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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읽는 책 2 : 총,균,쇠 - 제라드 다이아몬드

by Caferoman 2021. 8. 19.

독서노트

<총.균.쇠>는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고 어느 집에나 서재에 한권쯤 꼽혀있을 만한 책이지만 사실 완독을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Classic"의 반열에 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구매한지는 한참 되었는데 정작 완독을 한것은 거진 5년이 지나서 였습니다.
(분량 자체가 부담되다보니... 이건 뭐 두꺼워서 냄비 받침으로 쓰기도 애매하고...)

 

대항해 시대, 유럽발 역병들이 신대륙을 초토화시키기 이전

산업혁명 이전에 세계의 나머지는 늘 끔찍한 가난에 시달리던 낙후된 지역이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콜럼버스가 항해에 나서기 수십 년 전 중국 명나라는 이미 정화鄭和, Zheng He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대규모 해상 사절단을 파견해 인도양을 탐험할 만큼 부유하면서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였다.

콜럼버스가 탄 배에 비하면 정화가 거느린 배는 항공모함 수준이었다. 이보다 300년 전 송나라 수도 카이펑開封은 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북적대며 살아가는 대도시였다. 카이펑 주민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연기를 내뿜어 도시를 감싸 안았다. 랭커셔에서는 800년이 지난 후에도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쇄소에서 책 수백만 권을 쏟아내면서 서민들까지도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책값이 싸졌다. - 위대한 탈출 , 앵거스 디턴

 

우리가 쉽게 가지게 되는 선입견 중 하나가 유럽이 신대륙과 아시아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던 힘이 문명적으로 식민지 국가들 보다 더 우월했을거라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는 산업 혁명 이후 타 문명에 비해 빈곤하고 약한 국력을 가지던 나라들은 그들이 미개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지정학적 환경에 우위를 점했던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한 기후와 작물분포, 사육가능한 포유동물의 여부와 이로 인한 세균면역 시스템에 의해 유라시아 대륙이 이점을 봤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병원균의 힘

1532년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카하마르카에서 잉카제국의 황제 이타우알파를 생포하여 잉카제국을 정복했을 때, 스페인 정복자 168명이 아타우알파는 수백만 백성과 8만 대군을 참패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강력한 요인은 그들이 보유한 무기(쇠칼), 갑옷, 총, 말 등이 잉카제국의 돌, 청동기, 나무곤봉, 갈고리 막대등에 비해 우월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스페인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져온 천연두 균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로 인해 2000만 명에 달했던 아즈텍 인구는 1618년 160만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전투 장비/기술보다 세균의 역할이 더 컸다고 보는 것이지요.

농업의 발생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전염병이 발생하였다. 새로운 질병은 동물들에게서 발생하였고, 동물 가축화로 세균이 사람들에게 옮겨오게 되었다.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인간들은 면역체계가 강화되고, 병원균도 진화하였다. 유럽인들이 정복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인디언을 상대로 병원균을 퍼트려 정복을 이루어 내어 정복자들에 의해 살해된 아메리카 원주민 보다 침략 당시 들여온 세균에 의해 희생된 원주민이 훨씬 많았다. - 총,균,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책장에 박혀있던 이 책을 읽고 ...

독서 모임에서 겁없이 이 책을 추천하는 바람에 발제했던 질문들입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완독하는 것이 녹녹치 않았지만 다 읽고난 뒤 돌이켜보니 이런 계기가 없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책장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1. 문명간 충돌과정에서 볼 수 있는 특정 민족의 비교우위는 크게 총균쇠가 말하는 지정학적 변수와 진화론의 적자생존을 토대로 한 유전학적 변수라는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두 주장의 범주에서 당신은 어느 쪽 입장을 더 지지하는가?
  2.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따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은 "피를 나눈 형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만큼이나 민족간 분쟁과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고/바라볼 수 있을까?
  3.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어느정도 동의하는가, 아니면 문화적 차이를 결정 짓는 더 큰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집단 지성의 역할, 공동체의 적정 형식/규모, 문명의 발전 및 확장 시도의 시의성 등)
  4. 각 개인의 인종과 소속(문명)이라는 정체성 조차 환경이라는 변수에 종속적인 무기력한 존재라면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나는 세상 가운데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코로나에 대한 각 나라의 대처능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책을 읽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가장 마음속에서 맴도는 질문은 위와 같았습니다.

왜 동일한 수준의 확산경로로 시작해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각기 다른 다른 방역능력과 그에 따른 대처 결과를 보이는 걸까요?

 

총,균,쇠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사전 경험으로 인한 시스템적인 대책이 마련된 국가가 좀 더 유리할 것이고, 면역체계의 경우 다른 나라와 국경이 인접하며 내륙으로 원활한 왕래가 가능한 국가들이 섬나라나 우리나라 같이 고립된나라들 보다 유리할 것이고, 전염병에 대한 집단의 인식의 변화와 그 태도에 따라 확산의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인데...

 

케바케, 아니 Country by Country로 보면 다양한 조건에서 각기 다른 대응 결과를 보이고 있어 무엇이 정설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항같습니다. (이 책을 읽을 즈음만 해도 한국이 어느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자축하던 시기였는데 클럽발 대란 이후 잦아들 기색이 보이지 않는 지금에 와서는...)

 

함께하기 좋은 것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총균쇠를 기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 독서의 길은 앞뒤로 다양합니다.
제라드 다이아몬드 이전 시대의 고전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면 <이기적 유전자 - 리차드 도킨스>
총균쇠 이후의 인류와 문명에 대한 고찰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 <위대한 탈출 - 앵거스 디턴>을 추천 드립니다.

 

상대적으로 위에 추천한 3권의 책이 모두 뭔가 가볍게 읽기엔 분량이 만만치 않은 책들이기에 이번에는 좀 더 (분량면에서) 부담 없는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북킷리스트 - 홍지해, 김나영, 김문주, 정윤서><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이시한>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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