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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화성에 불시착한 로빈슨 크루소 : 마션 , 앤디 위어

by Caferoman 2021. 8. 13.

독서노트

이 소설 역시 첫문장이 꽤나 흥미롭다, 마션 - 앤디 위어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마션'은 아직 보지않은 상태에서 이 소설을 접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을 그 Variations 보다 먼저 읽어야 하는 강박증이 있나봅니다.)
아무튼 이 소설은 첫 문장부터 범상치 않네요.
소설 도입분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I'm pretty much screw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Screwed.


보통 그동안 접했던 고립과 생존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들은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 같이 바다 가운데에 고립되는 무인도를 그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우주 그것도 화성 한복판이라니...
참 스케일이 남다르고 독특한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장 한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출간되고 5년이나 지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화성에 불시착한 로빈슨 크루소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면 질식사할 것이다.
물 환원기가 고장 나면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
이 막사가 파열되면 그냥 터져버릴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다. 나는 망했다.

시작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상황을 확실하지만 간결하게 묘사하면서 텐션 바짝 잡고 시작하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을 때는 '아이고~ 드디어(?) 무인도에 도착했구나' 하면서 무인도에 떨어지는 순간을 한참 기다렸는데 이건 뭐 시작하자 마자 "좆됐다"로 시작해버리니 말이죠)
물론 <로빈슨 크루소>를 쓴 다니엘 디포를 디스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는 앤디 위어의 "좆됐다" 대신 유사한 상황을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는 능력자니까요.

신의 섭리는 인간이 빠질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상태를
아주 쉽사리 더 비참하게 만드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로빈슨 크루소

무튼 다행히도 기약 없는 생존이 아닌 기약이 있는 기다림이라는 점과 그래도 외부(지구)와의 연락도 가능한 제 1호 화성 체류자 마크 와트니의 상황은 정말 무인도에 갖힌 로빈슨 크루소보다는 낫구나 라며 비교적 마음을 덜 졸이며 <마션>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게다가 생존을 위한 마크 와트니의 기본 템 자체가 워낙 로빈슨 크루소에 비해 넘사벽이라

 

절망 속에서도 잃지 않은 찰진 위트

역시 이런 생존물의 꽃은 극도의 절박함과 절망감 속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한줄기의 찰진 위트가 아닐까요?
당장 GG치고 삶을 포기할 법도 한 상황 속에서 마크 와트니는 늘 그의 유머감각을 유지합니다.

⏀ 일지 기록:11화성일째 시카고 컵스는 잘하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나는 장시간 지루함을 견디며 이동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반환점을 찍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비행사가 아니던가. 죽도록 긴 여행을 다니는 게 내 일이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다.

게다가 유유상종이라고 마침내 와트니와 연락이 되어 그를 구하러 오는 그의 동료들 역시 적절한 위트감을 뽐냅니다.

“VAL에 구멍을 낼 거야.”
“네!? 어떻게요!?” 와트니가 물었다.
“포겔이 폭탄을 만들고 있어.”
“포겔은 미친 과학자예요! 차라리 제가 말한 아이언맨 방식이 나을 것 같은데요.” 와트니가 말했다.
“그건 너무 위험해. 자기도 잘 알잖아.” 루이스가 대답했다.
와트니가 말했다. “사실은 이기적인 이유에서 그러는 거예요. 고국에 추모비가 세워지면 제 이름만 올라갔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대장의 떨거지 무리 속에 끼어 있고 싶지 않아요. VAL을 폭파시키는 건 안 돼요.” 그러자 루이스가 말했다.
“정 그렇게 나온다면…… 잠깐…… 가만히 있어봐…… 내 견장을 보니까 내가 대장이었네. 가만히 앉아 있어. 우리가 데리러 갈 테니까.”
“못 말려.”

 

어쩌면 그들 모두 조난의 가장 큰 적은 마음의 불안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 평정심을 지키기 위한 본능으로 인간다움의 위트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8세기의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던 것 처럼요.

 

병은 몸에 영향을 끼치지만, 불안은 마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정신적 불안은 신체의 무능력과 같으며, 어쩌면 더 큰 장애임에 틀림없다. - 로빈슨 크루소

 

함께하면 좋은 것들

영화 :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의도하진 않았는데 본 책과 연관된 추천 영화 작품을 뽑다보니 그래비티(2013) > 인터스텔라(2014) > 마션(2015) 순으로 1년에 1편씩 선정이 되었네요, 그래비티가 중력을 거스르고자하나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이란 주제를 가지고 있다면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특유의 "오~ 뭔가 심오하고 멋있는데 잘 모르겠는" 상대성 원리에 기반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런 조난물이 맘에 드셨다면 아무래도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만약에 조난과 더불어 나는 신랄한 풍자 역시 선호한다고 하면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또한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로빈슨 크루소는 본래 책의 제목이 매우 인상적인데요(사실 제목만 읽어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제목으로 공개한 만큼 딱히 스포일러가 될 일은 없어보여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목을 함께 공유합니다.

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 Who lived Eight and Twenty Years, all alone in an un-inhabited Island on the Coast of America, near the Mouth of the Great River of Oroonoque; Having been cast on Shore by Shipwreck, wherein all the Men perished but himself. With An Account how he was at last as strangely delivered by Pirates.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기이하고 놀라운 모험: 배가 난파하여 모든 사람이 죽고 자신만 해변으로 떠밀려 온 뒤 28년을 혼자서 아메리카 해안의 오리노코 강어귀 근처 무인도에서 산 인물. 그가 어떻게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들에게 구조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또한 첨부』 - 『로빈슨 크루소』 - 다니엘 디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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