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정치사회

만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 온다 :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by Caferoman 2021. 10. 4.

라이프트랜드2020 : 느슨한 연대

느슨한 연대: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한

“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다.” - 자크 아탈리, 《21세기 사전》
과거 인맥이 혈연, 지연, 학연 등 끈끈한 연대를 기반으로 한 이익 집단화였다면, 오늘날의 인맥은 끈끈하진 않아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느슨하면서도 필요에 따른 관계인 ‘느슨한 연대’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점점 끈끈한 인맥인 혈연, 학연, 지연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Family’의 어원은 라틴어 ‘Famulu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하인, 노예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로마시대 이를 한 집안이란 의미로 쓰면서 이후 ‘Familie’를 거쳐 현재의 Family가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가족은 하나의 경제 단위이고 노동 기반이었습니다. 즉 가족 구성원은 노동자이자 생산 도구, 즉 노예 같은 존재로 결혼이 제도화된 것도 이런 배경과 연관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8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1955년에는 6.33명, 1960년에는 6.16명, 1970년에는 4.53명이었고, 1980년에는 2.82명이었다.

 

평생직장은 없으면서, 조직 문화만 평생직장 시대의 문화를 유지하라는 건 억지다.

사표를 품고만 있던 시대와 사표를 적극적으로 내는 시대의 차이는 애사심이나 끈기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직장 개념이 존재하는 시대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남이가?" 라던가 "가족 같은 회사 공동체"라는 주장과 개념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사회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 넷플릭스가 자사의 조직 문화를 정리해 놓은 ‘컬처 덱(Culture Deck)’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들어 있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가 어떠한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회사는 일하러 모이는 곳이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지금 20대는 간접 민주주의보단 직접 민주주의를 지지는데, 이 세대는 끈끈한 연대가 없을 뿐이지 이들도 온라인을 통한 집단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곤 합니다.

 

포모(FOMO)는 ‘고립공포감(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끈끈한 연대 문화 중심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포브스》나 《뉴욕타임스》는 기사를 쓸 때 ‘Chaebol’이란 단어를 정식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재벌을 우리 발음대로 표기한 것이다. 간혹 거대 기업, 복합 기업을 뜻하는 ‘Conglomerate’을 괄호 안에 병기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그냥 ‘Chaebol’을 그대로 쓴다. 한국의 재벌을 언급할 때 그들의 말로는 도무지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기 어려워서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말, 없는 현상일 경우 그 나라의 고유 언어로 표기하는 게 가장 좋다. ‘Kkondae(꼰대)’, ‘Gapjil(갑질)’도 해외 언론에서 우리말 그대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고 사전에도 실을 정도다.
2018년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 톱(Top) 10에 5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유튜버가 진입했다. 유튜버보다 높은 순위의 희망 직업은 운동선수, 교사, 의사, 요리사(조리사)였다. 유튜버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법률전문가(변호사) 보다 높은 순위였고, 심지어 가수(연예인)나 프로게이머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을 앞섰다.

 

또한 MZ세대의 소비성향에서는 그 상품 자체의 가치만큼이나 그 생산자의 도덕성이나 사회와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20~30대들의 자발적 일본 제품 불매는 애국심(Patriotism)과 자존감(Self-Respect)이 만난 결과로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제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구매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 반대되는 제품에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 MZ세대 소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콩 사태에 대해 중국계 미국인 배우 유역비가 중국 정부의 시위대 진압을 지지하는 글을 중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에 올리자 전 세계적으로 영화 <뮬란> 보이콧이 벌어졌다. 유역비는 2020년 3월 전 세계에 개봉되는 월트 디즈니사의 영화 <뮬란>의 주인공인데,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유역비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이콧하겠다는 역풍이 분 것이다. 이는 애국심은 특정 국가의 문제지만, 인권과 자유는 인류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선진국이라 부르기 부끄러워하는 대한민국

가난은 사전적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을 뜻하고, 사회학적으로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저 돈이 얼마 없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힘든 정도로 불편함을 넘어서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대한민국은 브라질을 제치고 GDP 순위에서 10위에 진입했습니다. 또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600달러로 192개국 중 대한민국은 30위 이지만 GNI는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나라가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GNI가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7개뿐이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한국이 포함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지표만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꽤 부유한 나라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더 심각한 양극화와 가난을 이야기하며 나라는 부유한데 보편적인 국민은 그리 부유하지 않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가난한 현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돈은 숫자고 숫자에는 끝이 없다. 만약 행복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끝없이 찾아야 할 것이다.(Money is numbers and numbers never end. If it takes money to be happy, your search for happiness will never end.)” - 가수 밥 말리

 

이러한 가난의 시대에 MZ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되며 소유 대신 경험에 더 투자하는 경향이 있음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물질 대신 사람과 어울리는 삶, 무형의 가치, 감성과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상대적 가난의 시대에 돈에 주눅 들지 않고 우아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일이 사람들의 보편적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부자를 꿈꿨다. 지금은 부자를 꿈꾸기를 포기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난을 받아들이는 태도이자 가난을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예전에는 부자가 되는 것이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부자와 빈자의 구분 자체를 버리고 돈이 아닌 삶의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하려 한다.

 

고독과 외로움의 간극

“내 집에는 3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둘째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셋째는 사교를 위한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조사 결과, 은퇴자의 외로움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계산했더니 매년 7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외롭지 않았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 70억 달러인 셈이고, 반대로 생각하면 외로움 때문에 7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데 코르티솔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노화를 가속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와 건강은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미국 심장학회지에서도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이 심장 마비 위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살을 부대끼고 만나는 만남이 급격히 줄어든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 가운데 갈수록 느슨해 지는 관계는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요? 이 책은 언택트 시대에 소외와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읽기 적합해 보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