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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 적의 기세를 꺾은 다음 공략하라

by Caferoman 2022. 5. 23.

적의 기세를 제압하려면 우선 아궁이의 장작을 빼내어라 : 삼십육계 19 부저추신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 강한 적은 상대의 약점을 찾아 기세를 꺾은 다음 공략하라

이소는 장군들을 인솔하여 한 주방으로 갔다. 이곳은 대군(大軍)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으로 벽을 따라 부뚜막이 길게 늘어서 있고 커다란 가마솥과 작은 솥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 개의 가마솥 밑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으며, 솥 안에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장군들은 무슨 영문이지 몰라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소가 자신들을 무슨 의도로 이곳에 데려와 끓고 있는 가마솥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소는 웃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영문을 모른 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군들을 향해 두 가마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두 개의 가마솥으로 우리 관군과 회서의 반군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 등장하는 19번째 전략 부저추신은 당 헌종 즉위 시절, 안사의 난으로 낙양에서 황제를 칭한 반군에 의해 국운이 흔들리던 시절 각개격파를 통해 반군을 진압한 책략가 이소(李愬)라는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반란세력인 절도사들은 혼인 등으로 서로 연결하여 조정에 하나같이 대항하고 있었으며 당시 이소 휘하의 10만 관군과 오원제의 10만 반군은 막상막하의 형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소는 맹렬한 공격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하며 적의 세력을 하나하나 빼내어 아군의 세력으로 흡수하는 부저추신의 계략을 통해 반란세력을 진압한 이야기입니다.

 

이소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두 개의 가마솥 옆으로 늘어서 있는 작은 솥들을 보고 나서 다시 말했다.
“저 10개의 작은 솥들은 아군이 공격하여 취한 양성, 엽현, 노산, 무양, 서평, 문성, 흥교, 오방 등이라 할 수 있소.” 모두들 이소가 손을 따라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10개의 작은 솥에는 불이 없었다. 이소가 친히 가마솥의 아래에서 불이 붙은 장작들을 하나씩 꺼내어 작은 솥들 밑에 넣자 가마솥 아래에 있던 불길이 점점 약화되더니 결국은 부글부글 끓던 물이 멈추는 것이 아닌가. 이소는 다시 다른 가마솥 아래 타고 있던 장작들을 빼내어 10개의 작은 솥 아래에 밀어 넣었다. 끓던 물이 역시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10개의 작은 솥 안에 있던 물들이 끓기 시작했다. “아군이 공격하여 취한 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군은 대량의 병력을 나누어야 할 뿐만 아니라 투항한 회서 군을 투입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가마솥 아래에서 타고 있는 장작을 빼내 작은 솥들의 물을 끓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이우가 홀연 깨달은 바가 있어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알고 보니 통수께서는 ‘부저추신(釜底抽薪)’의 계책을 쓰시고 계셨습니다.” 이소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군의 연합세력들을 하나하나 회유해 가며 흡수할 수 있었던 부저추신의 선결조건은 첫번째는 이소가 전쟁 초반에 연이어 승리하면서 앞서 기선을 잡았다는 점이며, 이미 투항한 장사들에게 존중과 중용을 베푼 것이 그 두 번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연이은 승리에 되찾은 적성(敵城)이 과도하게 많은 상황에서 병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고 기동 병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이소는 빼앗은 땅을 적에게 돌려주어 적병을 분산시키는 묘용(妙用)을 통해 해결합니다. 결국 이소는 ‘부저추신’의 책략으로 회서를 평정하여, 이어 사방의 번진들이 연이어 투항하게 합니다.

 

이 가지는 세가지 어려움

《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篇)>에 이르기를, 군주 때문에 군(軍)이 갖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군주가 삼군이 진격해서는 안 될 때 이를 모르고 진격 명령을 내리고, 삼군이 후퇴해서는 안 될 때 이를 모르고 퇴각 명령을 내리는 일로 이는 곧 군사 행동을 속박하는 일입니다.
둘째는 삼군의 일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행정에 간섭하여 병사들을 혹하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삼군의 권모술수를 모르면서 삼군의 지휘에 간섭하여 병사들을 의심하게 하는 일입니다. 삼군이 혹하고 의심하면 제후들이 공격해 오는 재난을 맞이하게 된다 했습니다. 이것은 곧 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승리를 적에게 내주는 일이라 했습니다.

 

이소의 전략이 성공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데에는 사람을 쓰기로 한 이상 그를 믿어주고 의심하지 않고 모든 판단과 권한을 위임한 헌종의 결단력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만약 군주가 전장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하고 주위의 감언이설에 휘둘려 감 놔라 배 놔라 했다면 이 계략 또한 충분히 실패로 끝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장사들은 이소의 친근함과 겸손에서 장군의 위엄이나 엄정함이 없음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이소가 비록 이성의 아들이긴 하나 이름도 없던 태자첨사가 아니오. 통수로서 위엄도 없고 군을 다스리는 엄정함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삼군을 호령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 우리 시험 삼아 영을 어기고 그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봅시다.”
다음 날 이들이 아침 점호에 나가지 않고 후화원에서 한담하고 놀고 있자 이소가 이 사실을 알고 사람을 보내 불러와 영을 왜 어겼는지 물었다. 사용성이 대담하게 대답했다.
“말장은 통수께서 위엄을 보이지 않기에 삼군이 영을 듣지 않을 것이라 여겨 영을 어겼습니다.”
이소가 정색하고 말했다.
“내 통수로서 위엄을 부리지 않는 것은 장사들과 동고동락하고 상하 일체로 한마음이 되기 위한 것이오. 내가 바라는 것은 장사들이 스스로 군기를 준수하고 자신들을 단속하는 것이오. 나의 무기는 적을 참살하는 것이지 형제들을 참살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오. 내 군정(軍政)의 엄정함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전략일 뿐이오. 두 분께서 군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죽일 수도 있으니 이제 알았으면 가서 소임을 다하시오.”
이들은 이소가 어질고 덕이 있으면서도 군을 다스림과 작전에 어떤 계획이 있음을 느끼고 부끄러워했다.

 

전지약간(剪枝弱幹) : 가지를 잘라 줄기를 약하게 만들다

이우는 이소가 사람을 대하는 데 예로 대한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원제는 어떤가? 이기면 얼굴에 웃음을 띠지만 승직도 상금도 없지 않은가. 싸움에 지면 원인을 살필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장군들을 욕보이는 일이 예사였다. 옛말에 선비는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군령을 범한다면 참할 일은 참해야 할 것이며, 벌을 내릴 일이면 벌을 내려야 군령이 산과 같은 무게를 가져 전군이 일치할 것 아닌가.

 

이소는 반군을 각개격파하는 과정에서 투항한 병사와 장군들이 투항한 이상에는 예(禮)와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위로하여 편한 마음을 갖도록 대했으며 거짓으로 투항했다 해도 환대하여 군중에 해가 된다면 조치를 취하면 되고, 수장이 된 자는 이런 거짓 투항에 잘 방비하며 반군 세력을 흡수합니다.

 

 

최상의 방법은 적의 책략을 치는 것이며, 그다음은 적의 외교를 치는 것이며, 그다음은 적의 군대를 직접 쳐서 봉쇄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끓는 물을 그치게 하려면 불을 없애야 한다. ≪여씨춘추≫

 

역사상 부저추신의 또 다른사례로 저자는 초한 대립 시절 항우의 휘하에 있던 진평(陳平)을 꼽고 있습니다. 그는 항우가 인물이 아닌 것을 알고는 유방의 사람이 되어 한신과 장량을 한영(漢營)으로 끌어들이고 초영(楚營)의 범증과 종리매 등을 이간시키는 데 성공하는데, 진평이 먼저 빠져나와 다른 사람들을 빼내고 남은 사람들을 이간질시키자 항우의 기세가 꺾이고 말았던 또 다른 부저추신의 사례는 책략으로 힘을 이겨낸 묘수로 볼 수 있습니다.

 

不敵其力, 而消其勢,
兌下乾上之象.
힘 있는 적과 싸우려하지 말고 적의 기세를 소진시켜야 한다.
태괘가 아래에 있고 건괘가 위에 있는 형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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