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거장 자본주의를 논하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필립 코틀러의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가지는 문제점과 그 폐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독특한 포지셔닝이 여기에 있는데요, 책에서 언급한 대로 "그동안 진보적 학자들의 수많은 자본주의 비판서들을 외면했던 자본가들과 기업의 경영자들도 그들의 스승마저 거부할 수는 없을 테니까." 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필립코틀러가 제안하는 다른 자본주의는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와 엄격한 사회주의의 중간쯤에 위치하며 이를 ‘마음이 있는 자본주의’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란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을 의미하는데 아쉽게도 오늘날 경제는 소수 거대기업들의 ‘보이는 손’에 의해서 경제 여러분야게 흔들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산업을 움직이는 ‘보이는 손’이 아담 스미스가 설명한 ‘계몽된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인지 아니면 단순한 ‘이기심’인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영국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총리는 자본주의가 그나마 사회주의보다는 낫다면서, “자본주의에 타고난 단점은 축복을 평등하게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고, 사회주의의 타고난 장점은 비참함을 모두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의 근본 : 사유재산, 계약, 법치주의
저자는 자본주의는 다음 3가지의 근본 개념으로 사유재산, 계약, 법치주의를 꼽고 있습니다.
자본을 활용해 부가 증대되었을 때 일자리와 소득 창출이 동반된다는 것이 신 자본주의자들의 야심찬 발상인데, 이들이 기대하는 낙수효과(trickle down) 는 실제로 trickle up(중산층과 빈곤층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각종 부담만 아래쪽으로 넘겨지고 실질적 이득은 부유층이 독식한다는 뜻–옮긴이)의 가능성만 더 커지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
다음은 필립코틀러가 지적한 오늘날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잘 알고있는 자본주의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경영학의 거장으로부터 조목조목 지적된 아래 항목들은 반박하기 어려운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학자의 견해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기 때문” - 토마 피케티, 프랑스 경제학자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州의 실업률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주와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다" - 폴 크루그먼, 경제학자
“9개 도시와 21개 주에서 실시된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의 이직률은 하락했고,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향상되었으며, 식당의 가격은 고작 2~3퍼센트 높아졌을 뿐이다” - Timothy Egan, 저널리스트
대다수의 경우, 사람이 하던 일이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다. 나는 여기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가장 당혹스러운 사회문제 중 하나다. — 존 스컬리John Sculley
미래 일자리 부족의 문제
저자는 또한 미래사회에 자동화와 인공지능 등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는 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과거보다 훨씬 적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2012년 페이스북Facebook은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Isntagram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3,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직원은 고작 13명뿐이었음을 말하며 반면 디지털혁명에 희생된 코닥Kodak은 전성기 시절 14만 5,000명의 직원이 일했지만 결국 파산신청을 했던 사실은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자리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실업자 지원 방안은 다소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당장 이를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급진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인간이 해야하는 전체 노동 총량이 (필연적으로) 줄어든다면 현재 일자리의 업무량을 줄여 한명이 하던 일을 여러사람이 나눠서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노동의 권리를 증대 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얻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 일자리를 나눈다 : 프랑스의 사례처럼 평균 노동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줄인다.
2. 주 3일, 일 11시간 근무 시스템을 만든다 : 노동자들은 가족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오락과 DIY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다.
3. 무급휴가를 길게 허용한다.
4. 직업훈련과 취업 후 재교육 프로그램을 늘린다.
5. 낡은 미국의 인프라–다리, 항구, 공항, 상수도와 하수도 등–를 재건하기 위한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착수하고, 태양 및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며, 전력선을 개선한다.
6.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 노동자들을 위해서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을 설정한다.
7. 미국의 기업들이 국내에 기반을 둔 사업을 통해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다.
8.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해외 기업을 유치해서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사무실을 열게 한다.
개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개인주의는 독립성과 자립에 가치를 둔 이념이고, 개인이 국가나 사회단체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믿는다. 개인주의의 개념은 전제주의와 왕에 대한 복종, 폭압적 정부, 세습되는 지위, 기성 종교, 엄격한 교리에 반발했던 계몽주의 시대에 부상했다. 철학자인 존 로크John Locke는 자유주의를 “누구도 타인의 삶과 건강, 자유, 소유물에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철학으로 규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작성된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로크의 정신을 반영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한 것이다”는 문구를 포함한다.
당신이 은행에 수백 파운드의 빚을 지고 있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 파운드의 빚을 졌다면, 은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보통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동반자라고 믿고 있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유형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 국가의 시민들이 폭넓게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면,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 잘 알고, 그에 따라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이 일부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1인 1투표제’의 민주주의 개념은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갈지, 아니면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갈지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황금만능주의의 패러다임 속에서 많은 돈과 물질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신념이 깊숙이 깔려있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욕망이 절대 절대 만족될 수 없는 것으로 그 추구 끝에는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공허함만 남게 된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본주의를 이끌어온 노년의 경영학자로부터 이러한 충고를 듣게되는 점은 그가 마르크스나 체 게바라가 아니어서 되려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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