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글로 배웠어요
올해 들어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달리기, 마라톤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대체로 마라톤과 달리기에 대한 지침 또는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들과
달리기에 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 이 두 축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 달리면서 훈련법, 부상 방지, 여러 준비 사항등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는 측면에서 여러 책을 읽어도 딱히 중복된다거나 뻔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달리기 시작한 사람들의 배경과 달리면서 느끼는 감상은 처음엔 공감도 되고 흥미로웠지만 갈수록 약간은 뻔하고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굳이 또 다른 러너의 또 다른 에세이를 찾아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너 에세이는 이 두 권으로 종결된다.
- 철학자와 달리기, 마크 롤랜즈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러너들이 쓴 달리기에 대한 단상을 적은 에세이 형식의 책을 "러너 에세이"라고 하자.
그간 수 많은 러너 에세이를 읽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위 두 권으로 종결된다. 시간을 돌려 러너 에세이를 읽으라고 한다면 딱 이 두권만 읽겠다는 말이다. 물론 유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다른 러너의 이야기를 듣는 책들이 의미가 있지만
위 두 책은 따로 지면(?)을 할애해서 다루겠지만 정말 체중감량, 건강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달리기가 아니라 달리기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즐거움에 대하여 이 두 책만큼 명쾌하게 다룬 책이 있을까 싶다.
책이름 : 철학자와 달리기
저자 : 마크 롤랜즈
감상평 : 그저 달리는 순간에 느끼는 잡념들을 철학이라는 그럴싸한 도구로 포장한 에세이정도라고 생각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를 깊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모래성을 쌓거나 부수는 행위에 어떠한 목적을 가진 일로써가 아닌 그 자체의 행위, 놀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을 향유하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목적으로써가 아닌 그 자체로써 달리기를 즐기는 의미가 아닐까?
책이름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감상평 : 좀 더 뛰고 싶게, 좀 더 (곡을) 쓰고 싶게, 좀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그의 꾸준하고 왕성한 작품활동의 비결이라고나 할까? 꾸준히 달리고 마라톤에 참여하는 그의 삶에서 나오는 지구력이 본받고 싶어진다. 최근 창작활동에 부진한 내게, 올해부터 하프마라톤 참가를 시작으로 러닝에 발을 들인 런린이에게 이 76세의 대문호이자 러너인 어르신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와 닿는다.
책이름 : 마라닉 페이스
저자 : 올레
감상평 : 사실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달리기"를 읽고 난 뒤에 달리기에 관한 책의 투픽은 이 둘로 고정되다시피 했다. 이제는 다른 러너들의 에세이를 읽어도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정도의 공감의 유희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끝으로 다른 러너들의 양산형 에세이를 읽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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