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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희화된 사회주의의 실패 : 동물농장, 조지 오웰 동물농장 : 돌려 까기의 달인 조지 오웰 세기의 풍자소설로 꼽히는 고전 동물농장은 20세기 소련을 배경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조리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소설의 서문에 저자는 아래와 같이 저작의 배경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1930년 이후 나는 소련이 진정한 사회주의라고 부를 만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배자들이 어떤 권력층보다도 더 확고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급 사회로 변모하는 분명한 조짐을 보았다. 더구나 영국과 같은 나라의 노동자와 지식인 계급은 오늘날 소련이 1917년의 상황과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들이 소련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데도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공적 생활에서 상대적.. 2022. 4. 1.
개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아류작 : 문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고양이 피타고라스 자신의 전작 를 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 전작 독서를 하게 되는 작가들 중에서 정말 100% 기대하는 마음으로 매번 출간되는 책을 찾아 읽게 되는 작가도 있지만 해당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임팩트가 강해서 후속작들이 기대에 못미쳐도 '이번에는 설마?' 하면서 다시 믿고-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런 작가인데요, 소설 개미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되었지만 매번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그런 작가입니다. 솔직히 인간에게도 나름 장점이 있어. 알아 갈수록 괜찮은 구석도 발견되고. 물론 그들은 형편없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야. 우리끼리 하는.. 2022. 3. 25.
겐지스 강에서 발견한 예수 : 깊은 강, 엔도 슈사쿠 저자 약력 : 엔도 슈사쿠의 임종을 함께한 두 권의 저서 , 그리고 엔도 슈사쿠는 1923년 도쿄 출생으로, 11세에 이모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1955년에 발표한 "백인(白い人)"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였으며 1957년 발표한 《바다와 독약(海と毒薬)"으로 문학가로서 자리를 굳힌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입니다. 한동안 "바다와 독약" 이상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1966년 발표한 "침묵(沈黙)"은 그에게 다니자키 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오랫동안 신학적 주제가 되어 온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문제를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배경으로 그려낸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993년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저자의 마지막 장편소설 은 갠지스 강을 무대.. 2022. 3. 17.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20대 대선을 앞둔 식탁에서 가족과의 대화 매년 대선을 앞두고서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면 대선후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나누게 됩니다. 금번 대선에서는 보기 드물게 "절대 뽑혀서는 안되는 놈"이 만장일치로 윤씨에게 몰려서 정치이야기가 나와도 대체로 해피엔딩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전 대선, 전전 대선만 해도 부모님과는 항상 대선 후보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보여 미묘한 갈등이 형성되곤 했습니다. 좌파 딸과 우파 엄마의 이야기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는 좌파 딸과 보수주의자인 엄마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념과 사상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는가 에 대한 주제를 에세이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 2022. 2. 11.
주변 어디에나 있을법한 편의점 사람들 이야기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어느 편의점 점원들, 손님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 소설은 어느 편의점 주인의 시점에서 시작해서 그 주변인물들로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결국 주요 등장인물들 모두가 각각 한 챕터 챕터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죠.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탓에 책을 펼치자 마자 그 자리에서 2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주제도 그렇고 작가의 문체도 그렇고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 2022. 2. 8.
1906년 결혼제도의 붕괴를 예언하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다"로 시작하는 20세기 최고의 의인화 소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중에 들은즉 그건 서생(書生)이라는,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족속이라 한다. ... 손바닥 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 참 묘하게 생긴 족속도 다 있구나, 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먼저 털로 장식되어 있어야 할 얼굴이 미끌미끌해 흡사 주전자다. 그 후 고양이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 등신 같은 족속과는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한복판이 너무 튀어나왔고.. 2022.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