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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ch.2 : 과학

by Caferoman 2021. 8. 10.

독서노트

고대에서 근대까지 과학의 역사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절대주의 견해를 견지해왔습니다.

스콜라철학 시기에 활동했던 신학자 오컴은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부르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두 이론이 존재할 때, 논리적으로 더 간결한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진실에 가깝다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지동설과 천동설을 예로 들면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태양을 우주의 중심으로 두면 천동설에서 복잡하게 설명해야 했던 행성들의 운동을 매우 단순한 원운동으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패러다임의 전환 (Paradigm shift)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아인슈타인 :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

모든 것은 하나 안에 있다. ─ 아브라함
모든 것은 사랑이다. ─ 예수 그리스도
모든 것은 경제적이다. ─ 카를 마르크스
모든 것은 성적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그다음엔……?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개미2 :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수 상대성이론 : 등속으로 움직이는 빛에 대한 연구

전제 :

  1.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이후 c로 표기)로 절대적이다
  2. 이렇게 빛의 속도가 고정된다면 시간과 공간(거리)은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다

결론 :

  1. 빛의 속도 c에 근접할수록 시간이 느려진다.
  2. 빛의 속도 c에 근접할수록 길이가 짧아진다.
  3. 빛의 속도 c에 근접할수록 질량이 증가한다.

 

물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상대성 이론은 "엠씨스퀘어(E=mc2)" 정도로만 알고 있을텐데요.(제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사실 구구단이나 미적분학에 비하면 인생을 사는 데에 몰라도 무관한 이론이지만 이후에 등장한 일반 상대성 이론은 그 개념에서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합니다.

 

일반 상대성이론 : 그 빛과 시간이 왜곡될 수 있음에 대한 연구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약 십년 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합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이 빛에 대한 이론이라면,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에 대한 이론이며,
특수 상대성이론이 우주에서 등속도 운동에 한한 물리학이라면 일반 상대성이론은 가속도 운동까지 그 적용 범위를 넓힌 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가속도 운동이 중력의 작용과 동일하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중력과 가속도는 구분되지 않는다는 '등가원리'를 제시하는데요, 이 것이 중요한 것은 중력의 문제를 이미 잘 알려진 가속도의 법칙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을 통해 속도에 비례/반비례해서 시간과 공간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속도와 중력을 구분할 수 없다면) 중력에 따라 시공간의 휘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것이지요
(이 이론에 따르면 텅 빈 우주에 질량을 가진 물체가 등장하면 그 물체를 중심으로 주변의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는 것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멀리서 오는 별빛이 태양 주변을 지나면서 구부러지는 현상이 관측됨으로써 사실로 증명되었는데
빛은 질량이 없으므로 (뉴턴의 역학에 따르면) 중력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닌데 중력에 의해서 휘어졌다는 것은 그 휘어진 대상이 빛이 아닌 공간임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이 일반 상대성이론은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전통적인 뉴턴의 역학법칙의 지위를 대체하며 근현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이 되었습니다. 이 이론을 통해서 블랙홀의 존재, 우주의 팽창,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시간을 역행하는 여행이 설명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현대과학 : 결정 되지 않은 우주

상대성이론의 경우 이름에 '상대성'이라는 말이 들어가고, 그 내용 면에서도 관측자에 따라 시공간이 고유하게 측정된다는 점 때문에 이를 상대주의 관점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서로 다른 관측자에게서 서로 다르게 관측된 결과값의 차이는 상대성이론 안에서 수학으로 정확하게 예측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들어올 자리는 없는 샘이지요

 

물리학에서 상대주의 경향을 띠는 견해를 찾는다면 양자역학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양자역학의 결과값은 확률로만 예측될 뿐,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세계관을 이 책에서는 우리의 과학주의 신봉을 재고해 보게하는 중요한 존재로서 다루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과학자 닐스 보어와의 토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세계관을 문제 삼았다. 그가 보기에 우주는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확률에 의존하는 세계가 아니라 인과법칙으로 견고하게 결정되어 있는 세계였다. 이에 대해 닐스 보어는 “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라고 답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면 속도가 바뀌고, 속도를 확인하려 하면 위치가 확정되지 않는다.
즉, '위치'와 '속도'라는 기본 물리량이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다.

 

즉 물리학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측정될 수 없으며
물리량이 관측 행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 행위의 영향을 받는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는데요, 이는 더 이상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불확정성의 원리를 대변하는 '하이젠베르크'만큼이나 유명한 사례가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인데요,
이를 증명하기 위한 슈뢰딩거의 실험은 무척이나 괴짜스럽습니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밀폐된 공간에 고양이,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 입자가속기를 넣는다. 입자가속기에서는 1시간 후에 알파입자가 방출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의 확률은 각각 50퍼센트다. 만약 50퍼센트의 확률로 알파입자가 방출된다면 그 입자는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깰 것이고, 그러면 고양이는 죽을 것이다. 반면 50퍼센트의 확률로 알파입자가 방출되지 않는다면 독가스가 들어 있는 병은 안전할 것이고, 고양이도 살아 있을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난 후에 상자 안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뚜껑을 열어본 것은 아니다.

고전 물리학자들은 당연히 고양이가 ‘죽었거나 또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우리가 고양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든 확인하지 않든, 상자 안 고양이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반면 양자역학자들은 고양이가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죽지 않은 중첩 상태의 확률로서 존재한다’라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알파입자는 미시 세계에 속하는 소립자이고,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소립자는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로서 존재할 뿐, 위치와 속도를 확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확률로 존재한다면 고양이의 삶과 죽음도 확률로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빛이라는 존재가 파동으로써 존재하느냐 입자로써 존재하느냐에 대한 실험에서도 결론은 진리의 둘다로 해석됩니다.

미시 세계의 대상들은 실제로 확률 안에서 중첩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측을 하지 않을 때는 위치와 속도가 결정되지 않은 중첩의 상태로 이중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며 간섭무늬를 만들어내지만, 관측을 할 때는 위치와 속도가 하나로 결정되며 단일한 입자로서 하나의 슬릿만을 통과해 직사각형의 무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미시 세계의 특성을 ‘파동-입자 이중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이러한 이중성이 모든 물질의 특성이라고 해석한다.

 

과학 철학 : 과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인문학 서적에서 이렇게 과학에 관련한 내용들을 비중있게 다루는 이유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유력한 진리의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라는 말이 붙거나 “외국 대학의 어느 연구소에서 실험한 결과”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특별한 망설임 없이 이를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과학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우리는 '과학주의’라고 하는데요. 과학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과학이 진리라고 믿는 마음가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매우 종교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태도에 의문을 제기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하기 좋은 것들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과학에서 맹신하던 "측정과 증명을 통한 사실(Fact)"에 기반한 진리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만약 이 상대적이고 불안정하고 불확정적인 과학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책들을 추천합니다.

  • 떨림과 울림 - 김상욱
  •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 원종우

혹은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책 말고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서적을 찾고 계신다면 <문명 건설 가이드 - 라이언 노스> 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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