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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에세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 기억력이 80분인 어느 박사 이야기

by Caferoman 2021. 12. 23.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博士の愛した数式)

뇌 속에 80분짜리 테이프가 딱 한 개 들어 있다고 생각 하면 될 거에요.새로운 것을 녹화하면 이전의 기억은 깨끗이 지워집니다. 도련님의 기억은 80분밖에 가지 않아요. 정확하게 1시간 20분.

 

JLPT 공부를 하면서 이제는 일본어 원서를 한번 읽어볼까 하고 구입한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기억이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어느 수학박사의 이야기입니다. 기억상실이라는 주제를 가진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수 없이 봐 왔지만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되는 기억처럼 가장 최근 80분까지만 기억할 수 있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던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일본 사람들은 시간에 관련된 소재를 참 좋아하는 것 같네요.

 

기억을 보완하기 위에 온 몸에 붙여놓은 메모들

그러나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양복 여기저기에 클립으로 고정된 메모지들이었다. 옷깃, 소맷부리, 주머니, 윗도리 자락, 허리띠, 단춧구멍 등 온갖 데에 다 붙어 있었다. 클립 때문에 천이 뒤틀려 양복 모양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그리고 손으로 그냥 쭉 찢은 종잇조각마다, 바래서 누렇고 너덜너덜한 종잇조각마다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그 내용을 읽으려면 가까이 다가가 눈을 찡그려가며 봐야 했다. 80분의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을 메모하고, 그 메모를 어디에다 두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 옷에다 붙여두었다는 것은 헤아릴 수 있었지만, 그 모습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신발 사이즈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였다.

기억력이 80분인 박사의 양복에는 박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로 가득한 메모지들이 덕지덕지 붙게 됩니다.즉 휘발성 메모리에서 정보를 리프레시 해주는 작업을 메모지를 통해서 하게 되는데요, 이 메모지라는 소재를 통해서 박사가 무었을 중요하게,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미혼모 가사도우미와 그의 아들 루트와의 만남

'새 가사도우미 와 그 아들 열 살 √

소설은 박사의 가사도우미로 어느 미혼모가 들어오면서 그리고 그의 아들을 박사가 알게되면서 전개됩니다.

다행히 미혼모인 가사도우미와 노교수와의 불륜... 이런 조악한 전개는 아니구요. 박사와 미혼모 그리고 그 아이 루트가 서로 마음을 열고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소설은 그려내고 있습니다.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한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 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너는 루트다. 어떤 숫자든 꺼리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실로 관대한 기호, 루트야"

 

이 소설을 영화화한 동일명의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원작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보는 영상물은 언제나 상상을 파괴하며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아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영화화 했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아무튼 가볍게 읽기 좋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수학에 모순이 없으니까.
그리고 악마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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