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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글쓰기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by Caferoman 2022. 9. 5.

책으로 쓰면 소설 한 권은 나온다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엄마가, 아빠 없이 너희 키운 얘기를 쓰면 소설 한 권은 나와.” 눈치 채셨나요? 남들이 보기에 억척스럽고 여장군 같지만 여자 대 여자로 봤을 때 여리디 여린 사람. 그 여자가 바로 저희 엄마입니다. ‘내 이야기 쓰면 소설 한 권 나온다’는 말은 비단 저희 엄마의 경우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특별하고 각별하게 생각합니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내가 제일 우울한 것 같고 세상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자신이 겪은 고생담을 노트에 끼적여보는 사람과 어우 피곤해하며 그냥 자는 사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도 전자겠죠?

 

저자의 표현대로 누구나 책 한 권은 나올법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작은 스케일로 표현하자면 (제가 즐겨하는 표현입니다만) 누구에게 노래가 될만한 경험과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인데요,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고 매끄럽지 못할 뿐이지요. 즉 세공을 하는 방법을 모를 뿐 누구나 훌륭한 원석 하나쯤은 가지고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어트를 성공했던 시절의 일기를 하나씩 읽고 있자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일부러 읽기를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소리 나게 일기장을 탁 덮었어요. 소설이 이보다 재미있을까요? 일기는 주인공이 나입니다. 주인공이 생생히 앞에 있는 이야기가 허구의 소설에 비할까요?

 

단, 남들에게 즐겨 읽혀질 하나의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는 즐거움, 즉 일기나 메모를 남겨두는 습관을 전제로 합니다. 이는 곡을 쓰는 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인데요, 살펴보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는 일상 수많은 경험들은 그 때 그 때 기록해두지 않으면 스쳐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자는 일기와 에세이의 공통점을 "솔직함"으로 꼽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 위해 쓰는 나의 이야기인 일기는 솔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에세이를 솔직하지 않게 쓸 바에야 차라리 소설을 쓰는 것이 나을테니까요. 정리해보면 에세이스트가 되는 과정은 나의 삶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글로써 담아내는 것과 꾸준히 이를 유지하는 "솔직꾸준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비단 이 책 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련된 수많은 저서에서 저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달이 빛난다고 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반짝이는 한 줄기 빛을 보여줘라”고 했습니다. 글을 읽는 동시에 독자의 머릿속에 작가가 묘사하려는 상황이 그려지면 독자는 그 글에 푹 빠져 읽게 되죠. 한편 안도현 시인은 “삼겹살 먹을 때 제발 고기 좀 뒤집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고기 굽는 게 지겨워서 그러셨을까요? 회식할 때 고기를 굽는 사람만 굽고 안 굽는 사람은 끝까지 안 굽습니다. 고기 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글을 읽은 다음부터는 삼겹살 굽겠다고 자진하세요. 왜냐고요? 삽겹살을 구워봐야 고기 색의 변화, 불판이 지글지글 타는 모습, 깔아놓은 김치가 삼겹살 기름에 튀겨지듯 익어가는 풍경, 몇 분 정도 구웠을 때 가장 맛있는지가 생생하게 내 것이 됩니다.

 

또한 저자는 남에게 공유하는 글(에세이)을 쓰는데 있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친절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쉘 프루스트처럼 문장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수준의 현란함 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의 상황 가운데 이입되어 독자가 자신의 상황과 이야기처럼 이입되어 빠져들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라는 말입니다.

(물론 마르쉘 프루스트가 거장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저의 문해력과 상상력으로는 버거운 작가/작품이더군요.)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양한 계층의 모든 독자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려 하지 말고 잠재적인 독자층을 좁혀서 그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론 대상 독자가 많아야 많이 읽히고 팔리는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우선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야기"를 쓰려는 노력과 과정이 타인을 위한 글쓰기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실천으로 요즘 저는 그다지 읽어주는 이가 많지 않은 아마추어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주제의 에세이를 브런치에 쓰고 있습니다. 물론 꾸준히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글을 쓰는 보람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공간과 적지만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는 독자를 가진다는 것은 삶에서의 경험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책으로 펴낼 수준과 분량이 아니라고 하더라도요.

 

https://brunch.co.kr/@daduki/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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