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설에세이

스칼렛(Scarlet), 마리사 마이어 :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feat. 빨간망토

by Caferoman 2021. 12. 30.

스칼렛, 마리사 마이어

독서노트

제3시대력(曆) 126년 8월 28일 답신: 사건 번호 #AIG001155819, 126년 8월 11일 접수
유럽연방 프랑스 리외 거주자인 스칼렛 브누아에게 알립니다.
유럽연방 프랑스 리외 거주자인 미셸 브누아의 실종 신고는 폭력 및 불특정 범죄와 관계됐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사유로 126년 8월 28일 15시 42분을 기하여 취하됐습니다. 신고 대상자는 자발적으로 거주지를 떠났거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건 종결: 경찰 수사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루나 크로니클 두번째 시리즈 스칼렛(Scarlet)

두번째 시리즈인 스칼렛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소녀가 숲 속에서 늑대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인 유명한 동화 빨간 망토(Le Petit Chaperon rouge)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아래는 빨간 망토의 원래 이야기 입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두건이 달린 망토를 입은 것으로 묘사되는 어린 소녀 빨간 두건은 아프신 할머니에게 드릴 음식을 갖고 숲 속을 지나간다.
사나운 늑대는 빨간 두건을 잡아 먹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걱정이 되어 꾀를 내어 빨간 두건에게 다가간다.
순진한 빨간 두건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하고 늑대는 꽃을 따다 드리면 할머니가 좋아할 것이라 말한다.
빨간 두건이 숲에서 꽃을 따는 사이 늑대는 할머니 집으로 가 할머니를 통째로 삼킨 다음 할머니로 변장하고 빨간 두건을 기다린다.
할머니 집에 들어온 빨간 두건은 할머니가 이상하게 변한 것을 보고 이것 저것 묻는다.
이 이야기의 최고점은 "할머니 이빨이 왜 이렇게 커요?"라는 빨간 두건의 질문에 늑대가 "널 잡아먹기 좋으려고!"라고 대답하며 빨간 두건을 통째로 삼키는 장면이다.
이후 사냥꾼이 달려와 늑대를 잡고 배를 갈라 할머니와 빨간 두건을 구한다. - 빨간 망토

 

거칠지만 그녀에게는 다정한 울프(Wolf)

마리사 마이어의 시리즈에서도 역시 중심이 되는 인물로 스칼렛(여주인공)과 울프(남주인공) 그리고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강망토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에 친근하고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울프라는 캐릭터 설정에 어떤 신선함이나 반전이라는 요소를 넣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법 한데요,

 

이 소설에서는 늑대의 돌변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어린 소녀가 늑대의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청춘 남녀 사이 발생가능한 감정선에 그 개연성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스칼렛의 할머니를 잡아간 세력의 우두머리가 첫번째 시리즈 신더의 정적 루나여왕과 동일 인물임을 그의 모험 중에 알게 되고 스칼렛과 울프는 신더의 첫번째(1.5번째?)로 합류하는 동료가 됩니다.

 

“어디 한번 맞혀볼까. 주거 침입죄?” 소녀는 손가락 속으로 들어가는 드라이버를 찬찬히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콧잔등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꼭 알고 싶어요? 반역 죄목 두 건, 체포 불응죄, 생체전기 무단 사용죄. 아, 불법 체류도 있지, 참. 하지만 그건 솔직히 좀 억울해요.” 카스웰은 소녀의 뒤통수를 곁눈질했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 눈가에 움찔 경련이 일었다. “몇 살이야?” “열여섯.”
사이보그 손가락의 드라이버가 윙윙 돌아가기 시작했다.
소음이 울려 퍼지는 동안 카스웰은 잠자코 기다리다가 작업이 잠시 중단된 틈을 타서 물었다. “이름은?” “신더.”

 

혹할만 하니까 늑대다, 마성의 살인미수범 늑대의 재해석

레바나는 바로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속여가면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레바나의 권력은 시민들의 공포만이 아니라 존경과 경배를 통해 유지되고 있었다.
자신이 학대받는 줄도 모르는 사람을 학대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늑대라는 캐릭터를 처녀가 조심해야 하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단순한 폭력, 악으로 설정했던 본래 구전되던 이야기와는 달리, 소설에서는 울프(늑대)를 강인하고 매력적인 순정남으로 묘사합니다. 하긴 그런 매력이 있어야 속임수나 꼬드김에 넘어갈 수 있겠지요.

 

강력한 기계 손을 갖게 된 사이보그 신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변종 늑대인간인 울프,
그렇게 조금씩 울프의 배경과 그 배후새력의 전모가 밝혀지고 타도 루나 드림팀은 한명한명 인원수를 늘려가게 됩니다.

 

"로스앤젤레스도 좋다!" 이코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거기 가면 으리으리한 시종 안드로이드 직판점이 있다. 나는 시종 안드로이드 몸을 써도 괜찮다. 색깔이 막 변하는 광섬유 머리카락이 달린 신형 모델도 나왔다고 한다." - 깨알같은 조연 이코의 대사 중

 

사실 스칼렛 자체가 출중한 드림팀 멤버라기 보다 스칼렛과 함께 딸려 들어온 울프(분노 전사겸 수호 드루이드)의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딱히 재능이 없어보이는 스칼렛도 시리즈 후반부에 가면 중요한 교섭의 역할을 수행하니 그래도 어엿한 드림팀 멤버로 대접을 해줘야겠지요.

 

“LSOP가 ‘늑대단에 충성하는 전사’라는 뜻이라고?”
울프가 힘겹게 침을 삼키는 모습에서 괴로워하는 기미가 보였다.
“아니, 루나 특수 첩보원(Lunar Special Operative).”

 

SF철학으로서의 루나 크로니클의 가치

SF로서 ‘루나 크로니클’이 지닌 성찰의 무게는 더욱 깊어졌다. 강력한 기계 손을 갖게 된 사이보그 신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변종 늑대인간인 울프는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신체가 개조되었을 때 한 사람의 자아가 과연 어디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몸의 일부가 기계로 바뀌어서 우리의 판단과 행동의 일부를 대체한다면 과연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한 능력과 본능을 강화한다면, 흔히 ‘인간성’이라고 하는 가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역자 주

 

함께하기 좋은 것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신더로 시작해 윈터로 끝납니다. 레바나는 외전의 성격을 띄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우선 루나 크로니클에 발을 디디셨다면 끝까지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마 제가 추천하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흡입력 자체가 독자들을 시리즈 마지막까지 이끌겠지만요.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이와 같은 SF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시리즈를 뭔가 SF보다는 판타지 소설 쪽으로 더 관심이 간다고 하는 경우 국내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 이영도』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