청소년도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되는 걸까?
12. 가족 간에 고자질을 하면 안 되는 걸까?
14. 부모는 자식의 장래 희망을 결정할 수 있는 걸까?
23. 힙합 장르 음악을 들어도 될까?
31. 결혼은 꼭 해야 할까?
32. 먼저 놀리거나 시비를 건 친구를 때려도 되는 걸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들 중 나중에 아이가 좀 더 크게 되면 꼭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주제들이었습니다. 어쩌면 하부르타 대화법은 부모의 판단으로 답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더 큰 지혜를 선물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닐까요?
저자는 이 토론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노하우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 오류 가능성 인정하기 : 자신의 생각이(심지어 그것이 부모라도) 다르고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 적절한 리액션
- 대화의 시간을 자녀와 함께 결정하기
- 듣는 마음의 규칙 세우기
- 발언권은 자녀에게 먼저 주기
- 자녀와 동일한 대화의 점유율을 가지기
- 자녀의 침묵을 인정하기
정리해보면 하브루타식 대화법은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자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생각을 경청해주면서 아이의 내면에서 그 생각들이 정리되어지고 확장되어지도록 보조를 맞춰 그 과정을 함께해주는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와의 대화가 날로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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