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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아무튼 기타, 이기용 : 누구나 한번 쯤은 쳐봤을 그 기타 이야기

by Caferoman 2022. 8. 1.

 

품에 기타를 들이기까지 수없이 낙원상가를 헤매던 이들에게

이 책은 허클베리핀의 기타리스트 이기용 씨가 쓴 기타와 관련된 에세이입니다.
연주기법이나 교본과 같이 뭔가 연주의 교훈을 얻을만한 내용은 없고요, 그냥 기타 치는 사람으로서의 이런저런 감상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찾아보면 의외로 많은 곡들이 몇 개의 단순한 코드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 네 개의 코드만 익혀놓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로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경험은 무척 중요해서, 어쩌면 모든 기타리스트들은 곡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봤다는 최초의 성취감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경험한 바로 그 순간이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이 무한히 확장되는 최초의 순간이기도 하다.


저는 처음 기타를 산 것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연 두차례 밖에 없는 설/추석 상여(세뱃돈)를 2년 가까이 모아 전혀 칠 줄 모르면서 동네 악기상에 가서 오베이션 기타를 하나 사 왔었는데요,

당시 20만 원이 조금 안되던 기타는 상판만 나무(합판)에 나머지 바디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던 무명의 기타였습니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어쿠스틱 기타 Taylor 310CE를 가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당시 그 기타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아무리 생각해도 바가지 쓴 것 같은) 허접한 기타였는데요, 인생 첫 번째 기타였던 그 기타를 품에 안고 잠 못 들던 시절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아마도 N.EX.T 1집의 "영원히"라는 곡 가사의 일부는 그런 저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기타를 사던 날은
하루 종일 쇼윈도 앞에서 구경하던
빨간 기타 손에 들고 잠 못 잤지 - "N.EX.T 1집, 영원히"


다른 악기들에 비해 기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계기는 대게 풋풋하고 순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권유 혹은 강요로 처음 배우게 되는 피아노나 클래식 악기들에 비해 기타는 동네 형, 교회 오빠, 교회 누나의 기타 연주를 보고 관심이 가서, 우연한 호기심에,  어쩌다 보니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휴대성이나 접근성이 다른 악기에 비해 편리하고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다른 악기들에 비해 난이도나 악기 구매비용에 따른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연주해 볼 기회가 있는 악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베이스는 악기의 중요성과 매력에 비해 사람들에게 저평가받는 대표적인 악기 중의 하나다. 베이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없으면 반드시 그 빈자리가 티가 나는 사람과 같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사실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 그런 존재가 바로 베이스이다.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도 없다

모든 음악적인 치장을 걷어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이 멜로디와 코드인데,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음악이 바로 포크 음악이다. 통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음악. 악기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좋은 곡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좋은 곡이다.

몇십 번, 몇백 번을 들어도 여전히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 단단한 곡이어야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시간은 쉽게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3분을 내서 내 음악을 듣고 그걸 기억했다가 다시 한번 더 듣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남의 시간을 가져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저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모던한 포크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것이 취미인 사람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아노를 못 치는 제가 처음 이런 취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그 장르가 포크였던 것도 다 기타 덕이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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