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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by Caferoman 2022. 2. 11.

진보와 보수, 성향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20대 대선을 앞둔 식탁에서 가족과의 대화

매년 대선을 앞두고서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면 대선후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나누게 됩니다. 금번 대선에서는 보기 드물게 "절대 뽑혀서는 안되는 놈"이 만장일치로 윤씨에게 몰려서 정치이야기가 나와도 대체로 해피엔딩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전 대선, 전전 대선만 해도 부모님과는 항상 대선 후보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보여 미묘한 갈등이 형성되곤 했습니다.

 

좌파 딸과 우파 엄마의 이야기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는 좌파 딸과 보수주의자인 엄마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념과 사상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는가 에 대한 주제를 에세이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더 지를 수는 없었다.
“십만 원 먼저 줄게.” 인도에 다녀올 때는 삼십만 원을 줬었다.
“어머, 얘 봐. 그걸로 안 돼!” 물론 펄쩍 뛰는 작위적인 제스처와 표정은 덤이다. 손 여사는 상황에 맞는 행동언어가 아주 많은 편이다.
“그럼 이십. 프랑스 물가가 비싸.”
“알았다. 일어나자. 아빠 기다린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

 

참고할 것은 제목과 달리 정치적인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일상에서의 생각들을 담아낸 에세이집 이라는 점입니다.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가책을 함께 하는 것인지, 도저히 말로는 옮겨지지 못할 많은 감정들이 쏟아지고 쏟아져, 깨지고 상하고, 문드러지고 휘발되어버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런 사랑을 나누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사랑을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어른만 있어도 아이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키르케고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는 산 자에 의해서 변한다고 했다. 죽은 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산 자의 마음이 변하고, 태도가 변하면 그 관계 역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추석,설 명절 때 온가족이 모였을 때에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부모친척과의 자리가 불편한 경험을 한번쯤 해본 사람들이라면 키득키득 공감하여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입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에 보면 보수를 모태 보수와 기회주의 보수, 그리고 무지몽매 보수 등으로 구분한다. 모태 보수는 선천적 보수로 태어날 때부터 여유로운 삶을 살았고 그래서 기득권을 잃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감정적인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회주의 보수는 변절자 그룹으로, 강한 승부수를 가지고 있지만, 조급하기 때문에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부류이다.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지몽매 보수는 속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그럴듯한 공약에 속고, 속은 뒤에도 속은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을 말한다. 스스로 노예가 되는 그룹이라고 김용민은 분류하고 있다.

 

오늘날의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이념적인 정의 보다는 자신이 속한/처한 이해관계의 입장을 어느 쪽에서 더 잘 대변하는가, 혹은 잘 대변해 줄 것으로 믿고 있는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내 집 값을 올려줄거라 기대하는 정당이라면, 자신이 속한 소수집단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정당이라면 그들의 이념적 입장에 관계 없이 이를 지지하는 모습은 어쩌면 이념의 대결을 넘어 이해관계의 대결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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