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설에세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읽는 책 3 : 페스트 - 알베르 까뮈

by Caferoman 2021. 8. 20.

독서노트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사람이란 기다림에 지치면 아예 기다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도시 전체는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살고 있었다.

1947년에 발표된 <페스트> 에서 묘사된 알제리 오랑시의 상황은 2020년 코로나를 상대하는 우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소설에서 역병에 의해 격리된 도시에서 그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성을 바라보듯 오늘날 우리 역시 코로나를 대하는 다양한(수고든/민폐든) 부류의 구성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의 생각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모든 일이 거기서만 끝났더라도 아마 그 일은 습관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제 이 질병이 진정되었다고 방심하던 찰나 몇 차례에 걸쳐 확산되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졌을 때 <페스트>의 여러 구절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리석은 일은 항상 악착같다.
사람들이 늘 자기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민들은 모든 사람처럼 자기들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 가운데 드러나는 인간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양극단에 다다릅니다.

신을 믿으시나요?

“선생님은 신을 믿으시나요?” 질문은 역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리외가 좀 망설였다.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이 보려고 애쓴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특이하게 보이지 않게 된 지 벌써 오래입니다.”

코로나를 통해 재조명/위축된 종교행사와 그 모임들은 어쩌면 이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하게되는/해야하는 위기이자 기회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 가운데 종교가 주는 유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오프라인으로 만나야만 '진짜'라고 취급하던 그 모임과 형식에 대해서 재고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거기서 신은 반대로 우리를 고통의 담 밑으로 몰아넣고 계시다.
우리는 그러한 담 밑에서의 죽음의 그늘을 헤치고, 우리의 이익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신 앞에 선 단독자'가 될 것인가 '신을 초극한 자'가 될것인가? 아니면 '신에게 더욱 의지하는 자'가 될 것인가?
오랑시의 작중 인물들의 고민과 마찬가지고 질병에 무기력한 개인을 바라보며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의 질서는 죽음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이상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기를,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 하늘을 우러러볼 것 없이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시기를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만...
이제는 익숙한 습관이 되어버린...
오전 11시가 되면 업데이트 되는 어제의 확진자수를 검색해 봅니다.
그 숫자 몇자리에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극복될 질병이지만 그 언제가 언제일지 모름에 답답해 하면서
까뮈의 한 구절을 오늘도 음미해봅니다.

시내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환호성을 들으면서 리외는 그러한 기쁨이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몇십 년간 가구나 속옷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을 수가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헌 종이 같은 것들 틈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아마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일러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고
어떤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에 스포를 하자면 이 소설을 읽고난 뒤의 감상은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라는 점입니다.
한명 한명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 위기또한 마침내 이겨내는 그날이 속히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 <페스트>를 다시 펼쳐봅니다.

함께하기 좋은 것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 현상을 문학을 통해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인문학이나 과학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따라 이 소설은 그 수많은 갈래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질병과 재난에 대응하는 인간성을 좀 더 탐구해 보고 싶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 <신더 - 마리사 마이어> 를
동시대를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통찰을 희망한다면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 김용섭> ,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 백상경제연구원> 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희망하시는 경우 <바이러스 쇼크 - 최강석>를 추천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