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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 훌륭한 글은 쓰는 사람의 인품으로 완성된다

by Caferoman 2021. 9. 2.

독서노트

글에 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자신 없다고 하는 사람 대부분은 전자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명문을 쓸까 하는 고민인 것이다. 이런 고민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감만 키울 뿐이다.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앞서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훌륭한 글이 가능했던 두 대통령

故 김대중 대통령과 故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참여했던 강원국 씨가 쓴 글쓰기에 관련된 책입니다.
처음엔 단지 '대통령 연설문을 쓰려면 대체 얼마나 잘써야 하는가?'라는 호기심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오히려 문장으로 완성하는 과정보다 그 문장이 나올 있었던, 나올만한 인품을 갖추셨던 두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내가 잘 알아야 남을 설득할 수 있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공부였고, 현안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설문은 진실해야 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의지가 없어지고 만다. 나는 내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삼인〉

 

마찬가지로 좀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에 비법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욕심의 기대와는 달리,
훌륭한 글을 쓰려하기 앞서 훌륭한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라는 다소 허무한 깨달음을 얻었네요.

 

삼다 : 다독,다작,다상량

글을 잘 쓰려면 삼다三多,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해야 한다 - 송나라 구양수歐陽脩

...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다상량에 대해선 갸우뚱했었다. 우선, 상商과 양量이란 한자 사용이다. 상인할 때 상商, 수량할 때 양量이 아니다. 헤아릴 상商, 헤아릴 양量이란 뜻으로 쓰였단다. 헤아리고 또 헤아려? 전심을 다해서 몰입하란 뜻일 것이다. 노 대통령 역시 글쓰기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했다. 독서, 사색, 토론이다. 대통령은 바쁜 청와대 생활에서도 반드시 짬을 내서 책을 읽었다. 청와대 참모는 물론 학자, 관료, 시민단체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했다. 이 모두가 글쓰기와 무관하지 않다. 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사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글을 쓰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결국 글의 재료로써 충분한 독서가 필요하고, 숙련도와 정교함을 키우기 위한 많이 쓰기가 필요하며, 결국 글이라는 것이 정리된 생각의 표현이기에 충분한 생각을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이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 그동안 읽었던 내용을 헤아려 볼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일본에 대해서 한마디 꼭 충고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흔히 지각없는 국민이 하더라도, 흔히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정부가 절제할 수 있게 일본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이상의 말씀은 더 드리지 않겠습니다.” - 노무현, 2004년 3.1절 기념사 중

 

이 책에서 예시로 다양하게 등장하는 두 대통령의 연설들을 보면 글의 기교나 완성도에 앞서 말하는 자의 품위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

 

연설문을 통해서 회상해 보는 두 대통령

연설문들을 통해 나에게 아직 투표권이 없던 시절 뽑힌 두 대통령의 신념과 정치 철학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닥치고 정치> 에서 김어준이 언급 했던 내용이 정확히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과 일치하는것 같습니다.

 

김대중은 너무 늦게 대통령이 됐고, 노무현은 너무 일찍 대통령이 됐어.
그리고 노무현은 너무 일찍 가버렸고, 김대중은 너무 기력이 없었어. - 닥치고 정치,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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