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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듯 상대의 숨은 본색을 드러나게 하라

by Caferoman 2022. 1. 6.
타초경사 :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라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듯 상대의 숨은 본색을 드러나게 하라

개국공신의 처우의 딜레마

한 나라가 세워진 뒤에, 혹은 정권이 교체되고 난 뒤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문제가 바로 충신들의 논공행상 문제입니다.
앞선 12계 순수견양편에서 보았든 송태조가 감행한 배주석병권처럼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충신들을 내쳐서도 안되지만 황제가 내린 상이 충신이 원하던 것과 다르면 그들로 부터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즉 목숨을 건 충성과 같은 투자를 하였으니 이득을 챙겨야 하는데 돌아온 것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른바 황제는 권력을 독점하려하고, 공신은 자신들의 지분을 챙기려하는 보편적인 개국 1세대들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와 권력을 획득하는 개국공신과 그 후손들의 부패인데요, 국가를 번영시키고 민족을 흥성시키려면 먼저 눈앞에 보이는 부패와 전쟁은 필연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오호십육국 시대 전진의 승상으로 그의 지략이 제갈량에 필적한다고 명성을 떨치던 왕맹(王猛, 325년 ~ 375년)이 사용한 타초경사의 계책을 다루고 있습니다.

왕맹,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다

어찌 의식을 위하여 벼슬자리를 얻으려 하겠는가?
재목이 될 나무를 찾아 깃드는 법일세. 명주(明主)를 찾아야지. - 왕맹


본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삼태기를 엮어서 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던 왕맹은 화음산에 들어가 스승을 모시며 천하의 정세를 공부하며 은거하고 있던 중 전진의 3대 황제 부견이 왕맹의 평판을 듣고 그를 등용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왕맹은 부견에게 있어 일생의 동반자로 거듭나게 되는데 『진서』 부견재기에 딸린 왕맹전에서는 부견이 왕맹을 대함이 마치 유비가 제갈량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부견으로부터 실권을 부여받은 왕맹이 가장 먼저 착수한 일 중 하나인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황권 강화를 위해 호족 숙청 감행한 이야기입니다. 전진의 지배층이었던 저족 호족들 입장에서 왕맹은 한인 출신으로 별다른 경력도 없이 부견의 편애에 벼락출세한 존재였기에 시기하였기에 호족 숙청과정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했습니다.

세상을 잘 다스린다 함은 나라가 태평스러울 땐 예(禮)로 다스리는 것이며, 나라가 어지러울 땐 법(法)으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난세에는 엄격한 법률을 채택하여 신한(申韓)의 술(術)과 상군(商君)의 법(法)을 펼쳐야 합니다.

타초경사(打草驚蛇)

왕맹은 부견의 친척이자 공신들인 황족들이 백성들을 못 살게 굴자 이들을 벌하며 전략적으로 본보기를 삼는데, 작게는 고을에서 백성들을 괴롭히던 황족의 무리들에 곤장을 쳐서 백성들의 고발을 유도하기도 하고, 크게는 반란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일 명분을 만들어 황족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며 타초경사의 계를 성사시킵니다.

“전하, 왕맹은 산중에 은거하면서 신한(申韓)의 술(術)과 상군(商君)의 서(書)를 통하여 엄한 형벌과 준법으로 치세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황위를 얻고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타초경사(打草驚蛇)’의 계(計)를 펼쳐야 합니다. 풀은 독초일 것이며, 뱀은 독사일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부생을 죽이시고 토호들을 제거한 후 법으로 진나라를 다스린 다음, 동정(東征)하여 전연(前燕)을 취하시고 서정(西征)하여 전량(前涼)을 취하여 북방을 통일하셔야 합니다.”


왕맹은 저족의 힘있는 세력가들을 20명이나 숙청하여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조정의 공경대신들이 부견과 왕맹을 두려워하여 늘 몸가짐을 조심하였고, 백성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조차 주워가지 않을 정도로 나라의 기강이 반듯하게 잡혀 이를 본 부견은 "이제서야 천하에 법이 있고, 천자가 존귀한 줄 알겠구나!"라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당도현(當塗縣)의 현령 왕로가 뇌물을 탐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루는 백성들이 연명(聯名)하여 왕로 수하의 주부 한 명이 수뢰한 사실을 고발하였다. 왕로는 이 고발을 심리하면서 간이 졸아들었다. 주부가 고발되었으니 자신도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도 모르게 고발장에 ‘너희들은 비록 풀을 쳤지만 나는 놀란 뱀이 되고 말았다.’라고 썼다. 왕로는 담(膽)이 작았으며 뇌물을 먹는 것도 달관에 이르지 못해 백성들이 수하를 고발한 것을 보고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이를 두고 후세에 ‘타초경사’란 말을 남기게 되었다.

타초경사의 핵심

- 적을 폭로하는데 목표를 두고 경고와 타격을 주기 위함이다.
- 상대에게 미리 선포(宣布)함으로써 스스로 어려움을 깨닫고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 상대의 반응을 떠보면서 적당한 대책을 찾기 위함이다.


타초경사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기도 한데 소원수리함이라던가 허심탄회하게 불만을 이야기 해보라는 직장 상사의 사탕발림 역시 쉽게 걸려들기 쉬운 타초경사의 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疑以叩實, 察而後動. 復者, 陰之媒也
의심나는 것은 그 실체를 물어보고 살핀 다음 움직여라
이렇게 반복하여 숨어 있는 복병(媒介)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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