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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심한 남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 : 마음, 나쓰메 소세키 소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 소심(小心).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마음(こころ)"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여기서 소심이란 소인배나 사소함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작음이 아닌 작지만 정교한, 그리고 사소해 보이지만 진중하고 응축된 뉘앙스의 소심이라고 할까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선생님의 존재는 사람에 대하여 마음을 닫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같으면서도 어떤 사연을 가지고 비련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이 선생님이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소세키의 소설은 분명한 표현으로 전하려는 .. 2023. 6. 8.
개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아류작 : 문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고양이 피타고라스 자신의 전작 를 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 전작 독서를 하게 되는 작가들 중에서 정말 100% 기대하는 마음으로 매번 출간되는 책을 찾아 읽게 되는 작가도 있지만 해당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임팩트가 강해서 후속작들이 기대에 못미쳐도 '이번에는 설마?' 하면서 다시 믿고-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런 작가인데요, 소설 개미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되었지만 매번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그런 작가입니다. 솔직히 인간에게도 나름 장점이 있어. 알아 갈수록 괜찮은 구석도 발견되고. 물론 그들은 형편없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야. 우리끼리 하는.. 2022. 3. 25.
1906년 결혼제도의 붕괴를 예언하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다"로 시작하는 20세기 최고의 의인화 소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중에 들은즉 그건 서생(書生)이라는,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족속이라 한다. ... 손바닥 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 참 묘하게 생긴 족속도 다 있구나, 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먼저 털로 장식되어 있어야 할 얼굴이 미끌미끌해 흡사 주전자다. 그 후 고양이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 등신 같은 족속과는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한복판이 너무 튀어나왔고.. 2022.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