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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동양의 홈즈와 왓슨 :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by Caferoman 2024. 7. 31.

용의자 X의 헌신의 이전 이야기 :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의 이전 이야기 : 갈릴레오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는 한중일에서 모두 영화화된 "용의자 X의 헌신"의 이전 이야기로 해당 소설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 해치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활약을 다룬 소설입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한 권으로 묶은 모음집으로 영국 추리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모음집(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의 회상록)과 같은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용의자 X의 헌신이나 예지몽과 같은 갈릴레오 시리즈는 셜록홈즈 시리즈의 주홍색 연구나 네 사람의 서명과 같이 좀 더 분량이 있는 단편소설이라고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빨간 실이 보여.”
“빨간 실?”
역시 잘못 들었던 게 아니었다. 구사나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녀가 가리키는 허공의 한 부분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는걸.”
“응, 없어져 버렸어.”
여자애가 애석한 듯이 말했다.
“요전에는 보였는데.”
“요전에?”
“응, 불난 날 밤.”
“불난 날…….”

 

공대 출신 추리소설 작가의 과학수사 시리즈

공대출신의 작가 성향상 이 작품에서는 물리학에 기반한 사건의 추리와 분석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추리소설의 구성이나 기교면에서는 명작이라고 평가되는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에 비해 허술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과학적인 소재를 대중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낸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과학자는 실험으로 확인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자신의 이론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존재라서 말이지.”

 

아무래도 학생 기숙사 같은 데서 집어 오지 않았나 싶은 플라스틱 트레이에 유가와 마나부는 세제를 부었다. 그런 다음 그 속에 스트로 끝을 집어넣고 가볍게 불자 비눗방울이 봉긋 솟아올랐다. 그러고 나서 유가와는 가운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금속으로 된 둥그런 코인을 몇 개 겹쳐 놓은 듯한 물체였다.
“네오지움 자석이야.”
그러면서 유가와는 자석을 비눗방울 가까이 갖다 댔다. 그러자 비눗방울이 트레이 위를 미끄러져 자석 쪽으로 다가가는 것 아닌가. 유가와가 자석을 움직이자 계속 그쪽으로 따라갔다.
“아니!” 구사나기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게 뭐야? 금속도 아닌데 왜 자석에 끌려가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자석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유가와가 물었다.
...
“어떻게 된 건지,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
“자석에 이끌려 가는 것은,” 머그컵에 커피를 타면서 유가와는 뒤를 돌아보았다.
“세제가 아니라 그 속의 공기야.”
“공기?”
“정확히 말하면 그 가운데 산소지. 산소란 놈은 비교적 강한 상자성을 띠어. 상자성이란 자석에 끌려가는 성질을 말하지.”

 

소설의 에피소드 중간에 등장하는 자석에 이끌리는 비눗방울입니다. 흠... 정말로 저렇게 자석으로 비눗방울을 끌어당길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소설을 읽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정작 에피소드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저 역시 공대생인 탓일까요?)

 

“인간의 선입견이 많은 진실을 가리지. 비눗방울 속에 공기가 들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 존재를 잊어버리곤 해. 그런 식으로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고 마는 거야.”
유가와는 전기 포트의 뜨거운 물을 머그컵에 따르고 가볍게 저은 다음 하나를 구사나기에게 건네주었다.
“내 인생이 많은 것을 놓쳤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군.”
“하긴, 그게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여서 좋긴 해.”

 

구사나기는 유가와와 얼굴을 마주하고 후웃, 하고 길게 숨을 뿜어냈다.
“어린애를 상대로 제대로 하더군.”
그러자 유가와는 가운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목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있었다.
“뭐야?” 구사나기가 물었다.
“두드러기야.”
“응?” “체질에 안 맞는 짓은 하는 게 아닌가 봐.”
그렇게 말하고 유가와는 창문의 커튼을 활짝 젖혔다.

 

최근 밀리의 서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다량 서비스하고 있어 평소 읽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들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다작을 하는 작가라 사실 작품하나하나에 큰 애정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하나하나가 확실히 대중성과 작가만의 독특한 컬러를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요?

 

[풀코스]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 책이름 :  탐정 갈릴레오
-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쪽수 :  352쪽
- 누적쪽수 : 9129쪽
- 주제 : 소설
- 감상평(70자 이상) : 동양판 셜록과 왓슨이라고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왓슨과 레스트레이드 경감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형사 쿠사나기 슌페이와 천재 물리학 교수로 등장하는 유카와 마나부의 콤비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단편 모음집이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늘 평타 이상은 친다는 점에서 자꾸 손이 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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