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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IT과학

펜데믹과 엔데믹 차이는? :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 정승규 저

by Caferoman 2022. 2. 9.

우리에게 친숙한 약에 대한 탐구생활 :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단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되었다. 19세기 말 담배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뱃잎의 즙을 여과해 세균을 걸러낸 용액에서 병이 생기자 담배모자이크병이 세균이 아닌 더 작은 병원체에 의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가장 큰 차이는 스스로 생명 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볼 수 있는데요, 세균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바이러스는 생존에 필요한 유기물을 스스로 만들지 못해 숙주의 힘을 빌려서 증식한다고 합니다.

 

크기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세균이 보통 수 마이크로미터(μm, 100만 분의 1m) 크기인데 반해, 바이러스는 이보다 훨씬 작아 수백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정도라고 합니다만 크기로만 이 둘을 구분하기에는 아주 큰 거대 바이러스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합니다.

 

최초의 바이러스 접종 : 천연두 백신

책에서 백신의 기원을 천연두 백신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영국의 외과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젖소 젖을 짜는 여자들이 젖소의 유방에 궤양이 생기는 질환인 우두에 사람이 옮아 감염된 경우 다시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현상을 보고 우두를 일으키는 병독에 사람이 걸리면서 천연두에 면역이 생긴다고 가정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1796년 소젖을 짜는 여인의 손바닥에 생긴 종기에서 고름을 채취해 8살 소년에게 접종, 결과적으로 소년의 팔에 상처가 생겼지만, 금방 회복되며 진짜 천연두 고름을 주사해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천연두 백신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백신이라는 명칭 또한 암소를 라틴어로 바카(vacca)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따와 접종한 우두의 고름을 백신(vaccine)이라고 지어진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을 1세대 백신이라고 합니다.

 

이후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r가 광견병과 콜레라 백신을 개발했다. 사실 백신이라는 이름은 제너의 종두법만을 의미했지만, 그를 존경한 파스퇴르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약도 백신이라 부르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파스퇴르는 감염증이 미생물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과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접종하면 백신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vs 스페인 독감

제1차 세계대전의 인명피해는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대략 2,000~5,000만 명 정도다. 당시 세계 인구는 18억 명이었는데, 감염자가 약 5억 명에 달했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은 인류 최대의 재앙이 바로 스페인 독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 병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캔자스주 병영에 주둔한 군인들 사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유행한 것이다. 6만 명의 병력이 모인 병영의 난방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병사들은 난로 주위에 다닥다닥 모였고,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 삽시간에 감염되었다. 또 철도로 병력이 이동하면서 미국 동부, 남부 해안에 있는 기지에도 인플루엔자가 퍼졌다. 미군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유럽을 감염시켰고, 아프리카, 태평양까지 번졌다. 1~2년 사이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전쟁 당시 스페인은 중립국이어서 독감이 퍼지는 사건에 대해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반면 교전국들은 검열을 이유로 자국 군대가 독감에 걸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새로 생긴 독감을 단순한 감기라고 말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바빴다. 결국, 스페인에서 독감을 자주 보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작 우리가 스페인독감이라고 알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실 미국에서 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정작 이 독감의 확산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나라들과 달리 독감상황을 그대로 보도했던 스페인의 이름이 붙어 스페인 독감이 된 것은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멀리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18년 9월에 들어와 당시 인구 759만 명의 약 38%인 288만 4,000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14만 명이 사망했다.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시체를 처리할 사람이 없고 농가에서는 추수하지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스페인 독감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100년전에 있었던 스페인독감은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규모면에서나 치사율 면에서나 훨씬 심각한 재앙이었음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시대적 상황은 한일병탄 이후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국면가운데 맞이한 재앙이라 오늘날 처럼 정부의 대응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스페인 독감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해 볼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우한(우창의 ‘우’와 한커우,한양의 ‘한’이 합쳐져 만들어진 명칭)에서 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한은 중국의 배꼽으로 불리는 교통의 요충지로 1,020만 명이 사는 대도시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2019년에 발생했다고 해서 ‘코로나 19’로 이름 붙여졌는데, 바이러스의 명칭은 원둘레에 방사형으로 빛이 퍼지는 코로나(corona) 모양이어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COVID19의 경우 강한 전염성을 가졌지만 사스와 메르스에 비해 치사율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여기서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하면 다른 숙주를 찾아 전파하기가 쉬워지는 반면에 치사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엔데믹? 둘의 차이는?

최근 코로나19(COVID-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엔데믹의 조건대로 치명률 0.05% 이하, 부작용이 작은 코로나 치료제를 동네 병원에서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 국민 대다수의 일정 수준 이상의 면역력을 갖춘다면 우리 나라 또한 어느정도 코로나 이전 일상생활로 돌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치명율은 0.25%(2/28일 기준) 정도 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를 6단계로 구분하는데요, 그중 전염병이 특정 지역이나 사람에 한정된 경우를 엔데믹(endemic), 한 대륙이하의 넓은 지역에 퍼져 세계적 유행이 임박한 단계를 에피데믹(epidemic)이라 하며, 국가·대륙 간 전파가 가장 심한 6단계를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합니다.

 

엔데믹(endemic)의 예로는 말라리아나 뎅기 바이러스 등을, 에피데믹(epidemic)의 예로는 사스나 신종 플루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의 자금줄이던 활명수

동화약품 전신인 동화약시절부터 활명수는 1920년대 출시된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초기 활명수의 가격은 당시 설렁탕 두 그릇 값인 50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싸게 팔아 남은 이익금은 독립운동의 자금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었던 소화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활명수는 한국 기네스가 인증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로, 1897년 궁중 선전관이던 민병호가 개발했다. 그는 궁중에서 쓰던 생약 비방에 최초의 서양병원 제중원으로부터 얻은 서양의학을 접목해 활명수를 만들었다.
1967년에는 활명수에 탄산을 주입해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가 나왔다. 하지만 까스활명수에 들어 있는 현호색이란 한방 성분이 임신부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에 까스활명수를 편의점 판매 허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동화약품은 현호색을 뺀 ‘까스활’을 출시해 편의점에 공급하고 있다.

 

알러지 치료제 > 수술 쇼크 방지체 > 정신병 치료제로 변모한 사례 :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

프랑스 외과전문의 라보리는 다친 군인을 치료할 때 종종 환자의 혈압이 이유 없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심장이 급하게 뛰는 ‘수술 쇼크’를 경험하며 원인을 찾고자 매진하던 끝에 다음 두가지 주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 육체에서 나오는 물질이 쇼크를 일으킨다 : 상처 입은 동물 혈관에 아드레날린이 많다. 아드레날린은 신경이 흥분하면 나오는 물질로 심장박동 수를 높이고 대사를 촉진시켜 혈류 변화를 일으킨다. 
  • 쇼크가 일어나는 이유는 육체보다는 정신에 있다 : 쇼크는 육체의 상처보다는 정신적 공포 때문에 일어난다

 

위 두 가지 주장으로부터 라보리는 "수술받기 전 환자의 불안과 공포는 흥분성 물질을 혈액에 방출한다. 수술을 하면 이 물질의 작용을 격발시켜서 쇼크를 일으킨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 반응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라보리는 항히스타민제를 가지고 임상에 사용했는데 그가 사용한 여러 항히스타민제 중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은 원래는 피부병과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약이지만 동면요법에 클로르프로마진을 응용하자 환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수술을 앞둔 환자가 불안에 떨지 않고 무감각한 상태가 되어 수술 후에도 기분이 차분하게 되고 안정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약이 수술 쇼크 방지제가 된 셈이죠.

 

이에 그치지 않고 라보리는 클로르프로마진을 정신병 환자에게 투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끝에 정신병 환자에게 이 약을 투약하게 되었고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1952년 파리의 발 데 그레이스 정신병원에 24살의 자크라는 환자가 있었다. 자크는 미친 소리로 떠들고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두들겨팼다. 가망이 없는 자크에게 정신과 의사는 라보리가 제안한 클로르프로마진을 투여해 보았다. 놀랍게도 금방 안정되더니 몇 시간 후에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깬 뒤 다시 광기에 빠지기까지 18시간 동안 정상 상태를 유지했다. 약을 계속 투여하자 평온해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3주 후, 자크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57세의 조반니는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하는 말을 하며 큰소리치는 행동으로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조반니는 화분을 머리에 이고 사람들에게 헛소리를 지르거나 거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그에게 클로르프로마진을 정맥주사 하자 조용해지면서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똑같은 반응을 반복했다. 약을 규칙적으로 맞으면 안정되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차 상태가 좋아졌다. 고함치고 헛소리를 내뱉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9일 후에는 의사와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했다. 3주 후 그도 자크와 마찬가지로 퇴원했다. 이처럼 클로르프로마진은 가장 어렵고 위험한 환자들을 순한 양으로 바꾸었다.

 

이 당시 정신병은 어릴 적 겪었던 학대나 콤플렉스가 어른이 되어 나타난다고 믿었고 상담을 통해서만 낫게 할 수 있다는 통념이 강하던 시기로 라보리는 이렇게 최초의 정신병 약을 발명하게 됩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지금껏 정신과 치료에서 들어보지 못한 획기적인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 이론에 심취한 사람은 클로르프로마진이 심리 문제를 단지 감춘다고 생각했다. 곧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루어졌고 1952년 약효를 인정받은 클로르프로마진이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프랑스 롱프랑에서는 라각틸, 1954년 미국 SK&F에서는 소라진이라는 상품명으로 나왔다. 똑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국가별로 상품명은 다를 수 있다. 기적의 약 클로르프로마진 덕분에 정신병 환자의 집단 퇴원이 이뤄졌다. 1955년 55만 9,000명으로 최고에 달했던 미국 정신병 환자는 1990년 12만 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덩케르크의 차가운 바다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라보리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시도는 정신병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10명 중 1명은 걸리는 병 : 당뇨병

당뇨를 영어로 Diabetes Mellitus라고 한다. ‘siphon and honey’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왔는데 “꿀같이 단 소변을 자주보다”라는 뜻이다. 서기 100년 무렵 그리스 의사 아레타이오스Aretaios는 당뇨를 “뼈와 살이 녹아내리며 끊임없이 소변을 보고 갈증을 참지 못한다”라고 서술했다. 동양에서는 당뇨를 소갈병消渴病이라고 했다. 소갈이란 태우고 갈증이 난다는 뜻으로 음식을 자주 먹고, 갈증이 나며,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나타낸다. 당뇨가 있으면 음식을 먹어도 허기가 생겨 많이 먹게 되고, 과도한 혈당은 갈증을 일으켜 물을 많이 마셔 소변량이 늘어난다. 다음, 다갈, 다뇨는 삼다三多라고 해서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당뇨 환자 수는 501만 명이 넘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당뇨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하면 87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10명중 1~2명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질환임에는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이 걸리는 국민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당뇨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비율은 62%에 불과하다. 실제 치료받는 사람은 56%밖에 되지 않는다. 치료받아도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정상적으로 조절되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걸리면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병이 당뇨다. 그럼에도 고열량, 고지방 식단, 정제된 곡류와 설탕 과다 섭취, 운동 부족으로 당뇨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WHO에서 권장하는 당 섭취량이 25g인데 반해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50g, 청소년은 80g의 당을 섭취하고 있어 당뇨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음을 저자는 경고합니다. 이러한 식습관을 방치하는 경우 높은 혈당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을 지치게 만들어 인슐린이 부족해지고 기능이 떨어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조현병 치료제, 항우울제, 수면제, 피임약, 구충제 등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다양한 약들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칫 어려워질 수 있는 내용을 비전공자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매우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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