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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개미 3 ,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들이 자의식과 상상력을 가진다면

by Caferoman 2021. 11. 30.

개미 3, 베르나르 베르베르

 

모세와 같이 종족 대이동을 감행하는 지도자 103호

 

103호가 이끄는 개미 부족은 거주 실존의 개념 모두에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인간 문명을 경험한 유일한 존재인 103호는 자신의 종족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어떤 개미가 문득 새로운 제안을 한다. 원정에 참여한 것을 기념하는 뜻으로 각자 산란 번호 대신에 여왕개미들처럼 이름을 갖자고 한다. 《이름이라고?》 《그래…….》 《좋아, 우리 서로 이름을 정하자.》 《난 뭐라고 부를 텐가?》 103호가 묻는다. 〈안내자〉나 〈새를 정복한 자〉, 또는 〈두려워하는 자〉로 부르자는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103호는 자기의 성격을 가장 잘 특징짓는 것은 회의(懷疑)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알고자 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래서 그는 〈회의하는 자〉로 불러 주기를 바란다. 《나는 〈깨달은 자〉로 불러 주면 좋겠어. 손가락들이 우리의 신(神)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3호가 나선다. 《난 〈싸우는 자〉로 불러 줘. 왜냐하면 나는 개미들을 위해 개미의 모든 적과 싸우기 때문이야.》 9호가 주장한다. 다들 무엇인가로 불러 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나〉는 금기의 단어였다. 개미들이 자기의 이름을 가지려 한다는 것은 자기들을 전체의 부분으로 뿐만 아니라 개체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3호는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는 네 뒷다리로 버티고 서서 이런 생각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모두들 준비하게. 우린 내일 일찍 떠나야 해. 되도록 일찍.》

 

개미가 인간보다 발달한 종족특성이 집단지성이라면 인간이 개미보다 발달한 특성을 103호는 상상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미로서는 그들의 예술행위와 유머, 미학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이를 추구하는 인간이 개미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고 결론짓게 됩니다.

 

103호는 이 모든 것들을 그의 동물학 기억 페로몬에 저장한다. 〈손가락들은 상상력을 지닌 동물이다!〉

 

페로몬 분석/생성기를 통한 인간과 개미의 대화

3편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페로몬 분석/생성기를 통해서 개미와 인간이 나누는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개미 103호는 외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과 그 문명에 대한 신선한 평가를 내립니다.

 

수신 《당신들의 문명은 매우 복잡하지만, 나는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것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들은 비뚤어진 동물들이고, 당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할 줄 모르며, 유독 당신들이 돈이라고 이름 붙인 것을 긁어모으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 동물들이다. 당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것은 크건 작건 간에 살인의 연속일 뿐이다. 당신들은 우선 죽여 놓고 그다음에 토의를 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당신들은 당신들끼리 서로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수신 《하지만 당신들의 세계에도 나를 매혹시키는 것들이 있다. 아, 그건 바로 당신들의 그림이다! 특히 나는 그 손가락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무척 좋아한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그림을 통해서 나타낸다는 생각, 순수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서 실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물건을 만든다는 생각, 그것은 놀라운 발상이다! 우리 세계에 비유하자면, 그것은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냄새를 맡는 즐거움을 위해서 페로몬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신들이 〈예술〉이라 부르는 그 무상(無償)과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그것은 당신들이 우리보다 우월한 점이다. 우리 사회엔 그러한 것이 없다. 당신들의 문명에는 예술과 무용의 열정이 풍부한 것 같다.》

 

수신 《나는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입장을 바꾸어서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은 손가락들이라는 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낭패스러운 일이었다. 레티샤도 아서 라미레도 그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만한 사람들이 명백히 아니었다! 개미는 담담하게 자기 논리를 펼쳐 나간다.
수신 《당신들은 내 페로몬을 이해하는가? 당신들은 다른 사람이 당신들을 사랑할 마음이 들도록 서로를 사랑하는가?》
발신 「그건…….」
수신 《당신들 자신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당신들이 우리처럼 다른 존재들을 사랑할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지구 상에 나타난 지는 3백만 년밖에 안 된 인간에 비해 1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배웠음을 전제로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구 상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동물이자,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진화한 동물들 가운데 하나"인 개미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의 세상, 그리고 그 두 거대한 세상의 조우라는 스토리는 분명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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