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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 : 적의 내부를 혼란에 빠뜨린 뒤 공격하여 이익을 취하라

by Caferoman 2022. 6. 13.

진흙탕 속에서 혼란에 빠진 물고기를 잡는다 : 삼십육계 20계 혼수모어

혼수모어(混水摸魚) : 물을 흐리게 한 뒤 혼란에 빠지 물고기를 잡는다

혼수모어 본래의 뜻은 물을 흐리게 하여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지피지기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라면 혼수모어는 상대의 진영을 혼탁하게 하여 적의 내부에서 혼란을 꾀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태자가 책립되지 않아 조야가 혼탁한 물속처럼 되어 사람마다 흐린 물속에서 고기를 잡으려 더듬는 형국이 되었나이다. 일단 태자를 책립하여 공표하면 어느 누가 감히 제위를 넘보겠나이까? 태자의 책봉은 태평성세와 난세를 분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번 편은 북송 초대황제인 조광윤의 집권 시절 동생 조광의가 조광윤의 측근 세력들을 혼수모어의 계로 하나하나 제거해 가며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에 성공한 이야기입니다. 조광윤의 경우 초대 왕조를 건국하고 그 기틀을 잡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아직 불안정했던 내부 세력을 다잡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하여 조광윤의 계략에 당하게 됩니다.

 

조빈이 소매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올렸는데 금낭이었다. “요행 금낭을 사용할 일이 없었나이다.” 작년 강남으로 출정을 떠날 때 조광윤이 조빈에게 직접 내리며 여러 장군들이 명에 따르지 않을 때 금낭을 열어 ‘선참후주’하라 하지 않았던가. 당시 장군들은 안색이 변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대신들 또한 전율하지 않았던가. 조광윤은 금낭을 열고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들고 웃으며 말했다. “경들은 보시오. 이것은 작년 짐이 내린 선참후주하라던 칙서요.” 대신들은 목을 빼고 보다가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무슨 성지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아무런 내용도 없는 백지였던 것이다. 평소 웃음이 없는 반미도 그만 웃고 말았다. 무슨 일이든 놀라지 않던 조빈은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내심 금낭을 받을 때 열어 보았더라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광윤은 득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치국과 치군에 인명을 경시하지 않았소. 어찌 ‘선참후주’의 칙서를 내릴 수 있겠소.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군령이 서지 않을 수 있기에 궁여지책을 쓴 것이오.”

 

흙탕물에서는 연어와 잉어를 분별할 수 없다

“혼수(混水)에서 연어와 잉어를 분별할 수 없으나 물이 맑아지면 알 수 있는 법이오. 경이 오래도록 절개를 지켜 대송(大宋)을 안정시키는 큰 공을 세웠으며 짐을 저버리지 않았소. 짐 또한 경을 저버리지 않고 부귀를 보장했으며, 앞으로도 보장할 것이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향해 현외지음(弦外之音)을 말한 것이지만 서로 못들은 척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서 숨겨진 무엇인가를 찾으려 했지만 한 번 흘낏 보고 말았다.

 

강바닥을 이리저리 휘저으면 숨어 있던 물고기들이 순간적으로 흙탕물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게 되어 그물 없이 맨손으로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물이 혼탁해지면 물고기는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 혼수모어의 전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乘其陰亂 利其弱而無主.
隨, 以向晦入宴息.
혼란한 틈을 타라. 적이 약하고 주인이 없는 것을 이용하라.
수(隨)란 어둠이 내리면 안식에 드는 것을 말한다.

 

혼수모어(混水摸魚)는 적을 공격할 때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부 조직이 내란에 빠졌을 때 '혼탁한 물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맑아지게 마련이다.'라는 사실만 명심하면 반드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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