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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기타등등

침묵, 엔도 슈사쿠(沈黙, 遠藤周作) 일본어 원서 읽기 : 8,9장

by Caferoman 2021. 9. 15.

8장

 

午後の光にかがやいた湾のむこうに大きな入道雲が金色に緑どられながら湧いていた。雲はなぜか空の宮殿のように白く巨大だった。いままで数限りなく入道雲を眺めながら、司祭はそれをこのような感情で眺めたことはなかった。始めて日本の信徒たちがむかし歌ったあの唄が彼にどんなに美しいものかがわかってくる。
"参ろうや、参ろうやパライソの寺に参ろうや遠い寺とは申すれど"
あの人も亦、今、自分が震えているこの恐怖を噛みしめたのだという事実だけが、今の彼にはかけがえのない支えだった。自分だけではないという嬉しさ。この海でも杭に縛られたあの二人の日本人の百姓が、まる一日同じ苦しみを味わいながら、"遠いパライソ寺に参って" いった。自分がガルペや彼等とつながり、更に十字架上のあの人と結びあっているという悦びが突然、司祭の胸を烈しく疼かせた。あの人の顔はこの時、かつてないほどいきいきとしたイメージを伴って彼に迫ってきた。苦しんでいる基督、耐えている基督。その顔に自分の顔はまさに近づいていくことを彼は心から祈った。

 

 오후의 햇빛 때문에 한층 더 빛나 보이는 항만의 저쪽에는 커다란 뭉게구름이 금색으로 물들면서 뭉글뭉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구름은 왠지 하늘의 궁전처럼 희고 거대하였다. 지금까지 수없이 뭉게구름을 바라보면서도, 신부는 그것에서 이러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일본의 신도들이 예전에 불렀던 저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그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참배하자, 참배하자. 파라이주의 궁전으로 가서. 파라이주의 궁전은 멀지만." 그분 역시 지금 자신이 떨고 있는 이 공포를 맛보았을 것이라는 생각만이 지금 그에게 둘도 없는 의지가 되었다.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기쁨. 이 바다에서도 나무기둥에 묶인 저 두 사람의 일본인 농민만이 하루 동안 같은 고통을 맛보면서 "먼 천국의 궁전에 가서"를 음미하며 사라져 갔다. 자신이 가르페와 그들과 함께 맺어지고, 더욱이 십자가 위의 그분과 맺어져 있다는 희열이 갑자기 신부의 가슴을 뜨겁게 파고 들었다. 이때 그분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극히 생생한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괴로워하고 있는 그리스도, 견뎌내고 있는 그리스도, 그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이 진정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湾(わん) 만
入道雲(にゅうどうぐも) 적란운, 소나기구름, 쌘비구름

宮殿(きゅうでん) 궁전
眺める(ながめる) 바라보다, 전망[조망]하다, 멀리 보다, 응시하다

唄(うた) 노래
亦(もまた) .…도 역시[또한]
震える(ふるえる) 흔들리다, 흔들다

支え(ささえ) 받침, 버팀, 버팀목

疼く(うずく) 쑤시다, 동통(疼痛)을 느끼다, 옛 상처가 쑤시다

伴う(ともなう) 함께 가다, 따라[데리고]가다, 동반하다
迫る·逼る(せまる) 다가오다, 다가가다, 바싹 따르다, 육박하다

 

LAUDATE EUM(讃えよ、主を) 。司祭は盲人のようにそのまわりを掌でさすったがこの字の外にもう何も指先に触れなかった。おそらく一人の宣教師がここに投げこまれ、次に来る者たちのためにラテン語で壁に字を彫りつけておいてくれたのだろう。たしかなことはその宣教師がここに居る間は決して転びもせず信仰に燃えていたことである。この事実は闇の中で一人ぽっちになった司祭を急に泣きたいほど感動させた。最後まで自分が何らかの形で守られているような気持がしたのである。

 

LAUDATE EUM(찬양하라, 주를). 신부는 맹인처럼 그 주변을 손바닥으로 더듬어 문질러 보았지만, 이 글자 외에는 아무것도 손끝에 만져지지 않았다. 아마 한 선교사가 이곳에 갖혀서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 라틴어로 벽에 글자를 새겨 둔 것이리라. 그런데 확실한 사실은 그 선교사가 이곳에 있는 동안은 결코 배교하지 않고 믿음에 불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어둠 속에서 혼자가 된 신부를 갑자기 울고 싶을 정도로 감동시켰다. 최후까지 자신이 뭔가의 형태로 지켜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盲人(もうじん) 맹인, 시각 장애자
掌(てのひら) 손바닥
指先(ゆびさき) 손[발]가락 끝

彫る(ほる) (칼로) 새기다, 조각하다

 

"パードレさま。許して下され"
司祭は眼をつぶって告悔の秘蹟の祈りを口の中で唱えだ。舌の先に苦い味が残った。
"俺は生れつき弱か。心の弱か者には、殉教さえできぬ。どうすればよか。ああ、なぜ、こげん世の中に俺は生まれあわせたか"

 

 "신부님, 용서해 주십시오."
신부는 눈을 감고 고해성사의 기도를 입속으로 외웠다. 혀끝에 쓴맛이 남았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약해요. 마음이 약한 자는 순교조차 할 수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아, 왜 내가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나요?"

 

告悔の秘蹟(つげかいのひせき) 고해성사

 

あの人の人生におけるユダの役割というものが、彼には本当のところよくわからなかった。なぜあの人は自分をやがては裏切る男を弟子のうちに加えられていたのだろう。ユダの本意を知り尽くしていて、どうして長い間知らぬ顔をされていたのか。まるでそれではユダはあの人の十字架のための操り人形のようなものではないか。

 

 그분의 인생에서 유다의 역할이라는 것이 참으로 그에게 좀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분은 왜 결국은 자신을 배신할 그 사나이를 제자 대열에 포함시키고 있었던 것일까? 유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오랫동안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유다는 그분의 영웅적인 십자가를 위해 조종당한 꼭두각시 같은 존재가 아닌가.

 

操り(あやつり) 조종

 

司祭は首をふって溜息をついた。最後の裁きの刻はやがてやってくる。人は聖書のなかに書かれた神秘をすべて理解することはできぬ。だが司祭は知りたかった。知り尽したかった。"今夜、お前はたしかに転ぶだろう"と通辞は自信ありげに言った。まるで、ペトロにむかってあの人が言われたように。"今夜、鳥鳴く前に、汝三度我を否まん" 東雲はまだ遠く鶏はなく時ではない

 

 신부는 고개를 저으며 깊은 숨을 내뿜었다. 최후의 재판 시간은 이윽고 다가온다. 인간이 성경 속에 쓰인 신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신부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모두 다 완전히 알고 싶었을 뿐이다. "오늘 밤 너는 반드시 배교할 것이다"라고 통역은 자신 있게 말했다. 마치 베드로를 향해 그분이 말한 것처럼.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번 나를 부인하리라." 새벽은 아직 멀고 닭이 울 시각은 아니다.

 

振る(ふる) 흔들다
溜息(ためいき) 한숨

裁き(さばき) 중재(仲裁), 재판, 심판
神秘(しんぴ) 신비

否む·辞む(いなむ) 거절하다, 사절하다

 

"LAUDATE EUM(讃えよ、主を) 。わしはその文字を壁に彫った筈だ。"とフェレイラは繰り返していた。
"その文字が見当らぬか。探してくれ"
"知っている"
怒りにかられて司祭は始めて叫んだ。
"黙っていなさい。あなたにはその言葉を言う権利はない"
"権利はない。たしかに権利はない。私はあの声を一晩、耳にしながら、三日間......このわしは、汚物をつめこんだ穴のなかで逆さになり、しかし一言も神を裏切る言葉をいわなかったぞ" フェレイラはまるで吼えるような叫びをあげた。
"わしが転んだのはな、いいか。聞きなさい。そのあとでここに入れられ耳にしたあの声に、神が何ひとつ、なさらなかったからだ。わしは必死で神に祈ったが、神は何もしなかったからだ。"

 

 
"LAUDATE EUM(찬양하라, 주님을). 나는 그 문자를 벽에 새겼지."
페레이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 글자를 찾아내지 못했나? 찾아 주게"
"알고 있소."
분노에 찬 신부가 비로소 외쳤다.
"잠자코 있어요. 당신은 이미 그 말을 할 권리가 없소."
"물론 권리는 없지. 확실히 권리는 없어. 나는 저 소리를 하룻밤동안 들으면서 주를 찬양할 수가 없게 되었지. 내가 배교한 것은 구덩이에 매어 달렸기 때문은 아니야. 사흘간...... 나는 오물이 잔뜩 들어있는 구덩이 속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 그러나 한 마디도 하나님을 배반하는 말은 하지 않았어."
페레이라는 마치 포효하듯 외쳤다.
"내가 배교한 것은 말야. 듣고 있나? 들어 주게나. 그 뒤, 여기 구덩이에 넣어진 뒤 들렸던 저 소리에, 하나님이 무엇 하나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彫る(ほる) (칼로) 새기다, 조각하다

逆さ(さかさ) さかさま’의 준말, 거꾸로
吠える·吼える(ほえる) (개·짐승 등이) 짖다, 으르렁거리다, 사람이 큰 소리로 울다, 고함지르다

 

東雲のほのかな光。光はむき出しになったしさいの鶏のような首と鎖骨の浮いた肩にさした。司祭は両手で踏絵をまちあげ、顔に近づけた。人々の多くの足に踏まれたその顔に自分の顔を押しあてたかった。踏絵のなかのあの人は多くの人間に踏まれたために摩滅し、凹んだまま司祭を悲しげな眼差しで見つめている。その眼からはまさにひとしずく涙がこぼれそうだった。

 

 새벽의 희미한 빛.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신부의 가느다란 목과 여윈 어깨에 비치고 있었다. 신부는 양쪽 손으로 성화를 들어올려 얼굴에 가까이 가져갔다. 많은 사람들의 발에 밟힌 그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꼭 대어 보고 싶었다. 성화 속의 그분은 신부를 슬픈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서 정말 한 줄기 눈물이 넘쳐 흐를 것만 같았다."

 

東雲(しののめ) 동틀녘, 새벽

鎖骨(さこつ) 쇄골, 흉골과 어깨를 잇는 뼈

摩滅·磨滅(まめつ) 마멸
凹む(へこむ) 욱다, 움푹 패다, 꺼지다, 굴복하다, 찌부러지다
眼差し·目差し·目指し·眼指し(まなざし) 눈의 표정, 눈빛, 눈길, 시선

ひとしずく(一滴·一雫) 한 방울

 

司祭は足をあげた。足に鈍い重い痛みを感じた。それは形だけのことではなかった。自分は今、自分の生涯の中で最も美しいと思ってきたもの、最も聖らかと信じたもの、最も人間の理想と夢にみたされたものを踏む。この足の痛み。その時、踏むがいいと銅板のあの人は司祭にむかって言った。踏むがいい。お前の足の痛さをこの私が一番よく知っている。踏むがいい。私はお前たちに踏まれるため、この世に生まれ、お前たちの痛さを分つため十字架を背負ったのだ。
こうして司祭が踏絵に足をかけた時、朝が来た。鳥が遠くで鳴いた。

 

 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형식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긴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부가 성화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멀리서 닭이 울었다.

 

生涯(しょうがい) 생애
背負う(しょう) 짊어지다, 등에 지다, (귀찮은 일을) 떠맡다

 

9장

 

"踏むがいい。お前のお前の足は今、痛いだろう。今日まで私の顔を踏んだ人間たちと同じように痛むだろう。だがその足の痛さだけでもう充分だ。私はお前たちのその痛さと苦しみをわかちあう。そのために私はいるのだから"
"主よ。あなたがいつも沈黙していられるのを恨に苦しんでいました"
"私は沈黙していたのではない。一緒に苦しんでいたのに。"
"しかし、あなたはユダに去れとおっしゃった。去って、なすことをなせといわれだ。ユダはどうなるのですか"
"私はそう言わなかった。今、お前に踏絵を踏むがいいと言っているようにユダにもなすがいいと言ったのだ。お前の足が痛むようにユダの心も痛んだのだから"

 

 "밟아도 좋다. 네 발은 지금 아플 것이다. 오늘까지 내 얼굴을 밟았던 인간들과 똑같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니까."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그러나 당신은 유다에게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가서 네가 할 일을 이루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유다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너에게 성화를 밟아도 좋다고 말한 것처럼 유다에게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라고 말했던 것이다. 네 발이 아픈 것처럼 유다의 마음도 아팠을 테니까."

 

わかちあう(分(か)ち合う·別ち合う) 서로 나누어 가지다

 

自分は不遜にも今、聖職者しか与えることのできぬ秘蹟をあの男に与えた。聖職者たちはこの冒涜の行為を烈しく責めるだろうが、自分は彼等を裏切ってもあの人を決して裏切ってはいない。今までとはもっと違った形であの人を愛している。私がその愛を知るためには、今日までのすべてが必要だったのだ。私はこの国で今でも最後の切支丹司祭なのだ。そしてあの人は沈黙していたのではなかった。たとえあのひとは沈黙していたとしても、私の今日までの人生があの人について語っていた。

 

자신은 불손하게도 지금, 성직자 외에는 감히 줄 수 없는 고해성사를 그에게 주었다. 성직자들은 이 모독의 행위를 격렬하게 질책할 테지만, 나는 그들을 배반했을지 모르나 결코 그분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랑을 알기 위해서 오늘까지의 모든 시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최후의 가톨릭 신부이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오늘까지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秘跡·秘蹟(ひせき) 성사(聖事) (=サクラメント)
冒瀆(ぼうとく)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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