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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 매미가 허물을 벗듯 몸을 사리며 위기를 넘겨라

by Caferoman 2023. 2. 28.

삼십육계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 내줄 건 내주고 우선 몸을 피하는 것이 상책일 때가 있다.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 매미가 허물을 벗듯 감쪽같이 몸을 빼 위기를 넘겨라

21계 금선 탈각은 명나라 시절(1449년) 몽골 계통의 오이라트와의 전투 도중 영종(정통제)가 포로로 사로잡힌 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으로, 토목보지변(土木堡之變) 또는 당시의 연호를 따서 정통지변(正統之變)이라고도 부릅니다.

문제는 이 때 잡힌 영종이 포로가 되면서 몽고인들의 돈줄이 됨과 동시에 몽고인들이 황제를 앞세워중원을 종횡무진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요.

황제의 부재로 새 황제로 세워진 황제의 동생이던 주기옥은 금선탈각(金蟬脫殼)의 계책을 통해 나라와 영종을 구하기로 합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아주 민감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변(不變)으로 만변(萬變)에 응해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자기방어가 되는 일이었다.
“교방에서 작창(作唱), 악공(樂工), 가공(歌工)이 아무리 고명하다 해도 박자가 어긋난다면 훌륭한 연주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선황의 부재인 상황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주기옥(경태제)의 입장에서 볼모로 있는 형의 귀환은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마냥 황제를 인질로 잡고 끊임없이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대의 패이스에 마냥 끌려갈 수도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아니옵니다. 신, 이것을 고본지계(固本之計)라 생각하옵니다.”
“말이야 그럴듯하군요. 내가 듣고 싶은 것은 그대에게 무슨 대책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고위경(以古爲鏡), 이사위훈(以史爲訓)해야 할 것입니다.”

우겸은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전국 시대 인상여(藺相如)는 성(城)과도 바꿀 수 없는 화씨벽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막강한 진(秦)나라에 저항했기에 화씨벽을 온전하게 보호하여 천고의 미담이 되었으며, 한나라의 유방은 항우가 볼모로 잡은 그의 부친을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웃으며 말하기를 ‘나에게도 국물을 나누어 달라.’고 하여 그 결과 유방의 부친은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사가들은 이런 유방을 불효자라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태후께선 이런 이야기들 속에 숨겨져 있는 함의(含意)를 잘 아실 것입니다. 신, 비상시국에는 사직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정이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예시엔을 좌절시키는 날, 황제께선 그때 살아 돌아오실 것입니다.”
- 책의 본문 중

 

雨帝雨帝, 城隍土地. 雨若再來, 還我土地.
(우제, 우제, 성황의 토지라네. 비 다시 오면 내 땅 돌려주마.)
주 : 우제(雨帝)는 여제(與弟)와 발음이 같으며, 동생에게 주라는 뜻이다. 성황(城隍)은 성왕(郕王)을 말한다. 재래(再來)와 환아토지(還我土地)는 복위(復位)를 뜻한다.
- 책의 본문 중

잠룡등천(潛龍登天) : 잠자고 있는 용, 승천하다

“짐의 길흉을 어서 말해 주시오.”
“잠룡물용(潛龍勿用)!”
“무슨 뜻이오?”
“《역경(易經)》에 나오는 말입니다.”
“선생이 짐을 위해 낸 점괘요?” 주기진이 묻자 동인이 설명했다.
“건괘(乾卦) 초효(初爻)에 이르기를, ‘잠룡은 쓰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주기진이 다시 물었다.
“무슨 뜻이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용의 덕을 지녔으나 물속에 잠겨 숨어 있느니라. 세상을 바꾸지도 않으며 이름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은둔해 있으니 번민이 없으며, 즐거우면 행하고 근심스러우면 행하지 아니하면 되느니라. 뽑아낼 수 없는 것 그것이 잠룡이라.’했나이다.”
“어찌되었든 폐하께선 용(龍)이십니다. 단지 잠시 못에 침잠해 계실 뿐이옵니다.” 동인이 일깨우듯 말했다.
“만약 은인자중하실 수만 있다면 도약하실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인(忍)이란 마음 위에 놓인 칼날이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얕은 물에 용이 노닐면 새우의 희롱을 당한다는 말이 있으나, 견뎌야 하시며 새우들과 어울리셔야 하옵니다.”
“좀 더 설명해 주시오.” 주기진은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소인의 말 많음을 허물하지 마소서.” 동인은 다시 머리를 숙였다.
“호인(胡人)의 손에 떨어지신 분은 지존이신 황제이오니 저들은 쌓아두면 돈이 되는 진귀한 물건으로 여길 것이옵니다. 이렇다면 폐하께선 영원히 돌아갈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폐위되신다면 이용할 여지가 없게 되어 호인들은 무가치하게 생각하여 폐하께선 어렵지 않게 금선탈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금선탈각(金蟬脫殼)…….”

결국 주기옥은 자신이 권력을 쥠과 동시에 포로로 잡힌 황제를 폐위시키면서 자신은 권력을 잡고 오이라트 입장에서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인질의 가치를 떨어뜨려 생환하게 하는 금선탈각의 계책을 통해 형인 영종의 생환에 성공하게 됩니다.

 

신문의 사회면에서 종종 압송되던 범인이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도주하였다는 ‘뇨둔(尿遁)’ 사건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꽤나 고명한 속임수로 먼저 감시자의 신임과 동의를 얻은 다음 화장실이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탈각(脫殼)하여 도망치는 것이다. ‘뇨둔(尿遁)’의 선배는 누구일까? 아마 유방일 것이다. 항우가 준비한 홍문연(鴻門宴)에서 유방은 희생되어야 할 새끼 양 같았다. 항우의 대장 항장이 손에 검을 들고 살기등등하여 난무(亂舞)를 치며 유방을 죽이려 하였을 때 장량은 유방을 측간에 가도록 하여 도망치게 한다. 술자리에서는 측간에 가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누구도 유방이 측간에 간다는 구실로 도망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방의 금선탈각은 초한 상쟁의 역사를 바꾸어 쓰게 했다.
- 책 중 저자의 해설

 

금선탈각은 도주와 퇴각에도 전략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껍질을 벗고 달아나는 상황이 되기까지 상대에게 의심받지 않도록 신임을 얻을 필요가 있고,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결국 형을 폐위시키고 황위에 오른 7대황제 경태제의 이후 결말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금선탈각의 계를 성공하는 당시 경태제의 지략과 결단력은 여러모로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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