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毛泽东) 그리고 덩샤오핑(邓小平)
1976년에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공산당은 1978년 말에 개최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경제 체제 개혁과 대외개방 실시를 제안했다. 개혁개방을 주도한 사람은 덩샤오핑이었다. 덩샤오핑은 선부론과 흑묘백묘론을 주창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다. 덩샤오핑은 당내 실용주의 세력들을 정계에 포진시키고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선부론(先富論) :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부자가 되어라. 그리고 낙오된 사람을 도와라’라는 의미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라는 뜻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을 제일로 여겼던 덩샤오핑의 실리주의 경제 정책
우리가 흔히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로 알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국가가 생산 기반부터 분배까지 통제하지만, 사회주의는 생산 기반만 통제함)
마샹(马上)이 입에 배어있는 중국인
마상은 ‘말 마(马)’ 자와 ‘윗 상(上)’ 자가 결합된 단어로, ‘말 위에’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말로 의역하자면 "거의 다왔어" 혹은 "지금 막 출발했어요" 와 같은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어휘의 모호함인데요, 딱히 정해진 기준이 없어 이제 막 출발했어도, 거의 도착할 때가 됐어도 똑같이 ‘마샹’이라고 사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기다리면 언젠가는 해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나마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지만 납기일이 정해져 있는 시일이 촉박한 비즈니스의 경우 납기일을 어기고도 “마샹완청(马上完成)”, 즉 “곧 완료됩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중국 회사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 정말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은 점을 저나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不怕慢, 只怕停(Bùpà màn, zhǐ pà tíng)
不怕慢, 只怕停은 ‘느린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 두렵다’라는 의미로, 중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 표현을 이 책의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어 무조건 따라하기라는 책에서 온라인 강의 시작과 끝에 늘 이 구호를 외치고 시작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시간에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하더라도 의지를 꿋꿋이 가지자’라는 의미로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이들이 많은 유명한 말 중 하나 입니다.
중국의 술문화
술을 받을 때 테이블을 두드리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중국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乾隆帝)는 종종 서민처럼 옷을 입고 궁 밖으로 나가 민생을 살피는 미복잠행(微服潛行)을 했다. 대신들도 황제를 따라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황제를 보필했다. 황제와 대신들은 서민 행세를 하며 세간을 둘러보다 힘들면 차관(茶馆, 찻집)에 들러 쉬기도 했다. 궁에서는 황제가 차를 하사하면 대신들은 무릎을 꿇어 황제에게 감사를 표하고 하사받은 차를 마셔야 하지만, 미복잠행을 할 때는 황제의 신분을 노출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대신들은 무릎을 꿇을 수가 없었다. 건륭제는 대신들에게 무릎 꿇는 것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라고 하였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면서 술을 받을 때 ‘감사하다’는 의미로 예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술자리에서 “건배”를 제안했다면 반드시 잔을 비워야 합니다. "잔을 비우자!"라고 외치고 비우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니까요. 기운을 내라는 "Cheers"나 ~를 위하여를 의미하는 "Salud"와 달리 건배(干杯)는 ‘마를 건’ 자와 ‘잔 배’ 자가 합해져 단어로, ‘잔을 비우다’라는 뜻이기에 누군가가 “건배”를 외쳤다면 같이 건배를 해주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정부는 정책을 내고, 기업은 대책을 낸다
중국의 특이한 점은 중국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하라!’, ‘하지 말아라!’를 지시하지 않으며 대신 ‘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정도의 정부 입장만 밝히면 지방 정부나 기업들이 알아서 몸을 사린다는 점입니다. 여러모로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하기에 여간 까다로운게 아닌 국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没办法(méibànfǎ, 메이반파)’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뜻이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중국 회사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후의 필살기가 아닐까 싶다. 중국 회사에서 이 말을 하는 단계까지 왔다면,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회사가 노발대발하며 중국 회사에 항의하고 책임을 물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럴 때는 오히려 당황하지 말고 다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차부뚜어 선생전(差不多先生传) : 무엇이든 대충대충하는 중국인을 풍자한 대충대충 아저씨
‘没关系, 差不多(méiguānxi, chàbuduō, 메이관시, 차부뚜어)’는 ‘괜찮아요. 별 차이 나지 않잖아요’라는 뜻으로 영어의 No Problem 혹은 인도의 도리도리에 해당하는 표현입니다. 저자는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말로 이 차부뚜어 라고 꼽았는데요, 디테일에 약하고 대충대충 일 처리하는 중국인을 풍자한 ‘대충 대충 아저씨(差不多先生)’라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차부뚜어 선생은 두 눈이 있지만 잘 보이지 않고, 두 귀가 있지만 잘 들리지 않고, 코와 입이 있지만 냄새를 잘 맡지도, 맛을 잘 보지도 못한다. 심지어 그는 뇌가 작은 것도 아닌데 기억을 잘 하지 못하고 사고방식도 그저 그렇다. 차부뚜어 선생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뭘 그리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 거야.” 차부뚜어 선생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그에게 흑설탕을 사오라고 했지만 그는 백설탕을 사왔다. 어머니가 다그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흑설탕이나 백설탕이나 그게 그거잖아요.” 후에 차부뚜어 선생은 한 상점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글을 쓸 줄도 알고, 계산할 줄도 알았다. 단지 정확성만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종종 十(십)을 千(천)이라고 쓰고, 千(천)을 十(십)이라고 썼다. 상점 사장은 화를 내며 그를 다그쳤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千이나 十이나 획 하나 차이인데,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어느 날, 차부뚜어 선생은 급한 일이 생겨 상하이까지 기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그는 2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기차를 놓치게 됐다. 점점 멀어져 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일 가는 수밖에 없겠군. 하긴 오늘 가나 내일 가나 그게 그거지. 그나저나 저 기차는 8시 30분에 출발하나 8시 32분에 출발하나 별 차이도 없는데 왜 그렇게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서 출발한 거야!”
차부뚜어 선생이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리게 되었다. 가족들은 명의인 왕 선생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해 대신 수의사 왕 선생을 데려왔다. 차부뚜어 선생은 의사를 잘못 데려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통증이 너무 심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명의 왕 선생이나 수의사 왕 선생이나 거기서 거기지. 빨리 치료해주세요.” 수의사 왕 선생은 소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차부뚜어 선생을 치료했다. 그로 인해 차부뚜어 선생의 몸은 더 악화되었고, 죽음의 문턱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그는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는 거나 죽는 거나 다 거기서 거기겠지. 뭘 그리 열심히 살려고 하나.” 차부뚜어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생전에 계산적이지 않고 따지지 않던 그를 융통성의 대가라며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전국 방방곡곡에 퍼졌고, 많은 사람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차부뚜어 선생이 되어 갔고, 중국은 결국 게으른 사람들의 나라가 되었다.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 : 중국발 미세먼지, 짱개 그리고 떼놈
베이징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스모그가 가장 심했던 2013년의 경우, 베이징 하늘에 미세먼지가 없었던 날은 1년 중 단 5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에서 스모그가 가장 심한 TOP10 도시 중 7개가 중국의 도시라고 하니 역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대국답지 않은가.
흔히 중국 음식을 시켜먹을 때 “짱께 먹자”라고 말하거나 중국인을 낮춰 부를 때 ‘짱께’나 ‘떼놈’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요, ‘짱께’라는 말은 원래 ‘손바닥 장(掌)’ 자와 ‘함 궤(櫃)’ 자로 구성된 단어로, 보통 장사하는 사장님들을 가리켜 사용하던 말로 옛날 중국 사장님들이 가게 영업을 끝내고 돈 궤짝을 손에 들고 퇴근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중국에서는 짱꾸이라는 말이 사장님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되며 타오바오에서는 MD 추천 상품을 ‘장꾸이 추천(掌柜推荐)’이라는 말로 사용 합니다.)
‘떼놈’ 역시 중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로 ‘되놈’이라는 말이 변형된 표현입니다. ‘되’는 북쪽을 의미하는 글자로, 중국인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한국의 북쪽에 해당하는 두만강 근처의 여진족과 만주족을 가리킨다. 우리는 여진족과 만주족의 침략을 받아왔으니 우리 입장에서 그들은 당연히 경계 대상이었고 중국이 통일되면서 여진족과 만주족이 포함되어 있는 중국인을 통칭하여 ‘떼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이 복자를 거꾸로 붙여놓는 이유
중국인들은 춘절이 되면 대문이나 현관에 ‘복(福)’이나 ‘희(囍)’라고 적힌 붉은색 종이를 거꾸로 붙이거나 새해 염원을 담은 글을 붙인다. 그래서 춘절에는 중국이 온통 붉게 물들곤 한다. 이렇게 대문이나 현관에 붙이는 장식들을 춘리엔(春联)이라고 부르는데, 춘절에 붙인다고 하여 춘티에(春贴) 또는 녠화(年画)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 ‘희’ 자를 거꾸로 붙이는 이유는 ‘거꾸로’의 뜻을 가진 중국어 ‘따오(倒)’와 ‘오다’의 뜻을 가진 ‘따오(到)’가 성조만 다르고 발음이 같아 ‘복이나 기쁜 일이 들어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자인 한자는 대표적인 표의문자로 각각의 뜻을 가지는 수많은 문자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표의문자의 특징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국에서 춘절에 복자를 뒤집어 놓는 이유또한 뒤집다라는 뜻의 동사의 발음이 오다라는 동사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때 88골드라는 한국 담배를 중국 거래처에 선물하곤 했다. 중국에서 8은 ‘빠(八)’로 발음되는데, ‘돈을 벌다’의 ‘파차이(发财)’의 ‘发’와 발음이 비슷하여 중국인들이 상당히 좋아했다. 8이 2개나 들어가 있고 옆에 금(金)까지 붙어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동음이의어의 특징 때문에 한 때 한국담배 88골드가 중국인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되었다니 뭔가 재미 있네요.
아무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에 대한 여러가지 문화나 상식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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