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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feat.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바닷가재)

by Caferoman 2021. 10. 5.

독서노트

12가지 인생의 법칙 - 조던 피터슨

 

예사롭지 않은 글의 구성력과 그 전개

제목부터 유행을 심하게 타는 자기개발서, 힐링서적의 느낌이 강하게 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정작 그 내용은 '뻔한 좋은말','값싼 위로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인해 접하게 된 작가인데,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치성향과 페미니즘 및 PC 운동(Political Correctness Movement)등에 대한 극단적인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문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책의 첫번째를 장식하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라는 명제 자체는 상투적이지만 그 챕터 속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된 골격이 되는 바닷가재 이야기는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바닷가재 이야기

바닷가재는 먼저 새로운 지역을 탐색한다.
세세한 지형을 파악해 피신처로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다.
이런 식으로 바닷가재는 새로운 지역에 대해 많은 것을 학습하고 머릿속에 기억해 둔다.

좋은 은신처를 찾아 탐험하는 바닷가재들은 결국 서로 마주친다.
학자들은 외톨이로 자란 바닷가재도 다른 바닷가재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바닷가재는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접근한다.

집게발을 크게 벌리고 상대 다리나 더듬이 혹은 눈자루같이 튀어나온 부분이나 약한 부분을 움켜잡으려 한다.
상대방을 움켜잡는 데 성공하면 잽싸게 뒤로 물러서며 집게발로 그 기관을 뜯어내려 한다.
분쟁이 이 단계에 이르면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
패자는 거의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패자가 승자 영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만다.

 

싸움에서 패한 가재

싸움에서 패배한 바닷가재는 더 싸우려 들지 않는다.
싸우는 동안 보여 준 패기 넘치는 공격성은 사라지고,
다른 적은 물론 예전에 이겨 본 적하고도 싸우려 하지 않는다.
패배한 경쟁자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는다.
그런 상태가 며칠씩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영역을 지배하던 바닷가재가 패배하면 그 바닷가재의 뇌 구조는 완전히 해체되어 약자에 적합한 새로운 뇌가 만들어진다.

 

뇌 화학(brain chemistry)

즉 신경 화학적 관점에서 패배한 바닷가재와 승리한 바닷가재는 크게 다르다. 이런 차이는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바닷가재가 자신만만한 모습인가 아니면 위축된 모습인가는 신경 세포의 교감을 조절하는 두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과 옥토파민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옥토파민 비율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옥토파민 수치가 낮은 바닷가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도전을 받아도 움츠리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바닷가재의 몸을 유연하게 만든다. 유연한 바닷가재는 부속 기관들을 쭉 뻗어 더 크고 무섭게 보일 수 있다. 방금 싸움에 패한 바닷가재에게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다시 승자에게 덤벼들어 예전보다 더 오래, 더 치열하게 싸운다.

 

바닷가재 이야기가 도대체 인생 법칙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첫째는 바닷가재가 이런저런 모습으로 3억 5000만 년 넘게 이 땅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3억 5000만 년은 정말 긴 시간이다.

예를 들어 공룡은 6500만 년 전 멸종될 때까지 약 2억 년을 살았다. 지구에 등장한 지 30만 년밖에 되지 않은 인간에게 공룡이 살던 2억 년의 시간은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산 공룡도 바닷가재에게는 한때 반짝했다가 사라진 뜨내기에 불과하다.

바닷가재의 자세와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화학 물질 세로토닌부터 살펴보자. 서열이 낮은 바닷가재의 세로토닌 수치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서열이 낮은 인간 역시 그렇다. 세로토닌 수치는 패배할 때마다 더 낮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고,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뜻이다. 육체적으로도 더 힘들다. 서열 구조가 낮을수록 수시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사건은 대부분 좋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나 갑각류나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행복감이 떨어지고, 고통과 불안이 증가하며,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지고, 오래 살 확률이 낮다. 서열 구조 상위 집단은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질병과 고통을 겪을 확률이 낮으며, 수명도 길다. 절대 소득이나 음식물 섭취량 등 다른 변수가 같아도 서열과 세로토닌 수치에 따라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승리를 경험한 바닷가재처럼

만약 당신이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처럼 축 늘어진 자세로 다니면 사람들은 당신을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과 갑각류가 모두 가지고 있는, 뇌 속 가장 깊숙한 곳의 서열 계산기도 당신의 서열 순위를 낮게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 나오는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행복감이 떨어지고, 불안감과 슬픔은 커진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 패배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서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최고의 기회를 얻으며 건강하고 매력적인 배우자를 만날 확률도 줄어든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알코올을 남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심장 질환이나 암,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어느 면으로 보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도 바닷가재처럼 자세와 겉모습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따라서 패배자의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도 당신을 패배자로 취급한다.
반대로 당신이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 역시 당신을 다르게 보고 그것에 맞게 대우한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 조던 피터슨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짧은 서평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당당한 자세에서 강인한 정신이 나온다는 진리를
이 책은 낮선 바닷가재이야기로 시작해서 승리와 패배에 직면하는 인간의 모습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어? 이거 과학책인가? 내가 책을 잘못 골랐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이 책의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초반 챕터에 있는 내용들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를 기억하라. 바닷가재는 3억 5000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삶의 지혜를 알고 있다. 똑바로 서라! 가슴을 펴고! - 12가지 인생의 법칙 - 조던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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