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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치사회

조국의 시간 - 조국 ch.4 : 탱커(Tanker)가 버티는 동안 딜러(Dealer)들은 집중사격을 하자

by Caferoman 2021. 12. 22.

독서노트

‘시대정신’이라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이 각자에게 배역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내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연극은 신의 각본과 달리 진행되었다. 또 한 명의 배우는 자신이 가슴 깊이 모시던 ‘다른 신’이 있었고, 그 신을 위해 따로 준비한 각본이 있었다.

연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는 깊은 상처를 입고 무대에서 내려와 퇴장했다. 그 후에도 다른 배우는 무대를 자기 방식으로 주도하며 연기를 계속했다. 36일짜리 법무부장관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후일 역사가 내릴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늑대가 된 검찰에게 가장 큰 천적은 이른바 '검찰개혁 세력'이다.

“우리는 검찰의 과거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검사와의 대화’에서 대통령도 무시하던 검사들의 안하무인 태도를 기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에 이른바 ‘논두렁 시계’라는 유언비어를 조작·유포해 끝내는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우리는 검사들의 기고만장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독점된 힘에 취해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합니다.
검찰의 권한은 축소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의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검찰의 권력 분산과 개혁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법무부장관에 대한 과도한 수사는 정상이 아닙니다.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찰개혁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후에도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과 수사 사실을 언론에 계속 흘리고 있습니다. ‘논두렁 시계’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끝내 끌어내리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을 멈추고 개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검찰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정치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의 아픔인 세월호 사건과 김학의 성 상납 사건에 집중해야 합니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을 개혁해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핵심임이 분명해졌습니다.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시대의 과제인 검찰 및 사법개혁을 더욱 신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4대 종단 단체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9월 30일 공동으로 발표된 선언문 내용의 일부입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며 들고나온 깃발들의 명칭이 무척 흥미롭네요.
‘검새관찰위원회’ ‘영장자동발매기연구회’ ‘짜장면연구회’ ‘떡검생활연구소’ ‘윤석열이름빨간펜으로쓰기연합’ ‘기레기무호흡촉진위원회’ ‘가슴으로피눈물흘리는엄마연합’ ‘떡검바바리연합’ ‘일기장변태퇴치위원회’ ‘요실검방지협회’ ‘떡검장모전국연합’ ‘링거투떡조사위원회’ 등이었는데, 반대 진영의 "평화어머니회", "XX씨 종친회", "박사모" 등의 네이밍보다는 훨씬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권력과 언론이 합세해 이렇게 한 가족을 몰아붙이면 누군가는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검찰과 언론은 이미 ‘전과’가 있는 공범관계가 아니던가.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이 10년 전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검찰개혁이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는 솔직히 뒷전이었다. 그냥 잠자코만 있으면 또 누군가 죽어나가겠구나, 내 한 목소리라도 보태서 사람을 살리자는 절박함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외친 ‘조국 수호’는 장관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한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말이었다. 서초동에는 그런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 건국대 이종필 교수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검찰개혁을 이루려는 진영과 막으려는 진영 간에 전쟁이 펼쳐진 조국 대전에서 조국이 맡은 역할이 바로 이러한 탱커에 해당한다. 검찰은 역대 최대의 화력을 동원해서 조국 일가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데 집중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탄생한 후 이 정도로 수사력을 집중해서 누군가를 공격한 사례는 없었다. 무자비한 검찰의 공격이 계속될수록 탱커 조국은 지쳐갔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조국은 힘들지만 잘 견뎌냈고 의외로 그 와중에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적 관심과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타오르게 됐다.”- 『검찰개혁과 조국대전』, 김두일

 

위의 언급처럼 저자는 훌륭한 탱커(Tanker)가 맞습니다.
위치를 잡고 모든 공격이 자신에게 집중되도록 하여 공격대 구성원에게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자면 탱커가 탱커로서의 역할이 있다면 검찰개혁을 소망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실제로 탱커가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동안 집중사격/지원사격을 하는 딜러(Dealer)의 역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탱커의 방어 지속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능력대로 지원사격을 해야합니다.

 

“늑대가 된 검찰에게 가장 큰 천적은 이른바 ‘검찰개혁 세력’이다. 그대로 뒀다간 검찰이 사냥을 못하게 되거나 번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게 조국은 호랑이 새끼 같은 존재였다. 더 크기 전에 물어 죽여야 했다. 조국 하나를 잡기 위해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 경찰청 등 가리지 않고 들이닥쳤다. 전국의 검찰 조직을 총동원해 넉 달 동안 뒤진 끝에 고작 ‘감찰 무마’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에게는 구속영장의 ㄱ자도 꺼내지 않은 검찰이다. 표적수사이자 문어발식 별건수사일 뿐 아니라 친검 편파 수사로서 검찰 흑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 12월 26일 당일 ‘인권연대’ 소식지에서 『한겨레』 이재성 기자

 

프롤로그로 돌아가서, 다시 그 둘이 만나는 날에는

이 책에서 가슴이 가장 먹먹해졌던 구절은 마치 수미상관을 이루듯 저자와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사임건으로 만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장면에서 10년전 교수였던 저자와 자연인이었던 문재인의 만남이 오버랩되어서일까요?
10년전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들은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지, 그리고 같은 후회를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난 뒤에 이 둘의 만남은 비극이 아닌 희극이길 바랍니다.


몇 개월이 지난 2020년 1월 14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수처법과 검찰개혁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무죄 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조 전 장관 임명으로 인해 국민 간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다 통과가 됐으니 조 전 장관을 좀 놓아주고, 앞으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겼으면 합니다.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빚’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께 이런 말을 들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음은 사실이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전직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이 공격받을 수 있는 이런 발언은 하지 못하게 담당 비서관들이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진솔한 분이기에 속마음을 가감 없이 토로하셨을지도 모른다. 나와 내 가족의 수사와 재판으로 대통령께 어떠한 부담도 드리고 싶지 않다. 이는 오로지 나와 변호인단의 몫이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대통령과는 관계없다. 내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후 술 한 병 들고 퇴임하고 머무르실 양산 사저를 조용히 찾아가 큰 정무적 부담을 드린 것에 다시 한번 사과 말씀 올리고자 한다. 이날 나는 취할지도 모르겠다.


단테의 신곡은 영어로 Divine Comedy이다. 본래 고전 시대 그리스에서 Comoidia(코미디의 어원)라는 말은 희극 일반을 가리키는 말로서, 비극과는 반대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극 장르를 의미했다. 또한 극중의 단테가 천국에 이르게 되므로 해피 엔딩이기 때문이다. - 위키피디아

“사람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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