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직장 소외된 일터
21세기 일터에서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외롭다고 느낄까? 가림막도 정해진 자리도 없는 사무실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자신만의 고치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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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국에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 이상이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전혀 또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전문직 종사자 62%가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고, 그중 스스로 원해서 그런다고 응답한 사람은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심지어 동료들과 보내는 긴 점심시간이 오랫동안 거의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프랑스에서조차 사람들이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동안 점심을 먹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습니다.” 카페 프레타망제의 프랑스 본사 대표 스테판 클라인이 말한다.
한국의 직장조차 잦은 회식과 술자리 등의 이슈로 뜨거웠던 10여년 전 문화가 무색할 정도로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혼자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코넬대 케빈 니핀과 그의 동료들은 거의 1년 반에 걸쳐 주요 미국 도시의 소방서 13군데를 관찰한 결과 식사를 함께 계획하고 함께 요리해 함께 먹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긴밀히 협동·협력하기 때문에 성과도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소방관들에게 이것은 진화 작업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 당신이 진짜 전쟁터에 있든 아니면 작업 환경이 마치 전쟁터처럼 느껴지든, 함께하는 식사는 일터에서 공동체 의식이나 팀의 사기를 북돋울 가장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수개월에 걸친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뒤에 공동체 의식을 재구축하고 직원들이 재연결되도록 돕고 싶은 기업들은 공식적인 점심시간을 재도입하고(정해진 시간이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노동자들이 함께 식사하도록 권장하는 것을 기업 전략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는 확실한 사업상의 이득이 있다.
현대사회의 고립과 소외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앞선 포스팅에서 스마트폰과 극우주의자들의 포퓰리즘에 갖힌 개인에 초점을 두었다면 후반부의 내용은 로봇,AI의 발전으로 인한 노동자의 소외와 소통의 단절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AI와 마주한 면접 : 지원자를 예단하는 AI
내 취업 면접을 실시한 하이어뷰HireVue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이다. 하이어뷰의 고객사는 힐튼호텔, J. P. 모건, 유니레버 등 700여 개 우량 회사다. 이러한 기업들이 활용하는 AI 기술의 작동 방식은 차기 첨단기술인 ‘감성 AI(Emotional AI)’는 무려 2만 5,000개의 개별 자료점data point을 고려해 입사 지원자의 어휘, 어조, 억양, 표정을 분석함으로써 지원자를 ‘읽는다.’ 그 값은 그 일자리에 ‘이상적인’ 후보의 결과와 비교된다. 말하자면 나의 호흡, 침묵, 눈썹이 치켜진 정도, 이를 앙다문 정도, 미소, 단어 선택, 목소리 크기, 자세, ‘음’이나 ‘어’를 뱉은 횟수, 말투, 심지어 언어 습관까지 몽땅 녹화되어, 내가 보다폰(Vodafone)의 대학원생 훈련 프로그램에 적합한 후보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블랙박스 알고리즘에 입력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취업 인터뷰에서 체험한 AI를 상대로 한 면접을 예로 들면서 비용대비 효율성을 강조한 이 솔루션이 얼마나 개인에게 큰 소외감을 줄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면접 내내 범죄 현장의 살인 피해자가 된 것 마냥 스크린에 점선으로 그려진 실루엣에 상반신을 고정한 채로 다양한 비언어적인 표현요소를 절제하며 임해야 하는 면접은 스크린 우측 상단에 있는 카운트다운 타이머로만 제약된 표현을 강요하며 표정, 몸짓, 미소, 찡그림 등의 면접관에게서 볼 수 있는 상호작용을 배제한 채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경험은 한 개인에게 소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강조합니다.
확실한 것은 내가 기계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보다는 나라는 사람과 기계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이 문제였다. 나는 내 완전하고도 복잡한 인간성을 모두 발휘할 수 없는 조건에서 기계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야 했다. 이 기계의 블랙박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저 기계는 지금 내 ‘자료점’ 중 어느 것에 집중하고 있으며 어느 것에 가장 가중치를 두고 있을까? 내 목소리? 억양? 몸짓? 아니면 말의 내용? 저 기계는 나를 평가할 때 어떤 공식을 사용할까? 그 공식은 공정할까?
실제로 2019년 11월 잘 알려진 미국 공익 연구기관인 전자개인정보센터는 하이어뷰가 “증명되지 않은 은밀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입사 지원자의 “인지 능력”, “심리적 특성”, “정서 지능”, “사회성”을 평가하려 했다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하이어뷰를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 일방적인 심문에서 큰 소외감을 유발한다고 느낀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이 가상 면접에서 나는 아마도 예전의 그 어떤 면접에서보다 엄밀히 관찰되었을 것이지만 놀랍게도 나는 마치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가상 면접은 정확히 누구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었을까? 과연 그것이 나였을까? 혹시 2만 5,000개의 자료점으로 잘리고 저며져 1차원으로 픽셀화된 나, 그러니까 내 경험과 이야기와 성격의 깊이가 절대 포착될 수 없는 버전의 내가 아니었을까?
빅 브라더의 시대 : 사생활 침해와 상호 감시
21세기에 나타난 감시에는 세 가지 새로운 양상이 있다. 첫째는 모니터링되는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며, 셋째는 의사결정 권력이 지나치게 기계에 이양되었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시스템에서 구매자가 주는 별점후기나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에서의 평점과 같은 만인으로부터의 감시와 평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누군가를 숫자 하나로 축소해버릴 때 그들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스스로에게 침묵을 강요하며,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굽실거리는 와중에 진정한 자아로부터 소외된 기분을 느낄 위험이 있다.' 고 이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형편없는 서비스에 매겨진 ‘2점’과 고객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준 ‘2점’, 어느 인종차별주의 손님이 단순히 피부색 때문에 준 ‘2점’이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맹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에서는 흑인이나 아시아인 노동자는 백인 노동자보다 낮은 평점을 받으며, 태스크래빗 고객들은 비슷한 수준의 경력을 보유한 다른 태스커(작업자)에 비해 흑인(특히 남자들)에게 더 낮은 점수를 줄 때가 많다.54 더군다나 평가 구조는 단지 편견적인 시각을 감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증폭시킬 위험까지 품고 있다. 우리가 잘 알듯이 누군가가 이미 매긴 평점이 있으면 사람들은 거기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누군가가 낮은 평점을 받은 것을 보면 왜 그런 점수가 매겨졌는지 따져보고 사실에 입각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당신도 똑같이 낮은 점수를 주기 쉽다는 뜻이다.
로봇의 등장 그로 인한 일자리와 인간성의 상실
2013년 향후 20년간 미국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자동화될 위기에 있다고 예측한 옥스퍼드대 교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의 글을 인용하며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실종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중에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정부에 시간을 벌어줄 일이 한 가지 있다. 인간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찬성한 로봇세를 부과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인간의 노동력과 달리 로봇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로봇이 인간보다 능률적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기업 입장에서는 인간보다 로봇을 쓰는 편이 비용이 덜 든다. 결국 우리는 본질적으로 자동화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로봇세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또한 이러한 로봇의 역할이 단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정서적인 충족까지 대신할 수 있는 시대는 일자리의 상실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미국에서 20대 초반은 10년 전 X세대가 20대 초반이었을 때보다 성관계를 2.5배 덜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서양 반대편에서는 2001~2012년 지난 한 달간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았다고 보고한 영국 청년의 수가 증가했고, 연구자들은 이러한 성적 활동의 감소가 “현대 생활의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일본에서는 18세에서 34세 사이 인구 다섯 명 중 세 명이 어떤 종류의 연애 관계도 맺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5년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다.
인간보다 덜 까다롭고 일관적이며 성적인 욕구 뿐 아니라 정서적인 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과연 구지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애쓰려 할까요? 저자는 이렇게 인간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대체할 수 있는 로봇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경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핌 하셀라허르와 앤코 피터스 같은 윤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은 묻는다. “그런 로봇 파트너를 구할 수 있는데, 정서적으로든 성적으로든 그 정도로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관계에 어떻게 만족하겠는가?”
앞서 스페인 독감 이후 공동체와 관계의 욕구가 폭발했던 과거의 사례를 들면서 팬데믹 위기가 지나면 면대면 연결에 대한 억눌린 욕구가 ‘외로움 경제’를 폭발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코로나19는 이 움직임에 일시적인 제동을 거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 많은 경우 면대면 연결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더 강렬해질 것이다.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공포가 한동안 계속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 생활에서 비접촉 경험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해도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물러가고 불과 몇 년 만에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재즈 클럽이 꽉꽉 들어찼고, 독일에서는 1920년대 중반 즈음 바이마르공화국의 퇴폐적인 바와 나이트클럽이 손님들로 넘실댔던 것을 떠올려보라. 2020년 5월 홍콩에서 재개장된 헬스클럽 앞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봉쇄 조치가 풀리자 줌 수업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데도 요가원에서 함께 다운워드 도그 자세를 취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회원 때문에 대기자 목록을 작성해야 했다.
결론 : 공동체의 필요성
끝으로 저자는 외로움이 극대화 된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임을 강조합니다.
오늘날처럼 서로 연결되기 쉬웠던 적은 결코 없었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삶이 타인과 긴밀히 얽혀 있음을 인식하고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무심한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배역을 바꿔야 함을 강조합니다.
외로운 세기의 해독제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있어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이 말이다. 흩어져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이것은 최소한의 요구다.
이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평가처럼 다소 편향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격리와 고립이 일상화 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권장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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