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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치사회

조국의 시간 ch.2 : 선택적 정의가 가득한 정치검찰

by Caferoman 2021. 10. 21.

조국의 시간 - 조국

독서노트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 권력

  1. 독자 수사권과 수사 인력이 있다. 검찰이 수사권 없는 기소기관으로 설정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수사권이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도 검찰 자체의 수사 인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독일 검사는 ‘팔 없는 머리’라고 불린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차이가 있는데, 지방 검찰청이 직접수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통상의 수사는 경찰이 담당한다. 일본도 수사는 주로 경찰이 담당한다. 일본 검찰은 ‘특수수사’ 분야에서 직접수사를 하지만, 소수의 지청에서만 이루어진다. 어느 나라건 검사실마다 수사관이 배치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비로소 공수처가 만들어졌지만 공수처 검사는 최대 2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13명 선발된 상태다. 검찰청 소속 검사는 약 2,200명, 검찰수사관은 6,200명이다.
  2.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이 있다. 2020년 1월 13일 수사권조정 법안의 국회 통과 이전까지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어 경찰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수사권조정 성사 이후 비로소 ‘수사지휘’라는 단어가 법률에서 삭제되고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검찰은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 재수사, 시정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3. 기소권이 있다. 공수처 발족 전까지 검찰은 기소권을 완벽히 독점했다. 범죄가 확인되어도 검사가 불기소결정을 내리면 처벌은 불가능해진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억울함을 검사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재판에 갈 수 없었다. 공수처 발족 후에도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이외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에게 있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군사정권 시절의 ‘하나회’에 견줄 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선출된 권력이 아님에도, 강고한 내부 결속력을 갖추고 막강한 권력을 사용하며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방치해둘 수는 없다. 이 ‘괴물’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줄이고, 주권자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견제해야 한다."
  4. 영장청구권이 있다. 현재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어 개헌 없이는 바꾸기 힘들다. OECD 국가 가운데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를 규정한 나라는 없다. 대부분 영장청구권을 어디에 부여할 것인지를 헌법이 아니라 법률문제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1972년 ‘유신헌법’이 만들어졌을 때,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헌법에 들어갔다. 당시 개헌 작업에 참여한 김기춘 검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은 경찰조서보다 우월하다. 검사 앞에서 한 말은 법정에서 수정·번복해도 큰 효력이 없다.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법관 면전(面前)조서’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검찰개혁법안이 2022년 1월부터 발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검사실이 ‘준(準)법정’이었고 검사가 ‘준(準)판사’였다. 그런데 검찰 조사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조사자(검사)는 조서에 기재할 사항을 미리 구상해두고 피조사자를 상대로 문답을 한다. “답변이 조사자의 구상과 부합하면 그대로 기재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반복해서 질문해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거나 아예 기재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원하는 대답을 들으려고 답변을 유도하거나 강요하기도 한다.”
  6.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다른 권력기관 위에 군림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군부나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정보기관의 ‘하위 파트너’에 불과했으나, 정치적 민주화 이후 다른 기관을 다 제치고 최강 권력기관이 되었다. 행정부 소속 다른 기관은 ‘졸’(卒) 취급하고 있다. - 2020년 12월 24일 페이스북

 

위 내용은 저자가 2020년 말 페이스북에 정리한 현재 대한민국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실태입니다. 단순히 기소와 영장 청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현재는 공수처도 기소권을 가지고 있음)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열해 보니 왜 그들이 국민들 머리 위에 있는 양 으스대는지 알만도 합니다.

 

"세상이 모두 너희 발밑이지? #검찰개혁" - 2020.12.24. 가수 이승환

   

한국 검찰 = 정치 검찰

한국 검찰은 ‘준(準)정치조직’으로 움직여왔다. ‘검찰당(黨)’인 것이다. 이 ‘당’은 수구적 정치 이데올로기를 지침으로 삼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12·12와 5·17 쿠데타 세력 처벌에 대한 특별지시를 내리기 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로 불기소처분했다. 1995년 7월 18일이었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 항의한 검사는 한 명도 없었다. 당시 평검사였던 윤석열도 침묵했다. 보수야당과 언론이 이 논리를 널리 전파했음은 물론이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육법당’(陸法黨)이란 단어가 회자되었다. 육사 출신 군인들과 서울대 법대 출신 법률가들이 권위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핵심이라는 뜻이었다. “법조라고 하지만 사법부는 조역이었고, 공안검사 중심의 검찰이 일선에서 정권을 보위한 주축”이었다.

 

이러한 막대한 권력은 애시당초 정치세력에 굴하지 않고 그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부여받은 것일텐데 그런 정치중립성을 유지해야하는 기관이 준정치조직으로 활동하고 있음이 현재 검찰의 큰 문제중 하나라고 저자와 저자의 법무부 장관 후임은 지적합니다.

 

"권위주의 정부는 검찰독립을 없애 예속시켰고 말 잘 듣는 검찰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검찰은 독재라는 주장도 하지 않았고 불평 없이 권력의 죄를 알아서 덮어주는 면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준 민주정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독재라고 비난하며 검찰정치를 하는 정치검찰이 되었습니다. 검찰은 유력한 차기 정치세력에 기생하는 정치검찰에서 진화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치검찰이 되었습니다." - 추미애

   

선택적 정의, 선택적 수용

한국 검찰은 법무부의 지시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법률상 검찰은 법무부 소속 외청(外廳)이고, 검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공무원이다. 사전상으로도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법무부 소속으로 검사의 검찰 업무를 맡아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 동안 검찰이 거꾸로 법무부를 지배했다. 검찰은 자신을 법무부의 ‘외청’이 아니라 법무부를 검찰의 ‘외부’(外部)라고 생각해왔다.

한국 검찰은 내부 비리에 관대하다. 검찰은 다른 행정부 구성원의 행정적 미흡은 직권남용죄로 수사하고 기소했지만 자신들의 비리는 제외하거나 최소화한다. 제8장에서 보겠지만,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세 장관(김은경·조국·백운규)을 직권남용죄로 영장청구하고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 비리는 징계도 없이 사직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명백한 범죄가 확인되어도 증거부족이라며 뭉개버렸다. 지난 10년간 검사 징계 사건을 조사한 2020년 7월 31일 JTBC 보도를 보면 검사가 피의자가 되어야 할 뇌물수수나 성추행처럼 중대한 사건이 50건 넘는데, 수사나 기소를 하지 않은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조직은 무오류여야 하고 ‘신성(神聖)가족’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검찰이 한 개인의 표창장 문제는 없는 증거까지 만들어가며 총력을 다해 수사를 하는데에 반해 조직 내부의 비리에는 한없이 관대함에 대하여 저자는 이를 "선택적 정의"이자 "선택적 수용"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한쪽엔 가혹하고 한쪽엔 너그러운 원칙이란 ‘선택적 정의’ 아닌가. 윤 총장이 최측근 참모였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과 채널A 유착 의혹을 다루는 자세는 당혹감을 안긴다. 처음엔 독립적 감찰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차장을 피의자로 소환하려 하자, ‘범죄가 되느냐’며 대검이 막았다. 윤 총장은 한 차장이 피의자로 전환되자 ‘나는 관여 않겠다’며 대검 부장회의에 사건 지휘를 일임했다. 그래놓고 정작 ‘수사팀 견제용’ 전문수사자문단을 직권 소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놓고 3단 방어막을 쳤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때 보여줬던 기개대로라면, 일선 수사팀에 힘을 실어줘야 마땅했을 일이다. 바게트 껍질처럼 바스러지는 윤석열표 원칙의 허망함은 ‘윤적윤’(지금 윤석열의 적은 과거의 윤석열)을 불러낸다. ‘검찰주의자’ 총장의 한계 또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 밖엔 서릿발 같지만 ‘내 식구’만은 예외라는 독단. 윤석열의 빛바랜 원칙이 가려온 이 낡은 시스템을 깨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기소 분리라는 상식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이루어진 많은 나라에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가 일어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만 갖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보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가 대통령 재임 이전 법조인 문재인에서부터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를 통해 주장해온 바와 일치합니다.

 

"집중된 권한 때문에 ‘무소불위의 검찰’이 되었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검찰도 등장했습니다.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2017년 1월 문재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며 70여 년 전 대한민국 수립 직후부터 주어진 당면과제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검찰기관이 범죄 수사의 주체가 된다면 기소권만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인데 수사의 권한까지 더하게 되니 이것은 결국 ‘검찰 파쇼’를 가지고 온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되어 있는데, 경찰에다가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오지 않나 (우려된다). 이런 점을 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 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갖는 게 좋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래에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는 분리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 1954년 1월 9일 ‘형사소송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 엄상섭 의원(검사 출신)

 

‘조만간’이 70년이 되었다. 수사·기소·재판의 분리는 OECD 다수 국가의 형사사법 체제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공소기관이며, 기소를 위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갖는다. 법률가인 검사는 경찰 수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집중한다. 경찰 수사가 법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경찰 수사에 절차적 불법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한국 검찰은 오랫동안 수사에 있어서 경찰을 ‘행위무능력자’ 취급하며 무시해왔다. 한국 경찰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일제강점기 ‘순사’(巡査)의 잔재가 남아 있던 1954년의 경찰, 고문과 가혹 행위를 일삼던 권위주의 체제의 경찰은 전혀 아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정파를 넘어 공유된 사항임에도 윤석열 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며 2021년 3월 4일 사표를 던졌습니다. 사직하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라고 주장했는데요, 저자는 이에 윤석열에게 반문합니다.

 

"그렇다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대국민 약속으로 공표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왜 맡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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