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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치사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애써 보지 않으려던 기아의 진실

by Caferoman 2021. 9. 2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독서노트

나는 신에게 꼭 한 가지만 청한다네
고통 앞에서 내가 무심해지지 않기를
창맥한 죽음이 이 땅에서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 채
텅 비고 고독한 나를 찾게 되지 않기를
- 메르세데스 소사, 아르헨티나 시인

 

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구상에는 13억 명이나 되는 사람이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빈곤층 13억 명 중 46%는 극도의 빈곤이라고 부르는 처참한 삶을 살고 있어 하루 1.9달러(약 2,260원) 또는 1년에 694달러(약 83만 원)로 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지구촌의 현실임을 강조합니다.

 

기아는 원인에 따른 분류

경제적 기아 : 가뭄이나 허리케인 때문에 마을이 파괴되거나 전쟁으로 터전이 사라지는 것처럼 돌발적이고 급격한 사건 때문에 경제적 위기가 발생해 갑자기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 상황

구조적 기아 :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진다. 즉, 국가의 경제 발전이 더뎌 발생하는 생산력 저조, 인프라 미정비, 주민 다수의 극심한 빈곤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식량 공급이 지체되는 경우

 

이 책은 우리가 도외시하는 기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식량의 부족이라는 것이 단지 전쟁이나 이상기후와 같은 환경적인 원인 뿐아니라, 지구상에 모든 인류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나라의 육류를 제공하기 위한 사료로, 혹은 바이오 연료로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식량들이 소비되고 있는 금융자본의 폐해에 의한 빈곤이 더욱 더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은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있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해서 영양 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고 있다.

 

이 책에서 칠레와 부르키나파소의 사회 운동/혁명 실패 사례는 모두 빈곤을 극복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음에도 자본주의 세력의 압력에 의해 무산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옌데의 비극

살바도르 기예르모 아옌데 고센스(Salvador Guillermo Allende Gossens), 1908년 7월 26일 ~ 1973년 9월 11일
칠레의 소아과 의사 출신 정치인. 1970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36.62% 득표율로 승리하여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칠레사회당)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 사건은 1973년 칠레에서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자국 군인들에게 사살된 사건으로 이 당시 칠레는 우리나라보다 국가 소득도 높았고 국제적인 위상도 높았던 나라였습니다. 1970년 발표한 신정권의 101가지 행동강령중 하나가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당시 유아 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과제였습니다. 이 공약을 내건 소아과 의사 출신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분유 무상 공급 정책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다름아닌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 네슬레였음을 저자는 고발하고 있습니다.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 입장에서는 결국 정부의 이 인도주의적 정책은 자신들의 이윤극대화에 방해가 되는 이 정책일 뿐 아니라 다른 중남미국가에 퍼질 경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칠레 정부가 우유 구매를 요구했음에도 협력을 거부합니다. 이로 인해 아옌데 정부는 미국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고립되고 결국 1973년 9월 11일 CIA와 결탁한 쿠데타 세력에 의해 대통령궁이 습격당하고 아옌데 대통령은 살해되고 마는 슬픈이야기입니다.

 

굶주린 아이에게 한모금의 우유를 제공하는 것이 자본가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책을 내세운 대통령이 죽음으로 그 자리를 물러나게 되는 이 사건을 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빈곤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키워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상카라의 비극


토마 이지도르 노엘 상카라(Thomas Isidore Noël Sankara), 1949년 12월 21일 ~ 1987년 10월 15일
부르키나파소의 군사지도자, 공산주의 혁명가, 범아프리카주의 이론가로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카리스마 있는 혁명의 아이콘으로서 지지자들에게는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아프리카 대륙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1983년 부정부패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잔재 일소를 내세워 대중의 지지를 받은 쿠데타를 일으켜 33세의 나이로 권력을 장악한 상카라는 아프리카 대륙 사상 가장 야심찬 사회경제 개혁안을 실시했습니다.

상카라 내각은 해외원조를 멀리하고 국가부채 삭감을 요구했으며, 모든 토지와 광물 자산을 국유화하면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영향력을 회피했다. 상카라의 국내 정책은 기아 예방과 농업 자립, 토지 개혁, 국가 단위의 문맹 퇴치 운동 같은 교육사업, 2백 5십만 명의 아동에게 각종 예방접종을 놓는 등 공공의료사업 등 국민의 기본권 향상을 위해 사회개혁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 외에도 사헬의 사막화 방지 정책과 식량 생산 증대, 농촌지역의 인두세 유예, 기간산업 건설 등이 상카라 내각의 주요 아젠다로 사용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자립을 목적으로 한 상카라의 혁명적 정책들은 곳곳에서 초과 달성을 이루어내면서 아프리카의 많은 빈자들에게 그가 우상적 존재로 부상한 그였지만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의 성과는 정치부패에 시달리고 있던 이웃나라의 부패한 권력자들에게는 큰 위협의 대상이었기에 결국 상카라는 1987년 10월 15일 미국과 서방 세력의 조종을 받은 자국 군부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자본

세계화한 금융자본의 힘은 막강하다. 이제 사람들은 그 기동성을 꾸준히 강화하여 투자의 결정과정을 단축하는 한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수단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금융자본주의가 특히 기아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 스스로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서 단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그 수단으로서의 행위에 아무런 윤리적 책임을 묻지 않고 그 규모만을 무한히 확장시킨데에 있음을 저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빈곤과 기아가 버젓이 존재하는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사회주의 진영에서 애쓰는 동안 자본주의는 막강한 힘으로 그 노력하는 자들의 목을 밟고 서있는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1919년에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시장원리주의의 폐해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빈곤의 문제 있어 신자유주의를 비판합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극심한 빈곤이 자력으로 구재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는 정의를 보장하는 법칙과 규범이 필요하며 이것은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


기아가 발생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 :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내전은 수많은 기아를 발생하게 했다. 2018년 기준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 인구의 14.8%로 15%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기아 인구의 약 22%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사막화 :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의 인구는 약 6억 명이며, 사막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구도 약 2억 명이나 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3분의 2는 사막을 포함한 건조지대라서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대의 73% 정도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는 경작이 가능한 건조 지역의 71% 정도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막화 때문에 수억의 인구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
교육의 부재 : 학교에서는 기아 상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왜 기아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래서 침묵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저자(장 지글러)의 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 적대적이고, 세계의 빈부격차와 빈곤, 기아에 대해서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저자의 주장대로 세상은 마냥 비극적이기만 하고 개선되지 않는가? 라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반대쪽 시각에서 바라본 평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함께 한스 로슬링과 그의 자녀들이 함께 쓴 Factfulness(팩트풀니스)를 이 책의 전후로 함께 읽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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