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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너 기습과 우회 공격을 함께 구사하라

by Caferoman 2021. 9. 14.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너 기습과 우회 공격을 함께 구사하라

“유방을 촉왕(蜀王)에 봉하여 읍(邑)과 촉(蜀) 두 곳을 거느리게 하는 것입니다.”
범증이 이어 설명했다.
“촉은 험지로,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진나라 때도 왕왕 이곳으로 죄인을 귀양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중책입니다. 게다가 읍과 촉도 관중에 속하는 곳이므로 그곳에 가서 왕 노릇을 하라면 회왕과의 약속도 지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아주 좋아요.” 항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찬탄했다.

8번째 계는 초한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항우와 유방에 대한 이야기로 당시 실세이던 항우에 의해 유방이 촉(蜀)으로 쫓겨나다시피 떠밀리며 시작됩니다.
암도진창이라는 계에서 앞에 생략된 네 글자가 있는데 바로 "잔도를 수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다"의 뜻을 가진 명수잔도입니다.
지형적으로 험준하여 잔도를 거치지 않고서는 중원으로 병권을 움직일 수 없었던 촉(蜀)의 지형의 특징에서 이루어진 전략인데요,
이 암도진창의 계획을 발의한 장량도, 장량을 수중에 얻기 위해 술수를 부리던 유방에게도 모두 이 계책을 성공시킵니다.

장량의 천거에 의해 한신은 마침내 대장이 되어 장량이 꾸민 겉으로는 잔도를 수리하는 것처럼 속이고 몰래 진창을 건넌다는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渡陳倉)’의 기책으로 일거에 삼진(三秦)을 취했다.
그러나 유방 자신도 암암리에 또 다른 ‘명수잔도, 암도진창’을 운행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한 왕(韓王)과 교분을 나누며 밀접한 왕래를 하는 척하면서 군사연맹의 허상을 만들어 항우에게 보여 의심하게 한 다음, 그의 칼로 한 왕을 죽였다. 이것은 장량에게 무주무국(無主無國)하게 하여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책이었던 것이다.

‘기(機)에 밀(密)하지 않으면 성(成)에 해(害)가 된다.’

“주공, 자고이래로 회(會)에는 좋은 회가 없었고, 연(宴)에는 좋은 연이 없었습니다. 홍문의 성연은 분명 범증이 계획한 것입니다. 주공을 노리고 적수를 제거하려는 뜻이 분명합니다. 사양하고 가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살신지화(殺身之禍)는 먼저 피하고 보시는 것이 상책입니다.”

사람이 되어 만약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벌레가 몸을 움츠리는 뜻은 몸을 펴는 데 있고, 문무지도(文武之道)의 묘(妙)는 늘이는 데 있는 것이다. 또, 사람이 되기 위한 비결 역시 자벌레처럼 굽혔다 펴는 순간에 만변하며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참고로 장량이라는 인물은 항우가 유방을 연회에 끌어들여 그를 죽이려고 했던 계략에서 유방을 구한 인물로 유방 역시 이 범상치 않은 인물을 얻어야만 자신이 천하를 얻을 수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장량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유방은 중원의 구석으로 내몰린 상황을 되려 이용하여 천하를 얻을 기반을 다지는 데에 성공합니다.

“선생께서는 한 왕을 배알 하시고 나서는 일부 병력을 파견하시어 불타버린 잔도를 보수하는 것처럼 보여 삼진의 병력을 포사도 쪽으로 집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선생께서 친히 주력군을 이끌고 계두산을 돌아 우각산으로 해서 진창으로 나와 옹왕 장한의 후부를 쳐서 도성 폐구를 점령하고 삼진을 평정하셔야 합니다.
이 작전을 저는 ‘명수잔도(明修棧道) 암도진창(暗渡陳倉)’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그런 장량이 추천했던 인물이 바로 한신이었으니, 터지지 않은 유망주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대박을 건지는 어느 야구팀처럼 인재보기를 가볍게 여기던 항우가 놓친 한신을 장량은 놓치지 않고 자기편으로 데려옵니다.
물론 그 과정은 그의 출신과 배경에 선입견을 가지던 유방을 완전히 설득하기까지 녹녹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대왕, 옛날부터 대장이란 빈한한 출신들이 많은데, 어찌 문호(門戶)를 가지고 사람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이윤(伊尹)은 초야의 필부였으며, 태공(太公)은 위수의 낚시꾼이었으며, 영척(寧戚)은 마구간의 말먹이였습니다. 또 관중은 죄수를 호송하던 수부(囚夫)에 불과하였지만 모두 중용되어 큰일들을 이루었습니다. 한신도 비록 출신이 미천하나 배운 것이 많아 정심박대(精深博大)한 인물입니다. 만약 버리고 쓰지 않으시어 다른 나라에 가게 두신다면 연성지벽(連城之璧)을 그냥 버리시는 것이며, 화씨지옥(和氏之玉)을 깨어버리는 일과 같습니다. 청컨대 왕께선 신의 간언을 들으시어 한신을 중용하여 항우를 멸하시고 함양을 수복하여 천하를 손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만약 천거를 잘못하였다면 신 등이 중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이 책에서 장량과 유방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 퇴로를 불태우는 전략은 단순히 배수진의 수준을 넘어 허허실실을 이용해서 적이 알지 못하는 대안을 은밀히 수행한다는 점에서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성동격서와 배수진의 상호보완 버전의 전략이라고나 할까요?

“있는 길만 길이라고 한다면 길은 없는 것입니다. 없는 길이라도 찾으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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