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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전성은

by Caferoman 2022. 6. 15.

대한민국 교육에 관련된 3부작 시리즈

 

저자 전성은

저자 전성은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거창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2006년까지 41년간 거창고등학교를 비롯해 같은 재단인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의 교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2년간 맡아 학교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서로는 ‘교육론’ 3부작인 《왜 학교는 불행한가》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가 있다.

 

그와 그의 아버지 전영창이 말하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층계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던 노 교장(고 전영창)은 옆에서 같이 구경하고 있던 아들의 무르팍을 꼭 쥐며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
“내 교육은 실패했어.”
그의 아들 전성은의 오른쪽 무릎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교육은 실패했어.”
그리고 한 달 뒤인 1976년 5월 20일, 전영창 교장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 한마디의 말이 오늘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

 

어쩌면 거창고등학교 이야기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교육자로서 교육에 대한 도전과 실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고 전영창 선생의 "나의 교육은 실패했다."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시작합니다.

 

그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데 꼬박 46년이 걸렸다.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세요?”
운동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묻는 아들에게 전영창은 이렇게 대답했다.
“○○도 돌아오지 않았지, ○○도 돌아오지 않았지, ○○, ○○은 왔다가 떠나버렸지….”
대학 공부를 마치고 모교로 돌아와 같이 일하리라고 기대했던 졸업생들의 이름을 열거하던 전영창은 “떠나버렸지…”하고 말끝을 흐렸다. 결국 전영창이 실패했다고 말한 교육은, 자기와 같은 길을 가리라 기대했던 졸업생들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걷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다소 시작부터 뜬금 없는 결론일 수 있지만 저자는 결국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교육이며 "학교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르침대로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교육인데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 전영창 교장은 그의 교육이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전영창이 실패했다고 말한 교육은 바로 이것이다.
돌아옴,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교육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창에 돌아와 함께 학생들을 교육하리라 기대했던 졸업생들이 돌아오지 않았거나 돌아왔다가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창을 떠난 것, 그것을 자신의 교육이 실패한 증거라고 생각했던 전영창의 교육은 바로 돌아옴이었다.

 

결국 자신이 배운대로 좁고 험한 길로 돌아가는 것이 참된 교육을 받은 사람의 사랑의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을 줄이고 없애는 길은 오직 사랑임을 깨닫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동포가, 백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돌아가 그들과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가르침이란?

  •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란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것만큼 중요하고 큰 깨달음은 없다” -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칼과 창으로 세운 로마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다. 나눔 중 최고의 나눔은 빚을 탕감해주는 일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곧 이웃과의 나눔이다. 승자 독식이 아니다. 그러한 예수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죽음을 하나로 뭉뚱그려 사랑이라고 한다.
  • 하늘의 명은 사랑이다. ‘사랑, 인, 자비’라는 하늘의 명은 어떤 권력도, 제국의 황제나 종교의 창시자도 바꿀 수 없다. 인간은 오직 그 천명에 눈떠야 할 뿐이다. 사랑에 눈뜸이 교육이다.
  • 공자, 석가, 예수 모두 제국주의 시대에 태어나 힘없는 백성이 당하는 고통과 아픔을 보며 마치 자신들의 가슴이 불에 덴 듯 아파한 분들이었다. 공자, 석가, 예수의 가슴을 파고든 고통은 힘없는 백성이 겪는 고통이었다.
  • 그들은 반인간적·반역사적·반도덕적 현실을 뒤집어 그들이 섬김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길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을 줄이고 없애는 길은 오직 사랑임을 깨닫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동포가, 백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돌아가 그들과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 교육이 인격을 기르는 일이라면 결국 교육이란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더 크고 더 깊게 하는 일이다. 자아완성은 인격 완성이고 인격 완성은 사랑 완성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교육과 배움은 단순히 개인의 지식의 확장이나 자아 성찰의 수준이 아닌, 깨어진 세상에 비통해하며 싸울 수 있는 공감능력과 용기와 같다고 말하며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보다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육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맞아 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더라도 불의·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은 가난한 사람이 생겨나게 하는 체제와 제도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에 이바지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행위와 체제는 불의다. 사랑은 본질상 타인을 고통 속에 몰아넣지 못한다.

 

또한 저자는 교육은 불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교육 최대의 적은 무지, 교육받지 못함이 아닌, 이기주의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자신의 성공과 유익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이 동원되어도 결과만 내면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은 교육의 방향과 본질을 훼손시킵니다.

 

단번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상대를 제거하면 된다는 대안처럼 무서운 대안은 없다. 정치와 종교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이다. 자기의화(自己義化)는 자기 절대화를 낳고 자기 절대화는 상대악화(相對惡化)를 낳는다. 상대 악화는 상대 제거, 상대 숙청, 상대 말살을 낳는다. 역사상의 모든 제국과 독재는 그런 정치선전에 의해 탄생했고 유지됐다. 심지어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많은 정권이 그런 악을 통해 자기 집단의 단합을 도모한다. 심지어 종교들도 그러한 악을 저지른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아픔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

저자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사람을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목숨을 걸고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일이 인류를 구원하는 사랑이고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교육은 제국주의의 힘의 논리,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허위 논리임을 밝혀내는 일이며 인류의 참 평화는 사랑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삶으로 보여주는 일이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타자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혹은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하기 위해 기꺼이 오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교육이 목표로 하는 참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의 유익을 위한 계발이 아닌 나의 이웃을 위한 헌신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반적인 교육학 개론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쳤다면 다소 생뚱맞고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진정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쳐야 할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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