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돌려 까기의 달인 조지 오웰
세기의 풍자소설로 꼽히는 고전 동물농장은 20세기 소련을 배경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조리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소설의 서문에 저자는 아래와 같이 저작의 배경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1930년 이후 나는 소련이 진정한 사회주의라고 부를 만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배자들이 어떤 권력층보다도 더 확고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급 사회로 변모하는 분명한 조짐을 보았다. 더구나 영국과 같은 나라의 노동자와 지식인 계급은 오늘날 소련이 1917년의 상황과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들이 소련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데도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공적 생활에서 상대적인 자유와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어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데 있기도 하다.
영국이란 나라도 완전히 민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은 또한 커다란 계급적 차별이 있고 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수백 년 동안 내전이 없었고, 법률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소식들과 통계 자료들이 믿을 만하고, 사람들이 소수 의견을 내거나 그것을 지지해도 치명적 위험에 처하지 않는 국가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중들은 포로수용소, 강제 추방, 재판 없는 투옥, 언론 검열 등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소련과 같은 국가에 대해 대중이 읽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자동적으로 영국의 관점으로 해석되어 그들은 〈전체주의〉 선전의 거짓말을 순진하게 다 받아들인다. 1939년까지 대다수의 영국 사람들은 독일 나치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고 오늘날의 소비에트 정권에 대해서도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Casting
돼지들 : 볼셰비키 지식인. 거대한 러시아의 관료제를 무너뜨리고 혁명을 이끌었다.
나폴레옹 : 스탈린. 동물 농장에서 존스 씨를 쫓아낸 후 동물 공화국을 세운 중심인물로 이후 스노볼(트로츠키)과의 권력 투쟁에서 이겨 그를 추방하고 모든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계급 없는 평등 사회를 지향했던 메이저 영감(마르크스)의 혁명적 이상주의를 저버리고 1인 독재자로 군림한다.
스노볼 : 트로츠키(1905년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공산주의 혁명가). 뛰어난 연설가이며 혁명에 대한 지적 열망을 가진 인물로 혁명적 이상주의를 실천하고자 자신을 희생시키는 인물로 묘사되지만 나폴레옹(스탈린)에게 쫓겨나 그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한 진정한 혁명가의 표본이다.
스퀼러 : 혁명 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네 마리 돼지 중 하나로 뛰어난 〈정치 선동가〉이자 〈기회주의자〉. 정치 선전 기구의 거대한 선전 활동을 하는 동물.
메이저 영감 : 마르크스. 모든 동물들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혁명적 이상을 심어 주고 세상을 떠난다.
복서 : 러시아 혁명기의 〈프롤레타리아트〉를 상징. 정직하고 열성적인 무지한 일반 노동자를 대변하며 독재나 전체주의 정권하에서 필연적으로 착취당하는 존재.
벤저민 : 냉소주의자, 회의론자. 힘 있는 지식인도 신념이나 이상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존재.
모세 : 피지배자보다는 지배자와 손을 잡는 동물. 교회의 역사적 역할.
프레더릭 : 히틀러. 동물 농장 이웃에 있는 핀치필드 농장을 경영하는 인간
필킹턴 : 처칠. 동물 농장 이웃에 있는 폭스우드 농장을 경영하는 인간.
돼지들과 인간들의 파티 장면 :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인 1943년 11월 28일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이란의 테헤란에 모여 회의를 한 〈테헤란 회담〉을 가리킨다.
자본가로부터 해방된날 노동자들은 행복해질 줄 알았다.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적개심을 갖는 게 여러분의 의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네 다리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싸울 때 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인간을 정복할 때에도 그들의 악습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메이저 영감의 뜻을 이어받아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던 인간들을 쫓아내고 농장의 주인이 된 동물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소설은 그 가운데 세워진 탐욕적인 지도자와 그 권력의 부패로 인해 본래 노동자(동물들)를 위해 시작했던 혁명이 무색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당시 종교 역시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했음을 소설은 풍자하고 있습니다.
돼지들은 길든 까마귀 모세가 퍼뜨린 거짓말을 반박하느라 한층 더 어려움을 겪었다. 존스 씨에게 특별히 귀여움을 받고 있던 모세는 스파이이자 고자질쟁이였으며 또한 영리한 연설자이기도 했다. 그는 동물들이 죽으면 모두 〈얼음사탕 산〉이라는 신비스런 나라에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산이 하늘 높이, 구름 너머 저 멀리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얼음사탕 산에서는 1주일에 7일이 일요일이고 토끼풀이 사시사철 무성하고 산울타리에선 각설탕과 아마인(亞麻仁) 깻묵이 자란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은 모세가 일은 하지 않고 말만 지껄여 댄다며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얼음사탕 산을 믿는 동물들도 몇 있어서 돼지들은 그런 산은 없다고 논쟁을 벌이며 그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결국 상대적으로 영리했던 돼지들은 구성원들에게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상을 주입하기 시작하고 선동세력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사라졌던 우유의 행방은 곧 밝혀졌다. 그것은 매일 돼지들의 먹이 속에 들어갔다. 이제 풋사과가 익어 가고 있었고 과수원의 풀밭에는 바람에 떨어진 과일들이 흩어져 있었다. 동물들은 당연히 과일들을 공평하게 나누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바람에 떨어진 과일들을 모아 돼지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마구실로 가져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 소리를 듣고 몇몇의 다른 동물들이 투덜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돼지들은 이 점에 대해 모두 찬성을 했고 심지어 스노볼과 나폴레옹도 그랬다. 스퀼러가 다른 동물들에게 필요한 설명을 해주기 위해 파견되었다.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얻어진 산물은 지배계급인 돼지들이 독식하게 되고 동물들은 인간들이 주인인 농장시절보다 딱히 나을 것이 없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에 돼지들은 언론 장악과 선동을 통하여 민중을 통제합니다.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과 특권 의식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요? 실제로 우리 중 상당수가 우유와 사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유와 사과는 돼지의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돼지들은 머리를 쓰는 일꾼들입니다. 이 농장의 전반적인 경영과 조직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밤낮으로 여러분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유와 사과를 먹는 것도 다 여러분을 위한 일입니다.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고 있습니까? 존스가 다시 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돌아올 겁니다! 틀림없습니다, 동지 여러분.
이제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도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스퀼러가 이런 식으로 설명하자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돼지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은 너무나 명백해 보였다.
공산주의의 행복하지 않은 엔딩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혁명을 외치며 시작했던 사회주의의 말로는 그다지 이상적이지도 아름답지도 못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공산주의 혁명 이후 부패한 지배계급으로 인한 빈곤과 붕괴의 과정을 동물로 풍자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이제 단순히 〈나폴레옹〉으로 불리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공식적으로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라고 불렸으며 돼지들은 그에게 〈모든 동물들의 아버지〉, 〈인류의 공포〉, 〈양떼의 보호자〉, 〈오리들의 친구〉 등의 칭호를 즐겨 붙였다. 스퀼러는 연설할 때면 나폴레옹의 지혜, 그의 따뜻한 마음, 모든 동물들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 특히 다른 농장에서 무지와 노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불행한 동물들에 대한 그의 사랑 등을 생각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다. 이제 모든 성공적인 업적과 모든 행운은 어김없이 나폴레옹의 공로로 돌려지게 되었다. 암탉 한 마리가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의 보호 하에 나는 엿새 동안 다섯 개의 알을 낳았어〉라고 말한다든지, 암소 한 마리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나폴레옹 동지의 영도력 덕분에 물맛 한번 좋군그래!〉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동물들이 처음 혁명 정신에 입각해서 외치던 7계명은 지배계급의 필요에 의해 점차 왜곡되어갑니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가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로,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가 〈어떤 동물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로,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로 바뀌게 되고 결국 7 계명은 모두 사라지고 그 대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단 하나의 계명만 남게 됩니다.
다른 동물들의 삶은 그들이 알기로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그렇고 그랬다. 그들은 늘 배가 고팠고, 짚더미 위에서 잠을 잤고, 우물에서 물을 길러 마셨고, 밭에서 일했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었고, 여름엔 파리 떼에게 시달렸다. 나이 먹은 동물들은 이따금씩 자신들의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존스가 쫓겨난 직후의 반란 초기 시절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았는지 더 나빴는지를 판단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들의 현재 생활과 비교해 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스퀼러가 발표하는 통계 숫자를 빼고는 판단해 볼 자료라곤 없었다. 그 통계 숫자는 한결같이 모든 게 순조롭게 잘되어 가고 있다는 내용뿐이었다. 그들로선 이 문제는 풀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 이런 문제에 매달려 있을 시간이 없었다.
동물들은 스퀼러의 조직적인 거짓말, 양들의 대중 선동 등과 같은 언어의 왜곡으로 인해 과거에 대한 진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마침내 클로버가 입을 열었다. 「난 시력이 나빠. 하긴 젊었을 때도 저기 씌어 있는 것을 읽을 수 없었어. 하지만 저 벽은 달라 보여. 7계명이 그대로 있어, 벤저민?」 벤저민은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을 이번만은 깨뜨리기로 하고 벽에 쓰인 것을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거기엔 7 계명은 온데간데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 남아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충격적인 결말
열두 개의 목소리가 일제히 화를 내며 고함을 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들은 모두 똑같았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를 한 번 보고 인간을 한 번 보고, 인간을 한 번 보고 돼지를 한 번 보고, 번갈아 자꾸만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접했을 당시에는 그저 또 다른 이솝우화 정도로 받아들이며 가볍게 읽었던 책이었는데 수십년이 지나 다시 펼쳐본 이 책은 정말 날카로운 풍자와 메시지가 담겨 있는 소설이네요.
아니 어쩌면 소설이 아니라 사회비판서적이라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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