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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ch.1 : 역사/경제

by Caferoman 2021. 8. 4.

독서노트

인문학,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현대 철학의 거물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책 《철학적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다. 바로 공통분모다. 그리고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당신과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우리는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책의 서문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문학, 교양의 개념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내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공통분모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지요. 단순히 타인에 비해 지적인 우월감을 느끼거나 단순한 앎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 인문학의 목적이 아님을 표방하며 보다 실용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자세로 인문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섯단계로 구분하는 역사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각각의 시대는 특성에 따라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름이 있다.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가 그것이다. 현대에만 이름이 없는 것은 특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현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전체적인 특징은 현대 사회의 끝에서 돌아볼 때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미완이다.

 

이렇게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 익숙한 방식은 우리에게 공산주의 혁명가로 알려진 마르크스의 역사 발전 5단계설에서 기인한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면서 역사가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를 지나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내적 모순으로 붕괴된 이후에는 경제적 평등이 실현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현시점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 예견은 빗나간 것처럼 보인다. 공산주의라 부를 수 있는 사회를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현존하는 공산주의 사회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현대에 들어서 공산주의는 실패한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공산주의의 망령"이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가 흔히 역사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원시 시대 - 고대 시대 - 중세 시대 - 근대 시대 - 현대 시대"라는 개념이 마르크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랍네요.

 

자본주의의 특성 : 구입하려는 욕구보다 생산된 물품이 더 많은 상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전쟁과 유행은 자본주의라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라 할 수 있다. 전쟁이 공급과잉의 문제를 단번에 해소하듯, 유행은 필요를 뛰어넘는 막대한 소비를 창출해서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옷과 핸드백들이 매년 옷장 구석에 쌓여가거나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전쟁과 유행이 없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 관점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에서 정의하는 기아의 원인과 형태를 구분하는 관점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결국 인간의 욕망이라는 원천에서 자본주의성도, 기아도 존재하고 성장하기 때문이지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생산수단의 개인적 소유를 인정하는지의 여부’가 된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 잉여생산물 모두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체제다. 공산주의는 잉여생산물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지만, 생산수단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체제다.

 

공산주의의 실패 원인

첫 번째로 인간 본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추구할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그러한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본능적으로 계급과 서열을 중시한다. 다수가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라도 소수가 불평등을 추구할 때, 그 사회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공산주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고자 한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낙관적이고 불가능한 전제에서 시작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생산수단의 국유화가 일으키는 문제점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국가’라는 개념이 실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관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을 소유하고 결과물을 분배하는 존재는 지극히 구체적인 사람이다. 즉, 국유화된 생산수단을 관리하는 소수가 권력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가 추구하는 모든 노동자에 의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실현되지 않는다. 국가의 이름으로 국가 전체의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는 독재자가 필연적으로 탄생할 뿐이다.

 

정부 주도 계획경제의 실패

공산주의는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해서 경제 전체를 이끌어가는 체제다. 복잡하고 예민한 시장의 상황을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위험을 수반한다. 판단의 실수, 예측 불가능한 변수 등 계획에서 벗어난 문제 발생에 대처하기 어렵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통제는 시장의 왜곡과 비효율을 낳아 정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의 방해

자본주의의 가장 큰 과제는 공급량을 해소하는 것이고,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확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공산주의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공산주의가 기본적으로 자본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폐쇄적인 국가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공산주의 국가의 확산 자체가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체제 경쟁과 군사 대립을 지속했고,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의 효과적인 공격과 방해가 공산주의 국가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

혁명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른 구분

공산주의 :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주체를 노동자 스스로로 보는 입장
사회주의 : 노동자는 실제로 스스로를 극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엘리트계급 또는 부르주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내려놓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나가야 한다는 입장

 

수단과 목적의 관계에 따른 구분

공산주의 : 궁극적인 목표로서의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며 독재를 하는 사회
사회주의 :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하루아침에 노동자 중심의 사회로 급격히 변화될 수는 없다. 따라서 과도기적 단계로서 국가와 정부를 대리하는 소수의 정치엘리트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입장

즉, 공산주의를 궁극의 목표로, 사회주의를 과도기 단계로 설정함으로써 두 체제를 구분

 

내포의 관계

사회주의 :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라는 넓은 개념
공산주의 : 특히 노동자가 주도하는 계획경제라는 측면에서, 사회주의에 포함되는 개념

 

함께하기 좋은 것들

책비게이션

"자본주의의 명과 암"으로 가실 분은 이곳에서 장 지글러 라인으로 환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좀 더 자본주의에 관련된 명과 암을 들여다 보고 싶다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을 추천합니다.
자본주의가 주는 풍요의 이면에는 등한시할 수 없는 기아와 빈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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