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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역사의 쓸모, 최태성 : 경주 최부자댁, 평사리 최참판댁

by Caferoman 2021. 9. 11.

오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경주에 갈 일이 있다면 최부자댁에 방문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최부자댁은 200여 년 동안 12대에 걸쳐 만석꾼의 지위를 유지한 집안입니다. 대단하죠. 부자는 3대를 못 간다고 하는데 무려 12대라니. 비결이 무엇일까요?

 

이 책의 마치막 챕터는 경주 최부자댁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200년 가까이 12대에 걸쳐서 그 부를 유지한 집안의 비결 아닌 비결이 바로 '겸손'과 '"공생의 마인드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집에 들어서면 우선 지붕 아래 현판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현판에 무어라 쓰여 있냐면 ‘대우헌大愚軒’이라고 쓰여 있어요. 바로 ‘큰 바보가 사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만석꾼 주인이 스스로를 큰 바보라고 지칭하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현판엔 ‘둔차鈍次’. 즉 ‘재주가 둔하여 으뜸가지 못하고 버금감’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현판의 내용이 다 왜 이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자는 12대, 200여년에 걸쳐 이 만석꾼 집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대우헌大愚軒'에 쓰여진 대로 겸손을 생활화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또 다른 부자의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가훈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100리면 40킬로미터 그러니까 당시 경주 전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구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긴다면 부자인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변변찮으면 부자 옆에 사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 데도 챙기지를 못하느냐는 것이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없이 홀로 설 수 있는 부자는 없다라는 사실을 알고 실천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최부자집의 어록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많은 돈을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이웃을 위해 쓰는 데 아낌이 없었던 최부자댁의 진심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19세기 민란이 일어나서 가난한 자들이 부정한 부자들을 공격할 때 오히려 경주 최부자댁은 주변 이웃들의 보호를 받습니다.
진실한 마음에서 시작된 관계는 서로를 지켜주는 사이로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시대의 재벌, 대기업, 권력가들이 최부자댁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이끌어 갔다면 이 세상은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이 챕터를 읽다보니 갑자기 고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나오는 만석꾼 최참판댁이 생각이 났습니다. 소설속 최씨일가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이야기도 그렇고 성씨도 역시 최씨네요. 물론 그 지역이 경상남도 하동 평사리 지역으로 다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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