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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개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와 인간문명은 공존할 수 있을까?

by Caferoman 2021. 10. 17.

개미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당신에겐 하나의 사회사가 담긴 성과 이름이 있지만 그게 당신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당신은 71퍼센트의 물과 18퍼센트의 탄소, 4퍼센트의 질소, 2퍼센트의 칼슘, 2퍼센트의 인, 1퍼센트의 칼륨, 0.5퍼센트의 황, 0.5퍼센트의 나트륨, 0.4퍼센트의 염소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다 큰 숟가락 한 술 분량의 여러 가지 희유원소, 즉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요오드, 니켈, 브롬, 불소, 규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소량의 코발트, 알루미늄, 몰리브덴, 바나듐, 납, 주석, 티탄, 붕소도 가지고 있다. 이상이 당신의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이다. 이 모든 물질들은 별들이 연소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당신 몸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당신의 물은 흔하디흔한 바닷물과 다를 바 없고, 당신의 인은 성냥개비의 인과 한가지이며, 당신의 염소는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 쓰이는 염소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단순히 그런 물질들을 합쳐 놓은 존재가 아니다. 당신은 하나의 화학적 구조물이며 훌륭한 건축물이다. 구성 물질들이 적절히 배합되고 안정되게 평형을 이루면서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다. 그 복잡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당신을 이루는 분자들은 다시 원자, 미립자, 쿼크, 진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모든 것들은 전자기적인 힘과 인력과 전자의 힘에 의해 결합되어 있다. 그 절묘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신경망처럼 하나로 연결된 집단지성

벨로캉, 퐁텐블로 불개미들의 중심 도시로서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도시. 벨로캉, 개미들의 혁신적인 운동이 꽃핀 도시. 위협이 있을 때마다 벨로캉은 더욱 공고해진다. 전쟁을 겪을 때마다 벨로캉은 더욱 사기가 높아진다. 패배할 때마다 벨로캉은 더욱 슬기로워진다. 벨로캉, 3천 6백만 개의 눈과 1억 8백만 개의 다리와 1천 8백만 개의 뇌를 가진 도시. 활기가 넘치고 찬란히 빛나는 도시.

 

개미들은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집단지성이라는 생존전략을 통해 지구를 군림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2편에서 흥미로운 주제는 개미들이 인지하는 미지의 영역에 있는 인간(개미들은 이를 손가락들이라고 부른다)을 '신'이라고 인지하는 개미의 태도를 보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앙과 신관에 대한 생각을 비추어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한 반체제 개미가 강렬한 냄새로 외친다. 날카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페로몬이다. 《손가락들은 우리의 신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103호 개미는 그렇게 일부 반체제 개미들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인간문명에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불가지론의 영역에 있는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을 103호 개미는 직면하게 됩니다.

 

《왜 그러는가?》 여왕이 묻는다.
《세계의 끝 너머에 사는 손가락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게 뭐지?》
《자기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러자 클리푸니는 어머니의 말씀이 담긴 기억 페로몬을 읽으면서 어머니가 그 〈두려움〉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떤 페로몬을 남겼는지 들려준다.
《설명에 따르면, 개체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서로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많은 일들을 완벽하게 이루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신들은 모든 것을 만들었다. 신들은 무소불위하며 무소부재하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현실은 그들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꾸며 놓은 무대에 불과하다. 비가 내리는 것은 신들이 물을 뿌리기 때문이고, 날씨가 더운 것은 신들이 태양의 열기를 높이기 때문이며, 날씨가 추운 것은 그들이 태양의 열기를 낮추기 때문이다. 손가락들은 신이다.》

 

개미문명 인간문명과 만나다

항상성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추구한다. 〈항상성(恒常性)〉이란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 사이의 평형을 뜻한다.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능한다. 새는 날기 위해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다.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물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카멜레온은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가죽의 색소 구성을 변화시킨다. 다른 많은 종(種)들과 마찬가지로 그 종들은 주위 환경의 모든 변화에 적응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바깥 세계와 조화할 줄 몰랐던 종들은 소멸했다. 항상성은 외부의 제약과 관련해서 우리 기관들이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에서 생기는 것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생태계에서의 생존과 번영에 성공한 인간과 개미의 문명은 2부에서 그 만남의 접점을 찾게 됩니다.

개미 문명을 연구하던 어느 박사의 괴짜스러움에 인간과 개미는 서로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기계에 의해 각자의 문명을 접하고 조금씩 그 세계를 알아가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진해서, 게다가 돈까지 내가면서 몇 입방미터의 뜨거운 양철 상자 안으로 5백 명이 넘게 몰려들었다. 레티샤는 이 많은 사람들을 매일같이 콩나물시루 같은 객차 안으로 꾸역꾸역 모여들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제 발로 그런 상황을 찾아 들어갈 만큼 어리석은 동물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이러한 인간과 개미의 대화를 통해 이들은 각자에게 결여되어 있는 상대의 경험과 지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방식으로 지구에서 번영에 성공한 둘 사이에서 공영의 가능성이 있음을 소설은 그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옛날에 우리 왕조에 굼굼니라는 여왕이 있었는데, 그 여왕은 마음의 병에 걸린 채 산란실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여왕은 세 가지 문제 때문에 속을 끓이면서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 세 가지 문제란 이런 것이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살아가면서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여왕은 자기 자매들, 백성들과 그 문제를 가지고 토론했다. 풍부한 정신을 가졌다는 연방의 모든 개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이 없었다. 개미들은 여왕이 병이 났으며 여왕이 골몰해 있는 문제들은 결코 겨레의 생존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자 여왕은 점점 쇠약해 졌다. 온 겨레가 근심하기 시작했다. 유일한 산란자인 여왕을 잃는다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온 도시의 개미들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 추상적인 문제들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가장 중요한 일은? 행복의 비결은? 행복의 비결은 전투가 끝난 다음에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살아서 땅 위를 걷는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것.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일에 몰두하는 것. 땅 위를 걷는 것." 그것이 굼굼니 여왕이 남긴 삶의 위대한 세 가지 비결이다.

 

우리가 흔히 자연에서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정도로만 여겼던 개미의 문명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집단적인 지성을 이루고 있음을 개미와 조우한 인간들은 깨닿게 되고 그렇게 거대한 문명의 충돌을 향해 3권으로 나아갑니다.


우선 그것들을 얕잡아 보지 말아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실험실에서 우리는 개미들이 〈시식(試食) 개미들〉을 따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개미 사회가 새로운 먹이와 마주쳤을 때, 그 먹이를 먼저 먹어 보는 개미들입니다. 시식하고 나서 이틀이 지난 뒤에도 의심스러운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으면, 그제야 동료 개미들이 그 먹이를 먹습니다. 이 사실은 대다수 살충제의 효과에 한계에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약을 먹은 후 72시간이 지나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새로운 살충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독이 개미들의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개미 도시에 널리 퍼지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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