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왕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이 아닌 판타지물을 쓴다면?
원문으로 볼 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나미야"라는 이름의 잡화점은
涙屋(눈물가게) 혹은 波屋(파도가게)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단어이다.
물론 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그런 나미야(なみや)가 아닌 나야미(悩み:근심,걱정)을 상담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이자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여기서 배라는 비유는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갑작스런 비틀즈의 해체를 바라보던 소설속 등장인물은 자신의 처지와 달리 비틀즈는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침몰하는 배를 구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에서야 그가 비틀즈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작은 오해 하나를 풀게 된다.
애플 빌딩의 옥상이었다.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비틀스가 연주에 들어간다. 영화 <렛 잇 비>의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잔을 내려놓고 고스케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영화였다. 그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통감했었다. 하지만……. 비디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풀코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 책이름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쪽수 : 456쪽
- 누적쪽수 : 10129쪽
- 주제 : 소설
- 감상평(70자 이상) :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를 쓴다면? 라플라스의 마녀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불편한 편의점과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소재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소통한다는 흔한 소재이지만 작가 특유의 쉽게 술술 읽는 문체로 순식간에 책을 완독하게 만들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항상 러닝타임이 짧은 단편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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