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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치사회

비트코인은 닷컴버블의 뒤를 이을까? : 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by Caferoman 2022. 3. 2.

낙관적으로 호황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불황의 경제학 - 폴 크루그먼

다른 대안이 없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다

19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인류에게는 더이상 자본주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그래서 경제체제로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의 붕괴는 단순한 지배 이데올로기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사상"하나가 붕괴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1917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사유재산과 자유시장이 마지못해 택한 방편이 아닌 근본적 원리로 간주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시장체제의 불쾌한 측면들, 다시 말해 불평등과 실업, 불공정 등은 인생의 일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자본주의는 지금 자신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그럴듯한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도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또 다른 이데올로기, 또 다른 꿈들이 등장할 것이다. 만약 현재의 경제위기가 장기간 지속되고 심화된다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자본주의가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제3세계 용어의 기원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인도의 독립운동가 겸 정치가)가 만들어낸 "제3세계"라는 용어는 본래 서방이나 소비에트 체제와 동맹을 맺지 않은 나라들, 자주성을 지키는 국가들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곧 경제적 현실에 의해 가난한 저개발국가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멕시코의 사례로 살펴본 불황의 시대

 

테킬라 위기 : 금리 상승과 화폐 평가절하 중 후자를 선택하다.

1994년 12월, 외환보유고의 꾸준한 유출에 직면한 멕시코 당국에게는 이자율을 올려 손실을 막거나 페소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하 하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자율 상승은 장기 경제침체에 접어든 멕시코의 상황에서 기업의 활동과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부담이 있었기에 결국 페소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하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진행되기만 하면 멕시코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에게 멕시코의 자산이 가치가 높다는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고 이로인해 이자율도 함께 떨어지는 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희망과는 달랐습니다.

 

화폐 평가절하가 낳은 후폭풍

첫째, 평가절하를 하려면 충분한 수준으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평가절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만 올리게 된다. 둘째, 평가절하에 이어 곧바로 모든 것이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는 것, 자신들이 투자자들을 정당하게 대우하려는 의도를 지닌 책임감 있는 정부라는 사실을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절하는 그 나라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을 현실화시켜 공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멕시코는 평가절하의 두 가지 원칙을 모두 어겼습니다. 통화 평가절하는 돈부시 같은 경제학자들이 제안한 수준의 절반 정도인 15퍼센트에 그쳤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멕시코 정부는 평가절하에 앞서 몇몇 멕시코 기업인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비밀로 했던 내부정보가 흘러들어가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초래하게 됩니다. 얼마 안 가 멕시코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게 됩니다.

 

멕시코 정부의 재정위기의 파장 민간과 다른 남미국가로으로 확산되다

1995년 멕시코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7퍼센트 감소하고 산업생산은 15퍼센트나 떨어지는데, 이는 1930년대 미국이 경험한 것이나 1982년 채무위기 때 멕시코가 겪은 것보다 더 심한 불황이었습니다. 수천 개의 기업이 파산하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테킬라 위기는 멕시코로만 끝나지 않고 여타의 남미 국가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는 그다지 경제적 연관성이 없는 아르헨티나의 화폐(페소) 투매가 증가하면서 발생한 공포로 인해 대규모 환전(페소 > 달러)이 확산되며 순식간에 은행이 파산 일보 직전으로 몰리면서 나라의 경제전체가 불황에 빠지게 됩니다.

 

일이 진행된 과정을 함께 살펴보자. 자, 뉴욕에 한 대부 관계자가 있다고 치자. 그는 멕시코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 결국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아르헨티나의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한도(대출한도)를 갱신해주지 않을 생각이니 미상환 잔액을 상환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이 고객은 자신의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아르헨티나 은행에서 필요한 액수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인출한 다음에 미국달러로 바꾼다. 중앙은행은 충분한 액수의 미국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환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해당 아르헨티나 은행은 현금보유고를 보충해야만 한다. 따라서 어떤 아르헨티나 기업인에게 대출해준 돈을 회수하기로 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 기업인은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헨티나 페소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 돈은 아마도 다른 아르헨티나 은행의 계좌에서 인출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대출의 회수를 불러온다. 갈수록 더 많은 은행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은 점점 더 축소된다.

처음에 해외에서 발행한 대출액의 감소가 아르헨티나 내부에서 중첩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뉴욕에서의 1달러 신용축소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몇 페소의 대출회수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IMF의 구제 금융 절반의 성공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는 IMF의 구제금융을 통해 어느정도 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자율이 내려가고 소비가 살아났는데, 이로 인해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멕시코와 워싱턴의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구제금융은 그저 괴로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 현금을 주입하는 일종의 응급 주사였을 뿐이며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난 후에야 거둔 성공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정책들이 다음에도 효과를 거두리라고 단정할 근거는 전혀 없었음에도 몇년 뒤 당시 아시아 최대의 경제 대국인 일본에서 새로운 유형의 테킬라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점치거나, 실제로 위기가 닥칠 경우 멕시코식 구제책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 대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본 불황의 터널에 들어가다

1990년이 시작될 무렵, 인구는 미국의 절반이고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나라인 일본의 주식시가총액은 미국의 그것보다 더 컸다. 땅값도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절대 저렴하다고 평가할 수 없던 수준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격으로 치솟았다. 도쿄의 왕궁 아래 1평방마일(약 2.589제곱킬로미터)로 캘리포니아 주 전체를 다 사고도 남는다는 이야기가 인용될 정도였다.

 

일본에 있어 1980년대 후반은 번영과 고성장, 저실업, 고이윤의 시대였지만 부동산과 주가가 세 배까지 폭등한 사실을 정당화할 만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과열된 시장에서 흔히 그렇듯, 회의론자들은 자신들의 확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으며 낙관론자들에 의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온갖 것들이 다 등장했습니다.

 

금융거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의 ‘튤립 버블’에서 근래의 닷컴 열풍에 이르는 갖가지 거품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리 지각 있는 투자자라 하더라도 다들 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을 취하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과도한 투기에 걱정이 된 일본은행은 1990년 풍선의 바람을 일부 빼겠다는 생각으로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던 중,  1991년이 되면서 지가와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몇 년 후에는 정점의 60퍼센트 수준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1990년대 일본은 불만의 겨울이었다. 인구 노령화 현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고,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본 국민들은 이자율이 제로 상태인데도 경제가 능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할 만큼 소비를 하려 들지 않았다.

 

IMF의 두가지 착오

저자는 분명히 국제통화기금이 잘못한 점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국제통화기금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의 상황에 개입하며 정부의 긴축재정을 서둘러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니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피하라는 의도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 지침은 이중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침을 따른 나라에선 곧 수요 감소로 인해 불황이 악화되고 지침을 따르지 않은 나라에서는 사태가 손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는 의심이 시장의 패닉 현상을 부채질했습니다.)

 

둘째는, IMF의 과도한 조건으로 ‘구조조정’과 같이 통화 및 재정 정책 훨씬 이상의 변화를 요구한 점입니다. 사실 권한을 넘어선 국가의 산업구조와 방향성을 멋대로 좌지우지 한 결과가 주는 폐혜는 1997년 IMF사태를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뼈저리게 체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의 족벌에게 특혜성 독점을 주는 관행을 폐지하라고 요구한 일은 사실상 국제통화기금 권한 밖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담배의 첨가물로 널리 쓰이는 정향나무에 대한 독점이 나쁜 것은 사실이고, 동시에 정실자본주의의 표본이기는 했지만, 이것이 루피아화 투매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헤지(hedge, 울타리를 친다는 뜻)펀드

웹스터 사전에서 ‘hedge’라는 단어의 금융 관련 정의를 살펴보면 “위험을 상쇄하는 베팅이나 투자 등을 통해 손실을 피하거나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즉, 시장의 변동이 자신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 헤지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헤지펀드가 실제로 하는 일은 시장의 변동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의 전형적인 방식은 어떤 자산에 대해서는 주식 등을 빌려서 매도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진 가격으로 매수해 갚는 ‘쇼트포지션’을 취하고, 어떤 자산에 대해서는 매수 후 가격이 오르면 매도해 수익을 얻는 ‘롱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이 나고 후자는 가격이 올라야 이익이 발생한다. 헤지펀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닷컴버블

비즈니스 분야 전반에 걸쳐 많은 기업들이 신기술을 찬양하고 나섰다. 그들은 신기술이 모든 것을 바꾸었으며, 이윤 확대와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방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떠들어댔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처럼 기분 좋은 뉴스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식회계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초창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여타 IT기업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 챙긴 막대한 수익에 고무된 투자자들이 다른 많은 기업들도 비슷한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쉽사리 믿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을 모두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보았지만, 경제 현실에는 또 다른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봄날은 계속될 것 같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이성을 잃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쓰여진 이 책은 눈 앞을 가리고 있는 장밋빛 장막을 잠시 거두어 두고 냉정한 태도로 자본주의 과열과 이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황 가능성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상화폐 시적에서 역시 튤립사태, 닷컴버블과 같이 과열되고 이성을 잃은 투자가 보여지는데요, 지금 시장을 어떻게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지, 불황을 대비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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