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만큼이나 영화가 유명한 작품
“‘P≠NP 문제’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유가와가 뒤에서 말했다. 이시가미가 뒤를 돌아보았다.
“수학 문제에서 스스로 궁리해서 답을 내놓는 것과 남의 답이 옳은지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간단할까를 묻는 것이잖아. 클레이 수학 연구소가 상금을 내걸고 낸 문제 중 하나지.”
용의자 X의 헌신은 소설만큼이나 영화화된 작품이 유명한 작품입니다.
속칭 "발로 연출해도 워낙 스토리가 좋아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자 일본 추리/탐정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이론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야망은 두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었지만 그 접근 방법은 정반대였다. 이시가미는 수학이라는 블록을 쌓아 올림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반면 유가와는 우선 관찰하는 데서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명해 나가는 것이다. 이시가미는 시뮬레이션을 좋아했지만 유가와는 실험에 의욕적이었다.
남자 주인공(용의자 X) 이시가미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천재 수학자로 소설에서는 머리 벗겨진 중년 오덕남으로 묘사되지만 한중일에서 영화화된 작품에서는 모두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로 묘사되어 되려 작품의 몰입도를 되려 올려주는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를 모두 접해보지 않았다면 원작인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노숙자들의 주거가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한 말이다. 백발 섞인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가 세탁물을 널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이시가미가 ‘깡통남’이라고 별명을 붙인 사람이 늘 그렇듯이 빈 캔을 찌그러뜨리고 있다.
“늘 똑같은 풍경이야.” 이시가미가 말했다.
“요 한 달 사이에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 이 사람들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살아가고 있지.”
“인간이 시계에서 해방되면 오히려 더 그렇게 되는 법이야.”
“나도 같은 생각이야.”
개인적으로는 한국판에서의 남자 주인공 류승범보다 일본판 용의자 X인 츠츠미 신이치쪽이 배역에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중국판은 아직 보지 못했구요.) 공교롭게도 신이치가 이전에 맡았던 배역 중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내 사랑 사쿠라코)에서도 천재수학자로 나오는데요, 그러고 보니 뭔가 신이치의 캐릭터 자체가 천재 수학자와 순애보라는 역할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현재 밀리의 서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서비스 중
요즘 밀리에서 히가시노 게이코 소설들이 대량 서비스 되면서 본의아니게 작가의 추리소설을 정주행하고 있는데,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시리즈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추리,탐정소설이라는 다소 무거울수 있는 장르임에도 가볍게 술술 읽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한잔하면서 수학 이야기나 했으면 해.”
“수학과 살인 사건 이야기가 아니고?”
그 말에 유가와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콧등에 주름을 잡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새로운 수학 문제 하나가 생각났어. 짬이 나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해.”
“어떤 문제인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하는 거야. 단,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치고 말이야.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흥미로운 문제군.”
이시가미는 유가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지.”
유가와는 고개를 끄덕하고 나서 발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 추리소설, 탐정소설의 마니아에게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뻔한 반전일 수 있습니다.
트릭 자체가 참신하거나 설계가 치밀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를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스토리에 잘 녹여냈기에 분류를 떠나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론은 스포일러를 당하고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선생님이 내시는 문제라면 어렵겠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시가미가 형사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아니, 뭐, 그냥……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맹점을 살짝 찔러 주는 것뿐이죠.”
“맹점……이라고요?”
“예를 들면 기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수 문제라든가 말이죠.”
장르의 특성상 소설의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것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내용에 대한 리뷰는 생략합니다. 단 평소에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 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톱니바퀴란 없으며 그 쓰임새를 결정하는 것은 톱니바퀴 자신이다……. 톱니바퀴가 무얼 의미하는지는 이제 자네도 깨달았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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