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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소설 첫문장의 중요성을 말할 때 끊임 없이 화자되는 소설

by Caferoman 2021. 8. 24.

독서노트

소설에서 첫문장의 중요성을 말할 때 끊임 없이 화자되는 소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은 무엇보다 위의 첫문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안나 까레니나> , <이방인>과 더불어 첫문장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기로 유명한데... 사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뭐가 그리 훌륭한 문장이라는 거지?'라며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다들 훌륭한 브루고뉴 특급밭에서 생산된 특급 빈티지의 피노누아를 누군가 주었는데, '다들 극찬하는 거 말고는 개인적으로 즐겨먹는 피에몬테 지역 와인만 못하다...'라며 개인적인 감상이 다른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었다고 할까요?

 

바로 그때, 그녀의 얼굴에 등불이 켜졌다. 이 거울의 영상은 창밖의 등불을 끌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등불도 영상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렇게 등불은 그녀의 얼굴을 흘러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빛으로 환히 밝혀주는 것은 아니었다. 차갑고 먼 불빛이었다. 작은 눈동자 둘레를 확 하고 밝히면서 바로 처녀의 눈과 불빛이 겹쳐진 순간, 그녀의 눈은 저녁 어스름의 물결에 떠 있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야광충이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첫문장 외에도 문장문장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따뜻한 묘사는 소설의 구체적인 배경인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당시 니가타(新瀉) 현 에치고(越後)의 유자와(湯澤) 온천을 떠올리게 합니다.

 

적당히 피로해졌을 무렵, 문득 방향을 바꾸고는 유카타† 자락을 걷어올려 한달음에 뛰어내려오자, 발밑에서 노랑나비가 두 마리 날아올랐다. 나비는 서로 뒤엉키면서 마침내 국경의 산들보다 더 높이, 노란빛이 희게 보일 때까지 아득해졌다.

 

소설 속 멋진 첫문장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미혼의 남자라면 아내가 있기를 바라게 될거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 Pride and Prejudice, Jane Austen

행복한 가정은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모양이 저마다 다르다. - 안나 까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 Anna Karenina, Tolstoy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 이방인, 알베르 카뮈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 L'Étranger, Albert Camus

전처가 한밤중에 문 앞에 서 있다. -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 한스 라트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 마션, 앤디 위어
I'm pretty much screw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Screwed. - Martian, Andy weir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 데미안, 헤르만 헤세

 

널리 알려진 유명한 소설 속 첫문장과 함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의 첫문장들을 모아 봤습니다.
대부분 일단 첫문장이 마음에 들면 실망하는 법이 없었던 것 같네요.

 

계절을 맞이하고 보냄이, 누군가를 만나고 떠남이 돌고 도는 풍경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의 업業에서 생겨나는 슬픔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슬프고 슬프기 때문에 아름답다.

고마코의 모든 것이 시마무라에게 전해 오는데,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고마코에게는 전해지는 것같지 않았다.
고마코가 공허한 벽에 부딪히는 메아리와도 같은 소리를 시마무라는 자기의 가슴 속에 눈이 내려 쌓이듯이 듣고 있었다

 

이 작품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아니라 여러차례 영화로도 재해석된 바가 있는데요,

특히 영화 <신설국>에서 주인공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 유민이 등장합니다. 해당 영화의 주제가는 "雪の華, 눈의 꽃" 인데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박효신이 불렀던 나카시마 미카 버전의 "雪の華, 눈의 꽃"와는 다른 곡입니다.

실제 나카시마 미카 버전의 눈의 꽃이 설국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국" 전체의 분위기와 박효신이 부르는 "눈의 꽃"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어울림이 있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지적 호기심으로 최근 2021년 일본어 능력시험(JLPT N2)에 응시, 합격을 했는데요. 이제는 가벼운 소설정도는 더듬더듬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요시모토 바나나의 "어른이 된다는 것"으로 시작으로 현재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일본어 원서로 읽고 있는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역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원서로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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