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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僵) :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다

by Caferoman 2021. 10. 11.

삼십육계 11 : 이대도강

이대도강(李代桃僵) :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죽는다

“이것을 ‘이대도강(李代桃僵)’이라 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변화시켜 계책으로 삼았소. 병가에 응용한 것이지요. 쉽게 말하면 ‘불가피한 형세라면 음(陰)을 버리고 양(陽)을 돕는다’는 것이지요. 적(敵)이 강하고 아(我)가 약하면 이(利)를 따르고 해(害)를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해(利害)의 경중(輕重)을 잘 요량하여 잠시 손해를 보면서 전체적인 승리로 이끄는 것이 이대도강의 정신입니다.”

 

삼십육계의 11번째 계략은 대의를 위해 작은 존재가 희생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1번째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 무렵 춘추전국시대 진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사마천의 사기 조세가에 쓰인 조무의 일화를 재구성한 소설 조씨고아(趙氏孤兒)의 내용으로 정식 명칭은 원보원조씨고아(寃報寃趙氏孤兒)입니다.

 

인생은 기실 큰 그물〔網〕이며, 사람은 모두 그물을 구성하는 그물눈인 동시에 그물 속의 물고기라는 것을 말이다. 물고기가 되고 싶지 않다면 먼저 그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물이 되는 일은 물고기가 되는 일로 이것은 인과(因果)의 법칙인 것이다. 사람을 대함에 선의(善意)를 베푼다면 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선의일 것이다. 그리하여 고대의 성현들은 사람들과 위선(爲善)하려 했으며, 불가(佛家)들은 더욱 삼계(三界) 밖으로 벗어나 윤회(輪廻)하지 않고 물고기가 되는 것을 피했다. 우연히 물고기가 된다면 아주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이대도강의 계략이 적용하기 쉽지 않은 부분은 과연 '대의를 위해서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 음모를 통해 조씨가문을 멸족시키는데에 앞장선 사람은 도안고(屠岸賈)라는 인물로 오늘날 법무부 장관/검찰 총장 정도에 해당하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조씨의 마지막 남은 아들을 죽이러 조삭의 아내를 포위했을 때에 조삭의 친구 정영이 그 아들을 다른 아이로 몰래 바꿔치기하여 대신 죽게 만듭니다. 멸문의 위기에 놓인 조씨가문의 하나 남은 핏줄인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소설에서는 정영의 아들)를 대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도가(道家)들은 삼세(三世)에 장(將)이 되는 것을 꺼렸다. 혈채(血債)가 많으면 언제 누가 문전에 빚을 받으러 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 아이의 죽음으로 가문을 살리고 복수를 이루다

“내가 미친개라면 정영 네놈은 무엇이냐?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늑대가 독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 했다. 네놈은 아들을 죽인 놈이 아니냐? 네놈은 늑대보다 못한 놈이지.”

 

조씨고아의 진위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오랜 인고 끝에 이루어 내는 복수의 이야기는 중국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전형적인 복수 컨텐츠로 보입니다. 책의 제목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다"이지만 정작 책이 주는 교훈은 "원한 살 일을 하지마라"가 아닐까 싶네요.

 

“그대는 밥을 얻어먹은 대가를 몸으로 갚으려고 했지. 이것은 인(仁)일세. 은인의 위난을 보고 아들을 대신 죽게 한 것은 의(義)라 할 수 있을 것이네. 의(義)에는 두 개의 믿음이 있을 수 없으며, 믿음에는 두 개의 명(命)이 있을 수 없지. 10여 년을 하루같이 변함없었던 것은 신(信)이라 할 수 있네. 그대는 당대에 부끄럽지 않은 인의지사(仁義之士)임엔 틀림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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