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그렇긴 하지만, 어디 가서 레드 와인 한 병 구하지 못한대서야 신이라고 할 수 있겠어?」
몇 시간 뒤 아벨은 자신의 조달 능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결코 싸 보이지 않는 아마로네 와인을 보란 듯이 내게 내민 것이다.
나는 어디서 이런 좋은 물건을 구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고 만다.
UND GOTT SPRACH: DU MUSST MIR HELFEN
그렇게 한 인간을 찾아왔다가 목숨을 잃었던(예수 아님) 아벨은 부활해서 야콥을 찾아오면서 시리즈의 마지막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는 시작합니다. 여기서 야콥이 그리고 독자들이 의문을 가지게 되는 점은 '부활한 신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입니다. 부활 뒤 갈릴리 호숫가로 제자들을 찾아간 예수의 재회처럼 아벨은 부활 후 야곱을 만나러 갑니다.
「그럼 이제 가자고. 어서 가. 배가 고파 뒈질 지경이야. 이제 막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해 놓고 배가 고파 뒈진다면 정말 멍청한 일 아니겠어?」
부활 뒤의 첫 재회에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메우 중요한 메타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이야기를 마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 뒤에 나오는 쿠키영상처럼 등장하는 요한복음 21장처럼 갈릴리에서의 예수와 베드로의 재회가 식사를 중심으로 이루어 지듯 야콥과 아벨 역시 우선 중요한 식사를 해결합니다.
그때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베드로에게 말했다.
주님이시다!”
시몬 베드로가 그분이 주님이신 것을 알고는 일하느라 벗어 놓았던 옷을 급히 챙겨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른 제자들은 배를 탄 채로 고기가 가득 든 그물을 끌고 나왔다.
그들은 육지에서 90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가 있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고 보니 숯불이 지펴져 있고 그 위에 물고기와 빵이 익고 있었다. - 요한복음 21장 7~9절, Message
단 하나의 계명
그가 생긋 웃는다.
「아니, 농담이야. 하지만 내가 십계명을 개정했다는 건 농담이 아냐. 십계명을 선포할 용의가 있어?」
「오, 뭐 받아쓸 거라도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기습적으로 되묻는다. 아벨은 고개를 젓는다.
「그럴 필요 없어. 사람들은 어차피 길면 기억을 못하니까. 그래서 내가 최고로 간략하게 줄였어.」
「그 말은 이제 십계명이 아니라 그보다 적다는 거야?」 아벨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놀라지나 마.」
「다섯 계명으로 줄였군.」 내가 넘겨짚는다. 그가 자랑스럽게 웃는다.
「그 정도를 갖고 내가 놀라지 말라고 했겠어? 이젠 단 하나의 계명밖에 없어.」
「뭐? 계명이 하나뿐이라고? 우와, 정말 궁금해지는걸. 그게 뭔데?」
「무관심하지 말라.」 아벨이 대답한다.
「무관심하지 말라고?」 아벨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사람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동물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식물과 이 지구에 무관심하지 말고, 굶주림과 고통에 무관심하지 말고, 전쟁과 불의에 무관심하지 말고, 환경 파괴를 비롯해 인류 스스로를 망치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거지. 이 복음의 의미는 내가 어린 양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결코 영웅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거야.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인간들이 마치 이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지.」
결국 신이 인간을 찾아와, 심지어 죽음 뒤 부활해서까지 전하고자 했던 부탁은 "세상에 무관심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10개의 계명을 "서로 사랑하라"와 "이를 세상에 전하라" 라고 2개로 압축했던 메시아의 메시지 보다 더 간추려진 아벨의 요청은 참으로 과감합니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3편의 시리즈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으며, 작가의 재치와 감수성에 울고 웃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느껴지는 감상은 "신이 사랑하는 인간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다." 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은 인간에게 자신을 도와 달라고 말한다.
세상을 구원하려는 자신의 계획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퍼뜩 이런 의문이 든다.
전지전능한 신이 왜 인간에게 도움을 청할까?
자신이 직접 세상을 구하면 그만일 텐데, 왜 하찮은 피조물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일까?
신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인간 세상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엔 그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세상은 신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은 그런 인간들에게 〈선한 의지〉를 북돋우고 응원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역자의 맻는 말 처럼
결국 자신을 돕는 것은 자기 자신 아닐까요?
함께하기 좋은 것들
영화 :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 어렸을 때 부터 비디오 테이프가 늘어져라 반복해서 보던 영화...
영어의 5형식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 누군가 저에게 가장 좋아 하는 영화의 명대사를 뽑으라면 전 고민 없이 아래 구절을 택했습니다.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사실 이 영화를 접한 것은 비디오 가게에 짐 케리 주연의 마스크를 빌리러 갔는데 누가 다 빌려갔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추천해준 비디오를 빌려와서 알게 되었죠... 그 후로 정말 50번이 넘게 돌려보고 빌려보고 친구 왔다고 또 빌려 보고 할 줄이야...
급기야 외국 소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던 시절 원작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궁금해서 시립도서관을 찾아가 스티븐 킹의 소설원작 쇼생크 탈출을 초등학교 시절 완독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그 나이에는 설계와 탈출 마침내 성공 이런 스토리가 잘 먹히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그 영화의 손꼽히는 장면 둘을 꼽으라면 피가로의 결혼 음악 속에 흐르는 엔디 두프레인의 작은 일탈과, 감옥 밖, 카리브해 지후 아타네오 해변에서 에서 엔디와 레드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말 없이 두 배우의 표정만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는 장면은 무척이나 연출적인 면에서도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노래 : 해변에서의 먹먹한 재회, 노래로 해석하다 - Jean 21
전통적으로 해변이라는 로케이션은 재회를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장소로 다양한 문학과 서적에서 사용되었는데요, 그렇게 해변에서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마냥 신나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은 즈음의 리듬과 템포로 불리워 지는것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 Bossanova 리듬을 베이스로 나머지 현악기들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솔로 파트에서는 너무 기타솔로가 지루하게 늘어지는 것 같아 기타와 마림바 연주를 반반씩 섞어보았습니다.
Jean 21 - #3 Re-Wined
다시 우리 만나는 날
Refill 해주셨던 와인을 맛보길
그대와 함께 그날처럼
들녘에 앉아 도시락을 맛보길
먼 발치 그대 나를 부르면
알아볼 수 있겠죠 당신을
끝내 다시 만난 그날에
좀 더 닮아 있겠죠 우리
다시 우리 만나는 날
그 땐 제가 밥을 짓겠어요
긴 사연 인사를 접어두고
식사를 해요 함께 해줘요 그대
먼 발치 그대 나를 부르면
알아볼 수 있겠죠 당신을
끝내 다시 만난 그날에
좀 더 닮아 있겠죠 우리
다시 우리 만나는 날
그 땐 제가 밥을 짓겠어요
긴 사연 인사를 접어두고
식사를 해요 함께 해줘요 그대
다소 어휘나 그 미장센이 종교적인 배경을 지칭하고는 있지만 참 그리웠고 오랜만인 재회의 잔잔한 감성을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 처럼 해변 위에서 풀어내고 싶어서 완성하게 된 노래를 공유합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다시 찾아온 신이 인간에게 부탁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이 이 책의 마지막 내용이자 이 시리즈의 주제가 아닐까요?
한스 라트 "그리고 신은 시리즈" 다시보기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feat.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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