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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

삼십육계 제3계 차도살인 借刀殺人 : 적의 칼을 빌려 수장을 무너뜨린다

by Caferoman 2021. 9. 3.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 적의 칼을 빌려 수장을 무너뜨림으로 자신의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모든 전략에서 최상책은 싸우지 않고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것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에,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인 차도살인의 계책으로 이번 편에서는 중국 명나라 말기 무너진 명의 기강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의 공세를 막아내던 고독한 충신 원숭환과 그런 원숭환을 적의 칼을 빌려 무너뜨린 황태극(홍타이지)에 관련한 이야기로 시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병자호란으로 청으로부터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본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원숭환

명나라 말기의 문신으로 사르후 전투 이후 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던 누르하치(천명제 - 청 초대 황제)를 영원성 전투에서 막아내고, 홍타이지(숭덕제 - 청 2대 황제)의 공격도 막아내 남송의 명장으로 남송 시대에 여진족에 맞서 싸운 악비와도 많이 비교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청의 황태극의 차도살인의 계에 의해 억울하게 처형당하게 되는데 후세 역사가들은 명나라 멸망의 직접적 원인이 원숭환의 죽음 때문이었다고 할 정도로 고평가되는 인물입니다.

누르하치(천명제)

누르하치는 후금(後金)의 황제로 이후 청나라를 건국 한 뒤에 초대 황제(천명제)가 된 인물입니다. 25세에 100여 명의 병력과 갑옷 13벌을 가지고 불과 3년 만에 부족을 통일했고 10년 만에 만주족을 하나의 깃발 아래 모았으며 군사를 일으킨 지 22년 만에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1615년 청나라 최고 정예부대 팔기군 제도를 완성, 1619년 살이호 전투에서 명나라·조선·여진 연합군을 물리치고 주도권을 잡은 뒤 그의 아들 황태극(청 태종)이 북경의 자금성에 입성해 청나라를 세웠습니다. 누르하치(努爾哈赤)의 뜻은 만주어로 '멧돼지 가죽'이라는 뜻으로 분열된 부족을 통일해서 중국을 공격하고 제국을 세웠다는 점에서는 칭기즈 칸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나라 정벌 과정에서 명의 장수 원숭환에게 영원성 전투에서 패한 뒤 사망하게 됩니다.

황태극(홍타이지)

청나라(淸)의 제2대 황제. 묘호를 딴 호칭인 '청태종'이나 '숭덕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에서 청으로 국호를 바꿉니다. 홍타이지는 황제가 아닌 후금의 한(칸)위를 계승했고 1636년에야 스스로 칭제하면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 때에 그의 아버지인 누르하치 또한 태조(천명제)로 추대됩니다.

우리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조선 인조 정권 당시 정묘호란, 병자호란으로 연 2차 침공하여 끝내 인조로 하여금 삼전도에서 삼전도의 굴욕이라고도 불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굴욕을 겪게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명은 원숭환이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당시 조선의 상황은...)

원숭환 : 낭중지추의 비애, 모난돌이 정맞는다.

 

선한 자는 악한 자를 무서워하고, 악한 자는 사나운 자를 무서워하며, 사나운 자는 절망한 자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모난돌이 정을 맞는다고 했던가요? 후금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던 낭중지추의 역량을 가진 원숭환은 그의 뛰어남이 되려 적으로 부터 반간계의 희생양이 됩니다.

“원숭환은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려고 합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소?” 망고이태가 즉각 일어나며 반박했다.
망고이태는 남기(藍旗)의 기주(旗主)로서 몽고와의 싸움만 했었지 아직 원숭환과는 일전도 겨루어 보지 못했다. 때문에 원숭환이 싸우지도 않고 이기려 한다는 말에 반발이 인 것이었다.
...
황태극과 세 뻬이르어가 목을 빼고 그의 대책을 알고 싶어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어 그는 눈앞의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일의 신중과 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범문정은 황태극에게 고해 좌우의 시종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다음 아주 비밀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차도살인(借刀殺人), 즉 남의 칼로 죽여 없애야 합니다.”


결국 명나라 황제의 의심을 이끌어내어 황제 스스로 공신을 내치도록 하는 차도살인의 계가 성공하고
평생을 사직을 위해 몸바쳤던 원숭환은 비참한 모함과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작은 소리로 부르자 원숭환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고 코를 골았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은 나부산이었다. 도장(道長)이 원숭환이 온 것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당신도 이런 날이 있을 줄 알았지. 패하고 말았구려.’
‘아직 패하지 않았소. 패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패했는지 또 누구의 손에 패했는지 아직 알 수가 없소.’ 원숭환은 꿈속에서 나부산의 도장에게 불복하며 말했다. 그러자 나부산의 도장이 냉랭하게 말했다.
‘패했으면 패한 것이오. 불복할 필요 없소이다. 왜 패했는지, 또 누구의 손에 패했는지 알고 싶어서 또 패해 보려고 그러시오.’
‘도장께서는 미리 알고 계신 듯 하온데 가르침을 주십시오. 원숭환이 왜 패하였으며, 도대체 누구의 손에 패한 것입니까?’
‘이는 명백한 일 아니오? 당신이 너무 뛰어나서 패한 것이오. 당신은 당신의 손에 패한 것이외다.’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주는 두가지 교훈

“황제께선 본래 황성을 버리고 천도하려고 했소. 때문에 우리는 생각 끝에 경도의 위기도 풀고, 장군을 위해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거요. 장군께서 흔쾌히 서신을 써주면 좋겠소.” 이에 원숭환이 놀라 물었다.
“이것은 두 분의 생각이시오?” 두 사람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숭환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이 없었다. ...
“두 분 각로께선 서두르지 마십시오. 내가 쓰겠소. 분명 써드리리다. 요동의 장사들은 모두 충성스런 군사들이오. 내 생각에 그들이 나의 서신을 본다면 꼭 돌아와 적을 격파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이 서신을 쓰고 나면 죽게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될 것이오.” 원숭환이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말하자 두 각로가 의아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왜 그렇소?”
“왜냐하면 나의 서신이 황제의 성지보다 더 권위 있다고 생각할 터인데 황제가 그것을 참을 수 있겠소?” 원숭환이 아주 담담하게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그 소리는 마치 우레와 같이 성기명과 손승종을 경악케 했다. 두 사람은 전신을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
두 사람은 젊은 황제가 사직은 버릴지언정 자신의 권위가 손상 되는 일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원숭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었다. 일단 위험이 사라지고 나면 황제가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숭환은 황제가 수도를 버리고 줄행랑을 칠 때에도 모함중에 있던 원숭환은 자신의 오해를 푸는 것 보다 국가의 존망을 더 염려하여 국가를 보위하기에 애쓰지만 명의 황제는 원숭환의 진의를 알아줄 정도로 지혜롭지 못했고. 결국 원숭환은 황제로부터의 노여움을 사 투옥됩니다.

그렇게 원숭환의 손과 발이 묶인 상태가 되어서야 명의 황제는 자신이 차도살인의 계략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탄식하게 되지만 그 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맙니다.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황제는 그 벼락을 자신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앞이 캄캄했다. 비록 주장은 아주 완곡하고 신중하여 범상(犯上)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내용도 아주 명쾌하였으며 황제가 황태극과 범문정의 ‘차도살인계’에 속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원숭환은 억울하게 하옥되었다는 것이었다. 황제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은 일대의 명군(明君)으로 사사건건 밝게 살피어 틀림이 추호도 없고, 상벌이 분명한데 어떻게 적이 성을 포위한 가장 위험한 때에 적의 계략에 속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의 주사(主師)를 잘못 잡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원숭환은 아래와 같이 혈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명은 망조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榮辱尋常事, 莫忘父母邦!
영욕은 늘 있는 일이로다. 부모의 나라를 잊지 말지어다!


그가 좀더 처세에 능했더라면, 장군으로서의 역량이 덜 압도적이었다면 이 충신은 역모의 오해를 뒤집어 쓰지 않고 비참한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차도살인의 계는 그 계첵을 쓰는자에게는 힘들이지 않고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상책이라는 교훈을 주지만
칼을 부리는 자에게는 자칫 이 칼이 거듭 생각해보아도 올바른 결정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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