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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치사회

닥치고 정치 - 김어준 ch.1 : 자존심 없는 우파 , 자뻑에 취한 좌파

by Caferoman 2021. 8. 21.

독서노트

한없이 꼬인 실타래를 모두 풀어내려고 하지 말고, 일정 시점에 칼을 번쩍 꺼내 들고 확 끊어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남는 쪽이나 잘려나간 쪽 모두에게 상처가 되겠지만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정치적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 게 바로 정치 지도자의 몫이다. 그걸 최대한 가볍게 만들려다 혹은 양자의 상처를 최소화하려다, 그 정치의 대상인 대중을 다 떨꿔버린다. 그런 정치로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 것 처럼, 친숙한 구어체로 쓰여진 술술 읽히는 정치서적 중 하나입니다.
분명 이 책과 "보수의 재구성"을 같이 읽었는데 닥치고 정치의 경우 다 읽는데 한 주가 안걸렸는데 보수의 재구성의 경우 읽기를 포기하는데 한주가 안걸렸네요.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다.


행정과 실무의 균형만으로는 세상의 균형을 찾을 수 없어. 사실은 둘 다 옳을 때가 많거든. 둘 다 옳을 때 우선순위의 문제가 생기고 바로 그때 가치의 문제가 발생해. 그럴 때 필요한 게 철학이야. 그래서 대통령은 사상가가 되어야 하는 게 맞아. 지금의 세계가 어떠하고, 어떤 가치가 우선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철학과 통찰이 분명하게 있어야 해.

자존심 없는 우파는 우파가 아니다.

결국 우는 공포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본능적 대응이야. 두려우니까, 무서우니까,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겠다며 발버둥 치는 것들의 리액션. 그래서 난 우는 세계관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생각해.

치열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가르치고, 넓게 머리 써서 지혜롭게 협동하기보다 잔머리 써서 다른 사람을 이기는 놈이 잘난 놈이라고 세뇌시키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우가 대다수인 건 더더욱 당연한 거지. 우가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이잖아.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것이 나를 둘러싼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보다 쉽고 자연스럽거든

자기가 더 힘이 세면 남을 지배하는 게 당연하듯, 받아들여야 하는 이치라고 여기기 십상이라고. 자기가 약하면 복종하는 수밖에 도리 없다고 받아들이는 게 우의 인식체계라는 거지. 동물하고 똑같아. 붙어봐서 안 되면 바로 꼬리 내리고 슬슬 기는 거지. 아예 도망치거나.

일단 내가 충분히 먹어야 한다, 내가 배 터지게 먹고 남는 게 생기기 전에는 나누자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말을, ‘파이를 키우자’로 바꿔 이야기하지.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약육강식의 논리를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낙수효과를 신봉하며 젊은 세대에게 "노오오력"을 강조하고 남이야 어떻든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가격을 사수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우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기적인 우파의 품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소유한 자본/정체성/지위에 대한 자존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의 우파는 그러한 자존심이 존재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우를 유일하게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자존심이라고. 그게 없으면 그냥 동물이야.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면 우파라고 하면 안 돼. 겁먹은 동물이라고 해야지
우리나라 우파는 정치적으로 우파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어. 그냥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두리번거리는 겁에 질린 동물들이지. 친일도 친미도, 결국 자존심 없는 우가, 동물 주제에, 인간 우파인 척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좌파는 무엇인가?

우가 세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보고 내가 먼저 포식자가 되어 살아남아야겠다는, 공포에 대한 동물적 반응이라면, 좌는 정글 그 자체가 문제라고 접근하는 이들이야.


단순한 진영논리로 "종북", "빨갱이"로 허술하게 정의되는 좌파가 아닌 진정한 좌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저자는 이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진화적 진실을 최초로 접한 각박한 산업혁명 시대에, 여전히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성의 고귀한 원형이란 게 존재하길 기원하는 19세기적 소망이 만들어낸, 마르크스적 낭만

그렇다면 좌의 취약점이 뭐냐. 좌는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 그게 왜 문제냐면, 좌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다 보니 부지불식간 드러나는 지적 오만이 대중들로부터 좌를 유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거.


저자가 우파의 문제를 자존심의 결여라고 했다면 좌파의 문제로 "자뻑"에 젖어있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하긴 우파가 좌파를 공격하는 논리가 "너네가 그 시기를 안살아 봐서 그래"이고 좌파가 우파를 공격하는 논리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나본데..."로 시작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우리 사회가 워낙 우 편향이다 보니 민주당이 좌파라 불리는 세상인데,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아예 보수라고 불러주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야. 보수라면서, 보수라는 게 지킨다는 건데, 대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없잖아. 돈만 지키고 있지.

한나라당을 보수라고 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돼. 한나라당은 독재 정권에 부역했던 인물 혹은 그 후신들의 정당이라고. 그런 자들이 자신을 보수라고 칭하는 건 말이 안 되지. 18세기 영국에 에드먼드 버크란 양반이 있었어. 우리나라에선 게나 고동이나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라 주장하는 보수에게, 내가 니 애비다 이 자슥들아,(웃음) 할 자격 있는 보수주의 정치 철학의 원조지. 이 양반이 소싯적에 식민 본국 영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법치에 대한 도전이요 체제에 대한 모반에 해당될, 미국의 독립전쟁을 대놓고 지지했다고. 그러면서 반란은 오히려 영국 국왕이 저질렀다고 했다고. 뭔가 직관적으로 좀 안 맞지. 보수는 기존 질서를 옹호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이유는 이래. 과거로부터 누적된 ‘전통’의 귀납이자 공동체가 축적한 역사의 산물로서의, ‘자유’와 ‘원칙’이 당장의 왕 하나보다 중요하다는 거지. 그래서 ‘자유’라는 ‘원칙’을 억압하는 왕이 오히려 영국의 ‘전통’에 반란을 일으킨 거란 주장이야. 그렇기 때문에 보수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거야. 원래 보수란 이런 거거든. 전통, 원칙, 자유에 목숨까지 거는 기개, 거기에 어긋나면 왕과도 한판 뜨는 곤조. 그래서 내가 자존심 빠지면 보수는 동물이라고 한 거야.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불리는, 실은 겁먹은, 자존심 없는 동물들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는 게 이해가 가는 거지. 내 위치만 정확히 파악하면 내가 먹을 것의 분량이 딱 나오니까. 그래서 그들은 대가리를 치지 않아. 대가리가 무너지면 그 위계가 근본부터 흔들리잖아. 그럼 어렵게 확보한 자기 먹을거리의 구획이 불분명해진다고. 어머나, 무서워라.(웃음) 그래서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아무리 싸워도 분당하지 않아. 그렇게 우리 본성에 있는 동물적이고 보수적인 집단 무의식, 예측 가능한 질서에 대한 집착이 박정희가 상징하는 것과 호응하게 되는 거지.

좌파와 우파의 갈등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개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어차피 제한된 자원이니 이걸 두고 경쟁만 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좌도 정글의 불확실성이 두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우가 그 공포에 압도되어 자기만이라도 살려고 반응하는 거라면, 좌는 그 공포를 잘게 나눠 각자가 담당해야 하는 공포의 몫을 줄여서 해결하려 하는 거라고. 문제는 밀림 그 자체에 있는 거니까. 우가 본능적 반응이라면, 좌는 논리적 대처야. 그래서 각자가 처리해야 하는 공포의 크기를 균등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이 대목에서 평등이 아주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게 되는 거지. 평등이 깨지면 기본적인 결속 자체가 안 되는 거니까.

예를 들어 종부세 없애버리는 거. 내가 잘나서 내 노력으로 획득한 내 사유( 私有)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전형적인 우의 동물적 반응이지. 그 사유재산의 가치가 단순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가 없지. 예를 들어 어느 아파트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봐. 그 아파트의 가치는 건설 자재나 설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 입지와 교통과 환경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그럼 그 아파트 주변의 교통 조건, 교육 환경을 자신들이 만들어냈냐고. 아니잖아. 그 대부분은 국가 예산으로 만든 거야. 그 국가 예산엔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런 식의 사유 확장도 할 수 없는 게 우의 사고 회로지.

함께하기 좋은 것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 책이 다분히 좌파 친화적으로 쓰여졌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자칭 보수세력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진정한 보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강원택 교수님의 저서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강원택> , <서가명강 08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강원택>을 추천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연애에 서툰 좌파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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