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스토리텔링 문법
“쾅하는 순간에는 공포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순간을 예상하는 동안에만 공포가 일어난다”
-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뇌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흥미로운, 잘 팔리는 이야기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원칙이 스토리텔링에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또한 사람의 오묘한 심리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에 사각형 격자를 보여준 다음, 사각형 다섯 개를 누르라고 지시했다. 첫번째 집단에는 사각형을 누를 때마다 동물 한 마리의 전체 모습을 다 보여주고, 두번째 집단에는 일부분만 보여주었다. 이때 사각형을 더 누르면 큰 그림의 다른 일부분이 나타났다. 두 번째 집단은 필수로 눌러야 하는 다섯 개를 다 누르고도 그림 속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드러날 때까지 계속 사각형을 누를 가능성이 더 컸다. 참가자들이 보여준 실험 결과에 따르면 뇌는 ‘불완전한 정보 세트’가 주어질 때 즉흥적으로 호기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은 이 실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질문에도 정보의 격차를 메우려는 성향이 있다.”
누군가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정보를 조각내어 조금씩 이를 제공하는 기법만으로도 사람의 충분한 주의와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른 실험에서 한 집단에는 사람의 신체 중 손과 발과 몸통을 찍은 세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두 번째 집단에는 두 부위를 보여주고 세 번째 집단에는 한 부위를 보여줬으며, 나머지 집단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신체 일부 사진을 많이 본 집단일수록 사진 속 사람의 전체 모습을 보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로웬스타인은 “호기심과 지식 사이에는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어떤 수수께끼에 관한 정황을 더 많이 알수록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초조함도 커진다는 말이다. 이야기의 실체가 더 많이 드러날수록 점점 더 궁금해진다.
세상에는 색이 없다.
세상에는 색이 없다. 원자는 무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색은 눈 안의 세 가지 추상체, 곧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의 혼합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사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의 왕국에서 상대적으로 결핍된 종이다. 일부 새에게는 추상체가 여섯 개가 있고, 갯가재에게는 열여섯 개가 있으며 벌의 눈은 하늘의 전자기 구조를 볼 수 있다. 이런 동물들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세상에 비하면 인간의 상상력은 빈곤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색은 문화에 의해 조정되기도 한다. 러시아인들은 어릴 때부터 파란색을 두 가지로 보도록 길러져서 여덟 색깔 무지개를 본다. 결국 색은 뇌에서 만든 인공의 배경일 뿐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수백만 년 전부터 잘 익은 과일을 식별하기 위해 사물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는 이론이 있다. 색은 우리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세계를 더 잘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색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인간이 빨강,초록,파랑이라는 세개의 추상체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타나는 결과임을 말하며 동시에 저자는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문화에 의해 학습되는 영역임을 강조합니다. 지금 쓰고 있고 읽고 있는 포스팅 또한 활자정보가 신경계 모형으로 변환되어 받아들여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우리는 독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뇌는 외부 세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받아서 신경계 모형으로 변환한다. 책의 글자를 눈으로 훑으면 글자에 내포된 정보가 전기 파장으로 변환되고, 뇌가 그 파장을 받아 글자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모형을 생성한다. 책에 적힌 단어들이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 문을 묘사하면 독자의 뇌에서도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 문 모형을 생성하는 것이다. 독자는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본다.’ 마찬가지로 책 속의 단어들이 무릎이 뒤집혀 달려 있는 키 3미터의 마법사를 묘사한다면 독자의 뇌는 무릎이 뒤집혀 달린 키 3미터의 마법사의 모형을 생성한다. 독자의 뇌는 작가가 원래 상상한 모형의 세계를 각자 다시 구축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진정한 작업은 예술을 수용하는 사람의 의식에서 그 자신과 예술가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문법은 뇌에 언제 어떤 대상의 모형을 구축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제인이 새끼고양이를 아빠에게 주었다(Jane gave a Kitten to her Dad)'와 같은 타동구문이 ‘제인이 아빠에게 새끼고양이를 주었다(Jane gave her Dad a kitten)’와 같은 이중타동구문보다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가 제인을 먼저 떠올리고 그 다음에 고양이를 떠올리고 그 다음 아빠를 떠올리는 과정은 독자가 모형을 만들어야 하는 실제 현실의 행동을 모방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끔찍하다’고 말하지 말고 독자가 끔찍하게 느끼도록 묘사하라. ‘기쁘다’고 말하지 말고 독자가 읽고 ‘기쁘다’고 말하게 만들어라.” - 『나니아 연대기』 저자 C. S. 루이스
우리의 언어를 분석해 보면 우리는 말이나 글로 10초마다 한 개 정도의 은유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이 은유적 사고에 익숙해서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그는 거친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 “그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보다 촉감과 관련된 신경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그녀는 막중한 짐을 짊어졌다”라는 문장을 읽으면 “그녀는 부담을 느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보다 신체 운동과 연관된 신경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만약 인과관계가 없는 여러 상황이나 장면들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 우리의 뇌는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의 관계를 머리속에 만들어내어 구조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면의 배치 순서만으로도 전혀 다른 문맥과 정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명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수프 그릇과 관 속의 죽은 여인과 장난감 곰을 가지고 노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화면과 각각 연결했다. 그런 다음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과 각 화면을 연결한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결과는 굉장했다. 관객들이 배우의 연기를 극찬했다. 관객들은 수프도 잊은 채 수심에 잠긴 배우의 감정을 언급하면서 그가 죽은 여자를 바라볼 때 보여준 깊은 슬픔에 감동했고 놀고 있는 소녀를 보면서 짓는 경쾌하고 행복한 미소에 감탄했다. 하지만 세 장면에서 배우의 얼굴은 정확히 동일했다. - 20세기 초 소련의 영화감독 프세볼로트 푸도프킨, 레프 쿨레쇼프
다섯가지 성격에 따른 인물 구분
이 책에서는 작가들에게 유용한 인물설정 도구로 다섯가지 영역으로 성격을 측정하여 두드러진 각 영역에 따라 아래와 같이 인물을 구분하였습니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사교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관심과 감각을 추구한다.
신경성이 높으면 불안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우울과 분노 수준이 높고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호기심이 강하고 예술적이고 감정적이며 새로운 경험을 쉽게 받아들인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겸손하고 호의적이며 남을 잘 믿는 데 반해,
친화성이 낮은 사람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공격적인 편이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질서와 규율을 선호하고 고된 일과 의무와 위계질서에 가치를 둔다.
신경성(높음) : 미스 해비샴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신경성(낮음) : 제임스 본드 (〈카지노 로열〉, 이언 플레밍)
외향성(높음) : 배스의 여인 (『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
외향성(낮음) : 부 래들리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개방성(높음) : 리사 심슨 (〈심슨 가족〉, 맷 그레이닝)
개방성(낮음) : 톰 뷰캐넌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친화성(높음) : 알렉세이 카라마조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친화성(낮음) : 히스클리프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성실성(높음) : 안티고네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성실성(낮음) : 이그네이셔스 J. 레일리 (『바보들의 결탁』, 존 케네디 툴)
헐리우드식 플롯 : 5막 구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서론-본론-결론'의 3막구성이나 이나 '기-승-전-결'의 4막 구성처럼 헐리우드 작품에는 어느정도 검증된 일정한 5막 구조가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요. 이 5막 구조를 보다보니 "어, 그러고 보니 수많은 미드와 시리즈 물이 각 편마다 이 구조를 따르고 있네?"라며 어느정도 기존 작품을 정형화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연속적인 사건으로 구성된다. 시트콤에서는 이야기 사건이 주로 한 에피소드의 도입부에 나온다. 다음으로 인물들이 사건의 여파를 다루면서 변화의 기회를 얻고(사실은 아무도 변화하지 않는데, 이것이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다.) 결말에 가서야 모든 상황이 정리된다. TV 드라마에서는 이야기 사건이 대개 한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나온다. 이를 ‘클리프행어cliiffhanger’라고 하는데, 시청자를 계속 잡아두는 장치다.
1막 : 이게 나다. 그런데 통하지 않는다.
2막 : 다른 방법이 있는가?
3막 : 있다. 나는 변화했다.
4막 : 그런데 나는 변화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가?
5막 :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뭔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과 뭐가 그리 다른가 싶기도 하지만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장편 시리즈물의 경우 각 회마다 위의 구조를 지키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이탈을 막는방법으로 위 플롯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왕좌의 게임,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시리즈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경우가 확실히 위 문법에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저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의 전반부가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반면 뒷부분에 스토리텔링의 실제적인 기법과 사례를 다루는 부분은 조금 뻔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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